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시’는 사업내용이나 재무상황, 영업실적 등 기업의 경영 내용을 투자자 등 이해관계자에게 알리는 제도로, 공평할 공(公)에 보일 시(示)를 씁니다. 모두가 공평하게 알아야 할 정보라는 의미죠. 하지만 하루에도 수십 개씩 발표되는 공시를 보면 낯설고 어려운 용어로 가득할 뿐 아니라 어떠한 중요한 의미를 지니고 있는지 알기 어려운 경우가 많습니다. 이에 공시가 보다 공평한 정보가 될 수 있도록 시사위크가 ‘공시 일타강사’로 나서봅니다.

코오롱티슈진은 지난 24일 3년 5개월여 만에 상장폐지 사유가 해소됐습니다. /뉴시스
코오롱티슈진은 지난 24일 3년 5개월여 만에 상장폐지 사유가 해소됐습니다. /뉴시스

시사위크=권정두 기자  지난 24일, 한국거래소 코스닥시장본부는 코오롱티슈진과 관련해 ‘기타 시장안내(위원회 심의결과 및 상장유지 결정 안내)’와 ‘주권매매 거래정지 해제(상장유지 결정)’을 연이어 공시했습니다. 이날 한국거래소 기업심사위원회 및 코스닥시장본부 시장위원회 심의 결과 코오롱티슈진의 상장을 유지하기로 했고, 이에 따라 25일부터 코오롱티슈진 주식거래도 재개한다는 내용입니다.

코오롱티슈진은 왜 상장폐지 심의를 받았을까요?

이날 기업심사위원회와 코스닥시장위원회는 나란히 코오롱티슈진의 상장유지 여부를 심의했는데요. 참고로 상장폐지 절차에서 기업심사위원회는 2심, 코스닥시장위원회는 3심의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다만, 이날 기업심사위원회와 코스닥시장위원회가 다룬 구처젝인 사안은 서로 달랐습니다. 코오롱티슈진이 앞서 두 가지 상장폐지 사유를 안고 있었기 때문이죠.

하나는 사회적으로 큰 파문을 일으켰던 ‘인보사 사태’입니다. 코오롱티슈진은 국산 신약 29호이자 국내 첫 유전자치료제로 품목허가를 받은 골관절염 치료제 ‘인보사케이주(인보사)’의 개발사인데요. 2019년 3월, 인보사의 주성분 중 일부가 허가 당시와 다른 점이 확인되면서 논란이 일기 시작했습니다. 이후 식품의약품안전처가 그해 5월 인보사에 대한 허가취소 결정을 내리면서 파문은 걷잡을 수 없이 확산됐죠.

2017년 11월 코스닥시장에 상장한 코오롱티슈진이 상장폐지 사유 발생으로 주식거래가 중단된 것도 이때부터입니다. 식약처가 허가취소 결정을 내린 직후 한국거래소는 투자자 보호 차원에서 거래를 정지시켰고, 상장적격성 실질심사 대상 여부에 대한 검토에 돌입했습니다. 

기간을 연장하면서까지 신중한 조사를 거친 한국거래소는 결국 2019년 7월 코오롱티슈진을 상장적격성 실질심사 대상으로 결정했습니다. 이어진 절차에서도 기업심사위원회가 상장폐지 결정을 내렸고요. 다만, 코스닥시장위원회가 1년의 개선기간을 부여하기로 결정하면서 최악의 상황은 면할 수 있었습니다. 이후 1년의 개선기간이 한 차례 더 부여됐으며, 올해 2월 심의가 속개된 바 있습니다. 

코오롱티슈진은 인보사 사태로 상장폐지 사유가 발생한 이후에도 추가 상장폐지 사유가 이어지면서 혼란을 거듭했는데요. 먼저, 2019년 반기부터 2020년 반기까지 감사의견 비적정이 이어지면서 상장폐지 사유가 더해졌고, 해당 사유는 지난해 6월 해소됐습니다.

여기서 끝이 아닙니다. 코오롱티슈진은 이웅열 코오롱그룹 명예회장이 2020년 7월 배임 혐의로 기소된 것도 상장폐지 사유가 됐습니다. 다만, 이에 대한 심의가 감사의견 관련 상장폐지 사유 해소 이후 이뤄지기 시작하면서 지난해 7월에야 상장적격성 실질심사 대상이 됐죠. 

