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국내 배정 물량 2,000대→2,500대→1,000대… 수출은 월 5,000대↑
유럽 시장 가격, 韓 보다 비싸… 고환율에 수익성 높은 수출물량 우선 배정?
르노 그룹 회장 “기본 원칙에 따라 수익성·경쟁력 키울 것”

/ 르노코리아자동차
르노코리아자동차가 지난 1일 XM3 E-테크 HEV 모델의 국내 공식 출시를 알리며 사전 계약을 진행하고 나섰다. 그러나 올해 국내 배정 물량을 절반 수준으로 줄여 사전 예약 고객들의 출고 대기 기간이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 르노코리아자동차

시사위크=제갈민 기자  르노코리아자동차가 지난 1일부터 XM3 E-테크 하이브리드(HEV, 이하 XM3 HEV) 모델의 사전 계약을 개시했다. 그런데 올해 국내 시장에 배정된 물량이 반토막 나는 상황이 발생해 흥행 여부는 안갯속에 빠졌다. XM3 HEV의 국내 물량 축소 배경에 르노그룹이 진행 중인 르놀루션 플랜이 반영돼 ‘수익성’을 최우선 가치로 삼았기 때문으로 보인다.

르노 XM3 HEV 모델의 초반 흥행은 성공적이라는 평가가 이어진다. 지난달 진행된 비공식 사전예약에서만 4,000대가 넘는 물량이 계약됐기 때문이다. <아시아타임즈> 단독보도에 따르면, 이에 르노코리아 측도 올해 국내 판매 물량을 기존에 계획했던 2,000대에서 2,500대로 늘렸다. 그러나 자동차 반도체 물량 부족 및 부품 수급 문제로 인해 르노 측은 올해 한국시장 판매 물량을 1,000대 정도로 줄였고, 나머지 1,000∼1,500여대 정도는 해외 수출로 배정했다고 매체는 전했다. 최초에 계획했던 국내 배정 초도물량 대비 반토막 난 셈이다. 

르노코리아도 난감한 상황이다. 국내 물량 배정과 관련해서는 프랑스 본사의 지침을 따를 수밖에 없는 입장이어서다.

르노 XM3 HEV 모델은 르노코리아의 수익을 책임지는 효자 상품이다. 르노코리아가 올해 1∼9월 해외로 수출한 물량은 총 8만3,886대인데 이 중에서 절반 이상이 XM3 HEV(4만6,676대, 55.64%) 모델이다. 월 평균 5,000대 이상이 꾸준하게 수출되는 셈이다. 해외시장에서도 한국산 XM3 HEV 모델이 인기를 끌고 있다는 것을 간접적으로 알 수 있는 대목이다.

특히 해외 시장에 판매되는 XM3 HEV 모델의 가격을 살펴보면 국내 판매가격보다 훨씬 비싸다. XM3 HEV의 국내 시장 판매 가격은 상위 트림인 인스파이어 풀옵션 기준 3,600만원대 수준으로 알려지는데, 해외 시장에서 판매되는 가격은 추가 옵션을 적용하지 않고도 4,600만원∼5,300만원대 수준이다.

취재한 바에 따르면, 유럽 주요 시장에서 판매되는 XM3 HEV의 기본 가격은 △스페인 3만3,264유로(약 4,616만원) △프랑스 3만8,300유로(약 5,316만원) △독일 3만8,500유로(약 5,340만원) 등이다. 여기에 보스사운드시스템과 어댑티브 크루즈 컨트롤(ACC) 및 차로유지보조(LKAS) 기능을 포함한 운전자보조기능, 그리고 파노라마 글라스 루프(선루프) 등 일부 옵션을 추가하면 독일 시장 기준 4만1,500유로, 우리나라 돈으로 5,700만원대까지 치솟는다. 상대적으로 저렴한 스페인 시장에서도 옵션을 추가하면 3만5,664유로로 약 4,952만원이다.

사실상 고환율로 인해 유럽 시장에 더 비싸게 판매할 수 있는 XM3 HEV 모델을 르노 본사가 굳이 유럽 대비 1,000만원 이상 저렴하게 판매하는 한국시장에 많은 물량을 배정할 필요는 없어 보이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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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카 데 메오 르노그룹 회장은 지난 11일 한국을 방문해 기자간담회를 열고 르노그룹의 기본 원칙을 밝혔다. / 르노코리아자동차

이러한 가운데 루카 데 메오(Luca de Meo) 르노그룹 회장 겸 최고경영책임자(CEO)는 지난 11일 첫 한국 방문 기자간담회를 열고 한국 시장에 대한 르노그룹의 새로운 전략을 발표했다.

루카 데 메오 회장은 간담회에서 “한국에서 르노그룹의 위치를 확실하게 재정립할 필요가 있다”며 “르노그룹의 르놀루션 플랜에 따라 물량이 아닌 가치에 중점을 두고 있다. 한국시장을 통해 르노그룹이 더 혁신적으로 진화하고 세계 최고의 기술 생태계와 긴밀히 연결된 기회를 누리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이어 “한국에서 새로운 시작을 위해 몇 가지 원칙을 세웠다”면서 “이는 한국시장에 좋은 제품과 서비스를 제공해 고객 만족을 이루는 것과 르노그룹의 기본 원칙에 따라 수익성과 경쟁력을 키우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르놀루션의 핵심은 기존의 판매량 중심에서 탈피해 그룹의 모든 역량을 ‘가치 창출’에 집중하는 것인데, 수익성을 최우선시 하겠다는 것으로 해석될 수 있다. 이에 따라 XM3 HEV 역시 수익성이 높은 유럽 시장에 우선 배정해 가치 창출을 극대화하려는 것으로 보인다.

르노코리아 관계자는 이와 관련해 “반도체 등 부품 공급이 전 세계적으로 불확실해서 정확한 생산 물량 규모를 파악하기는 쉽지 않다”며 “우리도 물량확보를 위해 최선의 노력은 하고 있지만 국내 및 해외 수출 물량 배정은 (본사의) 기준이 있는데 관련 내용을 전달 받은 것은 없어서 현재로써 국내 공급 물량이 몇 대 정도라고 정확히 알려주기는 힘들다. 우리도 최대한 조율을 하고 있는 상황이다”고 말했다.


근거자료 및 출처

- '한국 찬밥'…르노코리아, XM3 하이브리드 국내 물량 '확' 줄였다. / 아시아타임즈 보도, 9월 26일
https://www.asiatime.co.kr/article/20220926500097

- 르노코리아자동차 월간 판매 실적 자료

- 각국 XM3 E-테크 HEV 판매 가격 / 르노 독일·스페인·프랑스 홈페이지
https://www.renault.de/modelle/arkana.html
https://www.renault.es/hibridos/arkana-hibrido.html
https://www.renault.fr/vehicules-hybrides/arkana-e-tech-hybride.html

- 루카 데 메오 르노 그룹 회장 방한 기자간담회 발표7자료

- 르노코리아자동차 관계자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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