시사위크=이선민 기자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신임대표가 상련례 차원에서 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를 찾아가 여야 수장 자격으로 첫 회동을 가졌다. 양 대표는 초반에 화기애애한 분위기를 연출했으나, 종합부동산세법 개정안과 내년도 정부 예산 이야기가 나오자 신경전을 벌였다.

이 대표는 31일 오전 국회에서 국민의힘 원내대표실을 찾아 권 원내대표를 예방했다. 권 원내대표는 “드디어 이재명의 민주당이 됐다”며 “여의도의 여당은 민주당 아닌가. 169석 거대 의석을 갖고 잇는데 민주당 협조 없이는 법안, 예산 하나도 할 수 없다. 대선 과정에서 공통공약이 많은데, 하루빨리 입법화하기로 한 양당의 노력이 가속화돼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지난 대선과정에서 공통 공약이 많았다”면서 “양 후보 간 공통공약을 하루 빨리 입법화하기 위한 양당의 노력이 가속화 돼야 한다. 쟁점 없는 법안은 빨리 처리할 수 있도록 리더십을 잘 발휘해 달라”고 했다.

이 대표는 “국회 다수를 점하는 야당으로서 책임과 역할이 독특하다는 생각이 든다”며 “정부 여당이 국민들을 위한 국가 정책 추진에는 당연히 협력할 것이다. 해야되는데 지연되거나 못하는 게 있으면 먼저 제안해서라도 할 의사를 갖고 있다”고 강조했다.

또한 “여당이든 야당이든 국민으로부터 위임받은 대리인이라는 점에서 다를 바가 없다. 지향하는 목적은 같고 다만 목표에 이르는 길이나 방법이 다를 수 있다는 정도의 차이가 있다”며 “여야 간 공통 공약 추진기구를 만들어 국민께 드린 약속을 신속하고 내실있게 추진하는 게 좋겠다”고 말했다.

화기애애한 분위기 속에 덕담이 오갔지만 웃음 속에 뼈 있는 말이 오가기도 했다. 권 원내대표가 “이 대표의 말씀을 들으니 협력과 상생이 잘 이뤄지겠구나 기대감이 든다. 1주택자 종합부동산세를 완화하겠다고 후보 시절 공약했는데 지금 그 협상이 진행 중에 있다. 그 부분도 관심 갖고 들여봐달라”고 말하자 이 대표는 “종부세 문제에 대해선 당에 가급적 협력적 입장을 가지라고 얘기는 하고 있다. 또 그렇다고 권 원내대표께서 지나치게 과도한 욕심을 내진 마시라. 적절한 선에서 처리되길 바란다”고 되받았다.

그러면서 이 대표는 수해 피해 언급과 함께 “대통령께서 반지하방의 참혹한 현장을 보시고 주거환경 개선에 대해 말씀하셨던 것으로 기억한다. 그런데 예산안에서 서민용 영구임대주택 예산이 5조6,000억원이나 삭감됐다. 그러면 그분들이 갈 데가 없다”고 반격했고, 권 원내대표는 “야당에서 문제제기하면 논의하도록 하겠다. 그정도로 하자”고 선을 그었다.

이 대표는 여기서 물러서지 않고 “소상공인과 골목상권에 큰 도움이 되는, 지역화폐 예산을 (여당이) 전액 삭감했는데 정부 예산에서 얼마 되지 않지 않나. 노인, 청년 일자리 삭감이 지나친 것 같다”며 “초대기업이나 슈퍼리치 감세 13조원, 16조원 한다는데, 그런 걸 하지 말고 서민지원을 (해야한다)”고 말을 이었다.

권 원내대표가 “민주당과 우리는 재정 운영 철학이 다르기 때문”이라고 답했지만, 이 대표는 “서민 눈물 닦아주는 게 정치라면서요”하고 재차 맞받았다.

이에 권 원내대표는 긍정하면서도 “민주당식으로 하는 게 옳고 효과가 있는지, 윤석열 정부와 국민의힘 방식대로 하는 게 결과적으로 국민에게 도움이 되는 것인지는 치열한 토론과 논쟁이 필요한 과제라고 본다”고 답했다.

이후 양 대표는 15분간의 비공개 회담을 가졌다. 박정하 국민의힘 수석대변인은 비공개 회동 후 기자들에게 “사실 두 분이 대학 선후배 사이다. 옛날 학교 다닐 때 고시공부했던 이야기들 하면서 편안하게 사담을 나눴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이 대표는 중앙대 법대 82학번, 권 대행은 같은과 80학번으로 중앙대 법대 선후배 사이다.

공개 발언에서 있었던 신경전에 대해서도 “비공개에선 그렇지 않았고 편안한 상황에서 차담회 비슷하게 대화를 나눴다”고 전했다. 아울러 이 대표가 의원 배지가 아닌 민주당 배지를 단 것을 보고 권 원내대표는 “당 대표 답다”고 덕담했고, 이 대표는 “'형수님께 안부 전해달라'고 인사하며 환담이 끝났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