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시’는 사업내용이나 재무상황, 영업실적 등 기업의 경영 내용을 투자자 등 이해관계자에게 알리는 제도로, 공평할 공(公)에 보일 시(示)를 씁니다. 모두가 공평하게 알아야 할 정보라는 의미죠. 하지만 하루에도 수십 개씩 발표되는 공시를 보면 낯설고 어려운 용어로 가득할 뿐 아니라 어떠한 중요한 의미를 지니고 있는지 알기 어려운 경우가 많습니다. 이에 공시가 보다 공평한 정보가 될 수 있도록 시사위크가 ‘공시 일타강사’로 나서봅니다.

BTS가 군 입대를 결정하고 이를 공시했습니다. /뉴시스
BTS가 군 입대를 결정하고 이를 공시했습니다. /뉴시스

시사위크=권정두 기자  국내를 대표하는 엔터테인먼트 기업이자 코스피 상장사인 하이브는 지난 17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을 통해 ‘투자판단 관련 주요 경영사항’을 공시했습니다. 통상적으로 자주 발표되는 공시 중 하나인데, 그 내용이 상당히 눈길을 끕니다. 바로 소속 아티스트인 방탄소년단(BTS) 멤버들의 군 입대 결정이죠.

군 입대도 공시하나요?

가수나 배우 등 연예인은 물론 특정인의 군 입대 결정이 공시를 통해 발표된 것은 이번이 처음입니다. 정확한 확인은 어렵지만 아마 전 세계적으로도 처음일 가능성이 높습니다. 애초에 병역의 의무가 있는 나라가 많지 않고, 그 나라 중 엔터테인먼트 산업이 발달한 나라는 사실상 우리나라밖에 없기 때문이죠.

하이브는 이번 공시를 통해 BTS 멤버 중 가장 나이가 많은 진이 이달 말 입영 연기 취소를 신청하고 병무청의 입영 관련 절차를 따를 예정이라고 밝혔습니다. 또한 다른 멤버들도 각자의 계획에 따라 순차적으로 병역을 이행할 예정이며, 멤버별 활동 및 일정에 대한 세부 내용은 자사 홈페이지 등을 통해 공지하겠다고 밝혔죠.

투자판단 관련 주요 경영사항 공시는 말 그대로 주주들의 투자판단에 상당한 영향을 줄 수 있는 중대 사안에 대해 공식적이고 정확한 정보를 전달하는 공시입니다. BTS 멤버들의 군 입대가 상장사인 하이브의 주가와 경영 등에 상당한 영향을 주는 사안이라는 것을 시사하죠. BTS의 남다른 존재감이 남긴 또 하나의 진풍경입니다.

BTS는 제2의 비틀즈라 불릴 정도로 전 세계에서 큰 사랑을 받고 있는 아이돌그룹입니다. BTS의 성공과 전 세계에 미치는 영향력 등은 일일이 설명하기조차 어려울 정도인데요. 

다만, 이러한 BTS도 대한민국 남성으로서 병역의 의무는 피할 수 없는 상황이었습니다. 손흥민을 비롯한 운동선수처럼 국제대회에서의 성과를 통해 병역면제를 받는 것도 불가능했죠. 이에 BTS의 군 입대 여부 및 시기는 하이브가 지닌 가장 큰 리스크로 지목돼왔습니다. 지난해 11월 40만원을 넘어섰던 하이브의 주가가 최근 10만원대까지 뚝 떨어진 것도 이 문제의 영향이 컸습니다.

심지어 BTS의 병역 문제는 사회적 화두로 떠오르기까지 했습니다. BTS를 비롯한 최근 엔터테인먼트 업계 전반의 국위선양 성과를 고려하면, 이에 걸맞은 병역특례 제도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오기 시작한 겁니다. 물론 병역문제가 민감한 사안인 만큼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팽팽히 맞섰습니다. 이러한 논란은 대선 기간 정치권에서 이슈가 되기도 했죠.

한편, 결국 군 입대 결단을 내린 하이브와 BTS가 이를 공시를 통해 밝힌 건 앞서 불거졌던 파문을 의식한 것으로도 보입니다. BTS는 지난 6월 공식 유튜브 채널을 통해 공개한 영상에서 단체활동 잠정 중단을 선언한 바 있는데요. 이는 해체설 등으로까지 번지며 큰 파문을 일으켰고, 당시 하이브 주가는 폭락했습니다. 주주들의 거센 불만과 함께 상장사로서 책임 있는 발표 방식이 아니었다는 지적을 피할 수 없었죠.

시장과 사회의 반응은 어떨까요?

하이브가 해당 사안을 공시한 것은 지난 17일 주식시장 마감 직후인 오후 3시 50분입니다. 이후 18일 하이브의 주가는 전일 대비 4.78% 상승해 장을 마쳤습니다. 증권가에서도 이번 결정으로 하이브가 지니고 있던 불확실성이 해소됐다는 평가가 일제히 나왔죠. 목표주가는 유지 또는 하향조정했지만요. 정확하게 표현하자면, 리스크가 현실화하면서 리스크의 불확실성은 해소됐다는 평가에 힘이 실리는 모습입니다.

주무부처인 국방부에서도 흥미로운 반응이 나왔는데요. 국방부는 18일 정례브리핑에서 BTS의 입대 후 공연 허용 범위에 대해 “공익 목적의 국가적인 행사나 국익 차원에서 진행되는 어떤 행사가 있을 때 본인이 희망한다면 참여할 수 있다는 기회를 제공하겠다는 입장”이라고 밝혔습니다. 앞서 이종섭 국방부 장관이 BTS가 국익 차원에서 복무 중에도 해외공연이 가능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는데, 이와 일맥상통하는 입장이 재차 확인된 겁니다.

이제 주사위는 던져졌습니다. BTS 멤버들은 이르면 연내부터 입대하기 시작해 오는 2025년쯤 모두 복무를 마치게 될 전망입니다. 이제 관건은 하이브가 BTS의 공백기를 어떻게 메울지, 그리고 BTS가 성공적으로 복귀할 수 있을지 입니다. 공시에도 하나의 이정표를 남긴 BTS의 향후 행보가 주목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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