이에 대해 기업심사위원회는 지난해 8월 1년의 개선기간을 부여하기로 결정했는데요. 최근 개선기간이 종료되고 코오롱티슈진이 계선계획 이행내역서를 제출함에 따라 상장폐지 여부를 재차 심의하게 된 겁니다.

즉, 24일 코스닥시장위원회가 심의한 것은 ‘인보사 사태’에 따른 상장폐지 사유였고, 기업심사위원회는 이웅열 명예회장의 배임 혐의에 따른 상장폐지 사유를 다룬 겁니다.

따라서 코오롱티슈진은 두 건 모두 상장유지 결정이 내려져야 비로소 상장폐지 위기를 완전히 털어내고 주식거래도 재개될 수 있었습니다. 결과적으로 2019년 5월 이후 3년 5개월 넘게 코오롱티슈진 주식을 들고 답답한 날들을 보내온 6만여 명의 개미투자자들은 시름을 덜어낼 수 있게 됐죠.

그렇다면, 코오롱티슈진은 앞으로 어떻게 될까요?

우선, 코오롱티슈진이 코스닥 상장사로서 상장폐지 사유를 털어내고, 주식거래도 재개되긴 했지만 ‘인보사 사태’의 후폭풍이 끝난 것은 아닙니다. 인보사 사태와 관련된 여러 재판은 여전히 진행되고 있습니다.

무엇보다 인보사 판매는 아직 개시 및 재개되지 않고 있는데요. 파문이 워낙 컸던 데다 관련 재판들도 이어지고 있는 만큼, 국내에서는 당분간 재허가 절차를 밟기 어려울 것으로 보입니다.

다만, 미국 진출 관련 상황은 조금 다릅니다. 인보사 사태가 터진 것은 코오롱티슈진이 미국 진출을 추진하는 과정에서였습니다. 미국 진출을 위한 임상 관련 절차 중 국내 허가와 다른 성분이 확인된 것이 발단이었죠. 국내에서 파문이 터지자 미국 식품의약국(FDA)도 2019년 5월 미국 임상 3상을 중단시켰습니다.

그런데 FDA는 이후 코오롱티슈진 측 해명 및 추가 실험자료 등을 검토해 2020년 4월 임상보류 해제 결정을 내렸습니다. 이후 지난해 12월 임상 3상 환자 투약을 재개했고, 고관절 골관절염까지 적응증을 확대하는 임상 2상 승인도 내려졌죠.

코오롱티슈진은 상장폐지 사유 해소라는 큰 산을 넘은 만큼 향후 미국 임상에 모든 역량을 집중할 것으로 보입니다. 2023년까지 환자 1,020명 투약을 완료하고 2년간의 추적관찰 기간을 거쳐 오는 2025년까지는 임상 3상을 완료한다는 목표입니다.

이와 관련, 코오롱티슈진은 2023년 4월 전까지 최대주주인 코오롱에 대한 제3자 배정 유상증자를 실시해 3,000만달러 내외 자금을 확보하겠다는 계획을 지난 21일 공시했습니다. 뿐만 아니라 코오롱티슈진은 앞서도 지난해 12월과 지난 8월 두 차례에 걸쳐 코오롱을 대상으로 제3자 배정 유상증자를 실시해 각각 355억원, 388억원의 자금을 확보했고, 9월에는 330억원 규모의 영구 전환사채를 발행하기도 했죠.

돌아온 코오롱티슈진을 향한 시장의 반응은 폭발적이었는데요. 25일 거래가 재개된 코오롱티슈진은 시초가가 거래정지 전 대비 100% 오른 1만6,050원에 형성되더니 곧장 상한가로 치솟아 그대로 장을 마쳤습니다. 거센 파문을 일으켰던 코오롱티슈진이 본격적인 재기의 시동을 걸 수 있을지 향후 행보가 주목됩니다.

 

근거자료 및 출처

 

-코스닥시장본부의 코오롱티슈진 ‘기타 시장안내’ 공시 /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 2022년 10월 24일

https://dart.fss.or.kr/dsaf001/main.do?rcpNo=20221024900514
 

-코스닥시장본부의 코오롱티슈진 ‘주권매매 거래정지 해제’ 공시 /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 2022년 10월 24일

https://dart.fss.or.kr/dsaf001/main.do?rcpNo=20221024900515


-코오롱티슈진 주가 / 한국거래소 정보데이터시스템, 2022년 10월 25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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