찬성 “법인세율 인하 기업 투자·고용 증가로 이어져” vs 반대 “낙수효과 없이 서민층 세부담만 늘어”
홍기용 교수 “법인세율 인하 글로벌 추세… 과도한 세부담 기업들의 미래전략산업 투자 힘들게 해”
유호림 교수 “코로나 팬더믹 상황에선 유동성 회수 위해 증세 필요… 미국 IRA에도 증세 내용 담겨”

추경호 경제부총리가 지난 5일 기재위 국감에 참석해 법인세율 인하가 부자감세가 아니라고 주장했다./뉴시스
추경호 경제부총리가 지난 5일 기재위 국감에 참석해 법인세율 인하는 부자감세가 아니라고 해명했다./뉴시스

시사위크=김필주 기자  종합부동산세 특별공제 도입 논의 도중 한 차례 힘겨루기를 했던 정부‧여당과 야당이 이번에는 법인세 최고세율 인하를 두고 맞붙었다.

정부‧여당은 법인세율 인하가 전세계적 추세인 점, 국내의 법인세 최고세율이 OECD 평균치 보다 높은 점, 기업들의 투자 유인 등을 이유로 법인세율 인하를 주장했다.

이에 반해 야당은 법인세 최고세율 인하가 일부 상위 대기업에게만 혜택을 주는 이른바 ‘부자감세’라고 반박했다. 또한 지금과 같은 경기침체 상황에서 감세를 할 경우 부족한 세수를 서민‧근로자가 떠안게 된다며 맞섰다.  

지난 5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국정감사에 참석한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법인세 최고세율 인하가 ‘부자감세’라는 야당 주장에 대해 “대기업을 부자로 보는 프레임, 그 인식부터 동의할 수 없다”면서 “법인세율 인하 효과는 대기업 보단 중소‧중견기업의 감면 폭이 더 크다”며 강하게 부인했다.

이에 기재위 소속 여당 의원들은 ‘기업들은 일자리를 만드는 주체’, ‘기업이 있어야 서민이 소득을 얻는다’는 등 추경호 부총리 목소리에 힘을 보탰다.

반면 야당 의원들은 ‘경기침체 상황에서 일부 대기업만 혜택을 주고 민생예산을 깎겠다는 것’이라며 일제히 반대의 목소리를 냈다.

특히 야당은 과거 MB(이명박) 정부 때 낙수효과를 근거로 법인세 최고세율을 기존 25%에서 22%로 낮췄지만 정작 기업들은 투자보다는 사내유보금을 쌓기에 급급했다고 지적했다.

낙수효과는 대기업에 세금 인하 등 혜택을 부여하면 대기업이 투자를 확대해 결국 중소기업의 일감이 늘고 서민층의 소득도 증가한다는 이론이다.

종부세에 이어 법인세 최고세율 인하를 두고 정치권이 공방을 펼치고 있는 가운데 학계에서도 법인세 최고세율 인하에 대한 의견이 갈리고 있다. 

지난 7월 기재부는 법인세 최고세율 인하 등이 담긴 세제개편안을 발표했다. /기획재정부
지난 7월 기재부는 법인세 최고세율 인하 등이 담긴 세제개편안을 발표했다. /기획재정부

[찬성] “법인세 인하, ‘부자감세’랑 거리 멀어… 민생경제 활력 위해 인하 필요”

법인세율 인하 찬성 측은 세율 인하에 따른 기업들의 투자‧고용 증가 등 긍정적 측면에 집중했다. 또 야당이 주장하는 ‘부자감세’ 프레임이 법인세에는 적용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오문성 한양여대 세무학과 교수는 “우선 법인세는 공평·공정성의 목적이 아닌 효율성을 기반으로 한 세목”이라며 “법인세는 부자 법인, 가난한 법인 등을 나누는 개념이 아니다. 따라서 법인세율 인하가 ‘부자감세’라는 것은 잘못된 주장”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전세계적으로 법인세율 인하가 추세인데 세수가 충분하다면 우리나라도 기업 활동을 효율적으로 지원하기 위해 법인세율을 인하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며 “이 과정에서 과세표준 구간도 단순화해야 한다. 우리나라는 매출액에 따라 과표 구간이 4단계로 구성됐는데 OECD(경제협력개발기구)에 속한 대부분 나라들은 복잡하지 않은 단일세율로 이뤄졌다”고 덧붙였다.

