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호영 국민의힘 전 비상대책위원장이 6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비상대책위원장 직 거부 의사를 밝히고 있다. /뉴시스
주호영 국민의힘 전 비상대책위원장이 6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비상대책위원장 직 거부 의사를 밝히고 있다. /뉴시스

시사위크=권신구 기자  주호영 전 비상대책위원장이 새 비대위원회를 위원장직을 맡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새 술은 새 부대’에 담아야 한다는 게 그의 생각이다. 주 전 위원장의 돌발 선언에 ‘주호영 비대위’ 시즌 2를 기획했던 국민의힘도 난감해졌다. 국민의힘은 새로운 비대위원장 물색에 힘을 쏟는 모습이다.

주 전 위원장은 6일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새 비대위에서 위원장직을 맡지 않겠다고 말했다. 그는 “새 술은 새 부대에 담는 것이 좋다는 취지에서 훨씬 더 좋은 분을 모시도록 당에 건의했다”며 “저는 (위원장직을) 맡지 않겠다는 말씀을 드렸다”고 언급했다.

그간 당내에서는 주 전 위원장이 새 비대위를 이끌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했다. 새 비대위 구성까지 물리적 시간이 부족하다는 이유에서다. 성일종 국민의힘 정책위의장이 전날(5일) 한 라디오에서 “정권교체 주역 중 한 분”이라며 “당내에선 주 위원장이 적합하지 않겠냐는 것이 중론”이라고 말한 것도 이러한 분위기를 그대로 드러냈다.

하지만 주 전 위원장 이날 비대위원장을 고사하면서 당의 계획에 차질이 빚어졌다. 정치권에서는 이준석 전 대표가 새 비대위원장에 대한 추가 가처분 신청을 예고하는 등 ‘사법 리스크’가 남아있는 상황이 이러한 결정의 배경이 됐을 거란 평가가 나온다. 이미 ‘직무 정지’ 판단을 받은 주 전 위원장이 다시 비대위원장에 오를 경우 법원의 판단은 물론 민심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는 점도 우려의 대목이다.

실제로 주 전 위원장은 이 같은 결론을 내리기까지 “오랜 시간 고민을 했다”고 언급했다. “직무집행 정지 가처분이 떨어지고 난 다음부터 우리 당이 새 비대위 구성하자고 한 단계부터 제가 계속 맡는 게 좋은지 안 좋은지 고민을 해왔다”고도 부연했다. 기존 비대위 출범 자체가 어찌됐건 법원의 영향을 받은 만큼 문제의 소지를 미리 차단해야 한다는 취지인 셈이다.

◇ 오는 7일 비대위원장 발표

이렇다 보니 당의 발걸음도 바빠졌다. 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이날 선수별 회동을 갖고 차기 비대위원장 물색에 나섰다. 이날 의원들은 새 비대위원장 선임과 관련해 권 원내대표에게 권한을 위임한다는 뜻을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권 원내대표에게 사실상 ‘전권’을 쥐어 준 것이다.

권 원내대표는 이날 선수별 회동을 마친 뒤 기자들과 만나 “(후보자가) 한 세분 정도로 된다”고 설명했다. 원내 인사는 물론 원외 인사들까지 두루 고심을 하고 있다는 게 이날 회동 참석자들의 일관된 전언이다. 하지만, 주 전 위원장의 ‘체급’을 고려한다면 원내에서 마땅한 적임자를 찾기는 힘들다는 견해도 나온다. 따라서 새 비대위원장이 ‘원외 인사’일 가능성도 높아지는 분위기다. 

이런 와중에 박주선 전 국회부의장이 가장 유력하다는 보도가 나오면서 새 비대위원장직을 맡을 가능성에 힘이 실리고 있다. 박형수 국민의힘 원내대변인은 이날 회동 후 기자들과 만나 “논의 과정에서 박 전 부의장이 거론된 건 사실”이라며 “하지만 3~4명에 속하는지는 확인이 불가하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원내대표가 직접 후보로서 연락한 것은 없는 걸로 알고 있다”고 전했다.

다만 박 전 부의장이 비대위원장으로 거론되는 것 자체가 대통령실의 의중이 깃든 것 아니냐는 해석도 나온다. 박 전 부의장이 대통령취임준비위원장을 맡았던 데다가, 대선 기간부터 윤석열 대통령을 지원해 온 김한길 국민통합위원장과 가까운 것으로 알려졌다는 점 때문이다. 장성철 공론센터 소장은 이날 <시사위크>와 통화에서 “대통령실의 의지가 반영되는 인선이 아닌가라는 생각이 든다”며 “국민의힘의 경계를 넘어서는 보다 더 큰 차원의 정계 개편을 노리는 전조현상이 아닌가 싶다”고 평가했다.

새 비대위원장 후보군에 말을 아낀 권 원내대표는 이날 회동 후 기자들과 만나 “내일(7일) 오후쯤에 발표하도록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를 토대로 ‘추석 전 비대위’ 계획을 완수하겠다는 것이다. 차기 비대위원장 인선 후 권 원내대표가 거취를 표명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박 원내대변인도 이날 기자들과 만나 “8일 일지는 모르겠지만, 원내대표가 조만간 빨리 발표하실 생각을 갖고 있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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