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이 이른바 '백현동 의혹' 사건에 대해 허위 사실을 발언했다는 혐의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소환을 통보해 민주당이 반발하는 가운데 2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 앞 교통 신호등이 일제히 빨간불을 가리키고 있다. /공동취재사진-뉴시스
검찰이 이른바 '백현동 의혹' 사건에 대해 허위 사실을 발언했다는 혐의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소환을 통보해 민주당이 반발하는 가운데 2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 앞 교통 신호등이 일제히 빨간불을 가리키고 있다. /공동취재사진-뉴시스

시사위크=서예진 기자  검찰이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에게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소환을 통보하면서 정기국회를 앞두고 정국이 경색되는 모양새다. 민주당은 ‘정치 보복’, ‘전쟁’ 등의 격앙된 반응을 보이고 있고, 국민의힘은 이에 ‘범죄와의 전쟁’이라고 응수하고 있어 여야 간 대치 전선도 곳곳으로 확대될 가능성이 높다. 야당 대표의 검찰 소환 통보로 인해 9월 정기국회 법안 및 예산안 처리에도 ‘빨간불’이 켜질 것이며, 여야 협치는 물 건너갔다는 전망이 나온다. 

◇ 이재명 “말꼬투리 하나 잡은 것 같다”

2일 정치권에 따르면, 서울중앙지검 공공수사2부(이상현 부장검사)는 전날(1일) 이 대표에게 오는 6월 출석을 요구했다. 당대표로 선출된 지 4일 만에 소환 통지를 보낸 것이다. 법조계에 따르면 이 대표는 경기 성남 백현동 비리 의혹과 관련해 대선 때 허위발언을 했다는 혐의를 받고 있다. 

검찰은 이 대표가 지난 10월 국정감사에서 “박근혜 정부 당시 국토교통부가 직무유기로 문제 삼겠다고 협박해 어쩔 수 없이 백현동 한국식품연구원 부지의 용도를 변경해 줬다”고 한 발언과 고(故) 김문기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1처장에 대해 “하위 직원이었기 때문에 시장 재직 때 몰랐다”고 한 발언이 선거법상 허위사실 유포에 해당되는지를 조사할 것이라고 한다. 

이 대표는 이날 오전 광주 김대중컨벤션센터에서 열린 최고위원회를 마치고 취재진과 만나 “아주 오랜 시간을 경찰과 검찰을 총동원해 이재명을 잡아보겠다고 했는데 결국 말꼬투리를 하나 잡은 것 같다”며 “먼지털이를 하듯이 털다가 안 되니까 엉뚱한 것을 갖고 꼬투리를 잡는다”고 꼬집었다. 

박홍근 원내대표는 이날 현장최고위원회의에서 “정치검찰이라는 윤석열 정권의 호위무사를 동원해 제1야당 대표를 소환하겠다는 사상초유의 일을 정기국회 첫날 발표했다. 이재명 대표가 직을 맡은 지 불과 나흘만”이라며 “야당 대표를 상대로 맞을 때까지 때리겠다는 정치검찰의 두더지 잡기 식 수사를 결코 묵과할 수 없다”고 비판했다. 

이 대표가 6일 검찰에 출석할 지는 논의 중이다. 박성준 민주당 대변인은 이날 기자들과 만나 “내부적으로 논의 중이다. 불출석 가능성도 크다”며 “검찰의 정치적 의도가 분명해서 출석에 대해 내부적으로 논의가 있다. 가능성과 가능하지 않다는 것, 두 가지에 대해 충분히 논의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민주당은 이 대표의 소환에 대해 검찰이 추석 명절 전 이 대표를 포토라인에 세워 ‘망신주기’를 하겠다고 보고 있는 셈이다. 

◇ 정기국회 곳곳이 ‘지뢰밭’

민주당은 이 대표 수사에 대해 ‘납득할 수 없다’, ‘정치 보복’이라고 날을 세웠다. 특히 이 대표의 의원실 보좌관의 “전쟁입니다”라는 문자메시지도 공개되면서 정국이 얼어붙고 있다. 그런데 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열린 상임전국위원회 중 기자들과 만나 민주당의 이같은 반응에 대해 “정권과의 전쟁이 아닌 범죄와의 전쟁”이라고 꼬집었다. 사실상 정국을 더욱 냉각시키는 응수인 셈이다. 

이러다보니 정기국회 양상도 우려스러워진다. 진성준 민주당 원내수석부대표는 이날 MBC 라디오에 출연해 이 대표의 소환통보에 대해 “정기국회 운영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에 진행자가 ‘국회 일정 보이콧을 검토하는가’라는 질문에 진 원내수석은 “그런 논의는 아직 하지 않았다”면서도 “여야 간의 관계가 순탄하게 흘러갈 수 없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미 9월 정기국회 곳곳에는 지뢰가 매설돼 있다. 당장 오는 5일 이원석 검찰총장 후보자 인사청문회가 열릴 예정이다. 이 대표 소환과 연계해 여야 대치가 본격화될 전망이다. 또 앞서 민주당이 대통령실과 관련해 국정조사 요구서를 제출한 바 있는데, ‘맞불’ 성격으로 ‘김건희 특검법’을 당론으로 추진할 경우 대치 국면이 고조될 가능성이 높다. 

이외에도 검찰 수사권 분리(일명 검수완박) 법안의 후속입법도 국회에서 논의를 앞두고 있고, 각종 법안과 예산안 처리도 기다리고 있다. 169석의 거대 야당이 발목을 잡으려면 얼마든지 잡을 수 있는 상황인 셈이다. 게다가 이 대표에 대한 수사가 가시화되면서 한동훈 법무부 장관과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에 대한 탄핵 카드를 본격적으로 꺼낼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또 대통령실과 야당 간 협치 무드도 사라질 전망이다.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달 30일 이 대표와의 통화에서 “가까운 시일 내 좋은 자리를 만들어 모시겠다”며 민생 입법에 협조해줄 것을 당부했다. 이 대표 역시 윤 대통령과의 영수회담을 여러 차례 요청한 바 있다. 하지만 이 대표가 소환 통지를 받으면서 영수회담 역시 성사되기 어려울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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