또 “법인세율 인하시 세수가 감소한다고 하는데 마찬가지로 법인세율을 올린다고 무작정 세수가 증가하는 것은 아니다”라며 “법인세율이 높으면 일시적으로 세수가 늘긴 하겠으나 장기적으로 기업 경쟁력 약화, 국내 기업의 해외 투자 증가 등으로 이어져 세수는 결국 줄게 된다”고 우려했다. 

끝으로 “정부·여당이 추진 중인 법인세 최고세율 인하는 기존 MB 정부·박근혜 정부 당시 22%로 원상복귀하는 수준에 불과하다”며 “향후 경제상황 및 세수 추이 등을 고려하면서 법인세율을 추가 인하하는 방안도 생각해 볼만하다”고 진단했다. 

홍기용 인천대 경영대학교 경영학부 교수 역시 오문성 교수 의견에 동조했다.

홍기용 교수는 “법인세는 ‘부자감세’란 용어가 성립할 수 없는 개념”이라며 “법인에는 부자‧빈자라는 개념 자체가 없다. 부자 프레임은 개인 소득세에서 다뤄야 한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법인세율 인하는 글로벌 추세로 특히 우리나라와 같이 대외경제 의존도가 높은 나라는 법인세율 인하에 적극 나서야 한다”며 “최근 5년 간 OECD 회원국 중 우리나라의 법인세 최고세율은 9위로 상위권에 속하는데 이는 전체 GDP와 비교해도 높은 수준”이라고 부연했다. 

아울러 그는 “우리나라는 전체 기업 약 80만개 중 상위 2,000여개 기업이 총 법인세의 80% 가량을 납부하는 바람직하지 못한 구조로 돼 있다”면서 “이들 상위 기업에 대한 과도한 세부담은 기업들의 미래전략산업투자에 영향을 주고 이는 곧 경쟁력 하락으로 이어진다. 더 나아가선 국가 경제에도 악영향을 끼칠 수 있다”고 예측했다.

홍기용 교수는 “우리나라의 경우 4단계로 구성된 과세표준 구간도 문제”라고 꼬집었다.

그는 “OECD 34개 국가 모두 단일세율을 적용하고 있는데 이는 법인세가 소득재분배 효과가 없기 때문”이라며 “다단계 과표구간은 소득세에서나 적용한다. 우리나라는 법인세율 구조를 최저한세에 1단계 구간을 추가한 2단계 구조로 단순화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뉴시스
신동근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OECD 주요국가별 법인세율 현황을 공개했다. /뉴시스

 [반대] “과거 MB 정부 때 법인세 인하 효과 無… 부족한 세수 서민에 전가 예상”

반대 측은 과거 법인세율 인하를 단행한 MB 정부가 아무런 경제적 효과를 얻지 못한 점, 유동성 회수가 필요한 코로나 팬더믹 시기인 점 등을 근거로 내세웠다.

김유찬 홍익대학교 경영학과 교수(전 한국조세재정연구원장)은 “일단 정부·여당의 법인세 최고세율 인하는 올바르지 않은 방향”이라고 단언했다.

뒤이어 “정부·여당은 우리나라의 법인세율이 다른 나라보다 높고 법인세율 인하가 경제활성화 및 투자·고용 증가로 이어진다고 주장한다”며 “하지만 지난 MB 정부 때 낙수효과를 근거로 법인세 최고세율을 25%에서 22%로 낮췄으나 고용·투자 등 각종 경제 지표는 나아진 것이 없었다. 오히려 기업들은 투자보다는 현금을 사내에 쌓아두기만 했다”고 지적했다.  

또 “MB 정부 당시 최고세율 인하로 혜택을 본 기업들은 과표 3,000억원 이상 기업인데 한마디로 삼성‧현대‧SK 등 대기업”이라며 “이때 이들 대기업의 대주주 중 상위 1%가 총 배당소득의 63%를 가져갔는데 이 가운데 절반은 외국인투자자들이고 나머지는 총수일가 등이다”라고 꼬집었다.

이와 함께 “정부·여당은 OECD 기준 우리나라의 법인세율이 높다고 하는데 이는 명목세율 기준이다. 공제 항목을 적용한 유효세율 기준으로 따지면 우리나라의 법인세율은 다른 나라보다 낮은 수준”이라며 “법인세 최고세율 인하로 세수가 감소하면 복지 분야 등 정부가 지출해야할 곳에 돈을 쓰지도 못하는 사태가 일어날 것”이라고 우려했다. 

코로나 팬더믹으로 시중에 풀린 자금을 회수해야 하는 시기에 법인세 최고세율 인하는 전혀 맞지 않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유호림 강남대학교 세무학과 교수는 “거시적 측면에서 정부·여당의 법인세율 인하는 바람직하지 않다”며 “코로나 사태 때 시중에 돈이 많이 풀려 지금은 더 이상 재정을 풀면 안되는 상황”이라고 경고했다.

그러면서 “풀린 돈을 회수하는 방법으로 대부분 금리인상만 생각한다. 허나 정부가 유동성을 회수하기 위한 방법으로는 국채 비율 조정, 조세정책(증세) 등 간접적인 방법도 있다”며 “코로나 사태로 과도하게 풀린 유동성을 회수하고자 미국 등 주요 국가들은 증세에 나선 상황인데 우리 정부는 오히려 감세를 추진하려 한다”고 문제 삼았다.

더불어 유호림 교수는 정부가 고소득자 등을 대상으로 증세에 나서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증세 과정에서 증세 대상도 고려해야 하는데 주요 국가 대부분은 코로나 사태 때 자산·수익이 증가한 고소득자·고액자산가·대기업을 상대로 증세에 나서고 있다”며 “실제 미국이 최근 발표한 IRA(인플레이션 감축법)에는 증세 내용이 담겼는데 여기에서도 고소득자·고액자산가·대기업을 증세대상으로 삼았다. 그런데도 우리 정부는 이러한 점은 못본 체하고 최고세율 25%에 해당하는 상위 대기업들의 세금을 깎으려 한다”고 비판했다.

이어 “MB 정부의 법인세율 인하로 세수가 부족해지자 박근혜 정부는 출범 초창기 재정건전성 악화를 겪었다”면서 “이를 극복하고자 박근혜 정부는 담배소비세를 무려 2,000원 인상한 데 이어 근로소득의 소득공제를 세액공제로 전환했다”며 과거 사례를 소개했다.

유호림 교수는 “담배는 고소득자 보다는 일반적으로 저소득층·근로자 등이 많이 소비한다. 여기에 근로소득의 소득공제가 세액공제로 전환되면서 문재인 정부 때 근로소득세 수입은 박근혜 정부 때보다 2.8배 증가했다”며 “법인세율 인하로 인해 결국 서민·근로자층의 세부담만 늘어난 셈”이라고 강조했다.

◇ 與 “경제회복 위한 ‘법인세율 인하’ 최선 다할 것”… 野 “서민 부담 주는 ‘부자감세’ 절대 안돼”

향후 법인세율 인하를 두고 정부‧여당과 야당의 대립은 더욱 심화될 것으로 보인다.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여당 간사인 류성걸 국민의힘 의원실 관계자는 “법인세율 인하는 윤석열 정부의 주요 국정과제 중 하나”라며 “민생경제 회복을 위해 법인세율 인하 관련 법안을 최대한 빠른 시기에 처리하는 것이 좋으나 현재 더불어민주당 측의 반대가 심해 언제 처리될지 알 수 없다”고 전했다.

또한 그는 “법인세율 인하 관련 법안 처리 시안은 정해진 것이 없다”며 “비록 어려운 여건이지만 정부‧여당은 법인세율 정상화를 위해 최선을 다할 방침”이라고 덧붙였다.

기재위 소속 한 더불어민주당 의원실 관계자는 “정부‧여당은 법인세율 인하 등과 같은 ‘부자감세’는 경제를 위해 필요한 조치라면서 정작 고물가 등으로 어려움에 처한 서민 예산은 삭감하고 있다”며 “민주당은 △법인세 최고세율 25%에서 22%로 인하 △주식양도세 면제 △다주택자 종부세 중과제 폐지 등 정부‧여당의 3가 초부자감세를 막기 위해 모든 역량을 집중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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