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CGI가 DB하이텍을 향한 주주서한을 공개하고 본격적인 행동에 돌입했다. / 그래픽=권정두 기자
KCGI가 DB하이텍을 향한 주주서한을 공개하고 본격적인 행동에 돌입했다. / 그래픽=권정두 기자

시사위크=권정두 기자  국내 주주행동주의의 대표주자로서 뚜렷한 발자국을 남겨온 KCGI가 DB하이텍을 향한 공세를 본격화하고 있다. 앞서 물적분할 방식의 분사를 추진하며 소액주주들과 갈등을 빚었던 DB하이텍이 더욱 까다로운 상대를 마주하게 된 모습이다. KCGI의 행동이 DB하이텍에 어떤 변화를 가져오게 될지 주목된다.

◇ DB하이텍 문제 조목조목 지적한 KCGI

‘강성부 펀드’로 널리 알려진 KCGI는 지난 1일 DB하이텍 지배주주 및 경영진이 주주와의 소통 및 주주가치 제고에 대한 의지를 가지고 있는지 의문을 제기하며 DB하이텍을 향한 주주서한을 공개했다. 지난 3월 ‘경영권 영향’을 목적으로 DB하이텍 지분을 대거 취득해 눈길을 끌었던 KCGI가 본격적인 행동에 나선 것이다.

KCGI 측은 우선 “DB하이텍은 20년 이상의 업력을 보유한 아날로그 반도체 특화 파운드리 업체로서 세계적인 기술력과 풍부한 생산능력을 보유하고 있을 뿐 아니라, 미래 성장 동력도 보유한 우수한 기업”이라며 “지배주주 및 경영진이 DB하이텍의 거버넌스 개선을 위해 KCGI와 함께 노력한다면 기업가치가 시장에서 제대로 평가받을 수 있을 것이라고 판단했다”고 DB하이텍 지분 투자에 나섰던 이유를 밝혔다.

이어 KCGI는 여러 차례 주주협의 등 소통을 요구했음에도 DB하이텍이 이에 응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KCGI에 따르면, 주주협의 요청을 담은 첫 공문을 발송한 것은 지난 4월 20일이다. 이에 DB하이텍 측은 일주일 뒤 회신공문을 통해 주주협의 일정을 정하기에 앞서 구체적인 논의 건을 제시해 달라고 요구했다. 이후 KCGI는 지난달 4일 두 번째 공문을 통해 논의하고자 하는 구체적인 안건을 전달하고 주주로서 궁금한 점을 해소하기 위한 자료도 함께 요청했다. 그러자 DB하이텍 측은 요청한 자료를 준비하는데 상당한 기간이 소요될 것이라면서 자료가 준비된 뒤 협의 일정을 논의하자고 대면 협의 일정을 무기한 연기했다. KCGI는 이어 지난달 19일 세 번째 공문을 통해 일정 협의를 재차 요구했으나 회신을 받지 못했다고 밝혔다.

KCGI는 “일련의 주주협의 요청 과정을 통해 DB하이텍 지배주주 및 경영진이 주주와의 소통이나 주주가치 제고에 대한 의지를 가지고 있는지 강한 의문을 품게 됐고, 주주협의를 통한 대화를 거부하고 있다고 판단했다”며 “거버넌스 이슈로 인해 DB하이텍의 기업가치가 계속해서 제대로 평가받지 못하거나 심지어 하락하는 현실을 그대로 두고 볼 수 없는 상황에서 주주서한 공개만이 소통 및 이를 통한 거버넌스 개선을 이끌어낼 유일한 방안이라 공개를 결정했다”고 강조했다.

공개된 주주서한엔 DB하이텍이 지닌 문제점에 대한 따가운 지적이 담겼다. KCGI는 DB하이텍이 저평가받고 있는 이유로 크게 △지배주주의 사적이익 추구 △불투명한 경영 및 내부통제 미비 △무시되고 있는 주주권익 등을 꼽았다.

먼저, 지배주주의 사적이익 추구와 관련해서는 DB그룹 차원의 복잡한 지배구조와 경영권 보호 목적으로 의심되는 자사주 매입 및 물적분할, 지배주주 개인회사와의 내부거래 및 자산 유출, 거액의 기부금 지출 및 김준기문화재단의 DB하이텍 지분 취득 등의 문제가 지적됐다. KCGI는 특히 과거 성범죄를 저지른 김준기 회장이 DB하이텍 미등기 임원으로 재직하며 지난해에만 31억2,500만원의 연봉을 받는 등 고액의 보수를 수령하고 있다며 이를 구태의연하다고 꼬집었다.

불투명한 경영 및 내부통제 미비와 관련해서는 지배주주 개인회사인 DB메탈 지원, DB 이익을 위한 DB월드 콜옵션 포기, 세무조사에 따른 제재에도 재발방지 대책 부재, 특수관계자에 대한 지급수수료, 특수관계자와의 금융거래, 지배주주 일가에 대한 과도한 보수 지급 등의 문제가 지적됐다. 또한 무시되고 있는 주주권익과 관련해서는 물적분할 과정에서의 불통 문제와 기초적인 IR활동의 부재, KCGI 주주협의 요청 외면 등이 지적됐다.

KCGI는 DB하이텍의 이러한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독립적인 이사회 구성과 내부통제 강화를 통한 경영투명성 및 경영효율성 제고, 주주권익 증진 등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특히 주주권익 증진 측면에서는 주주 추천 사외이사 및 감사위원 선임과 집중투표제 도입, 자사주 매입 후 소각 의무화 등의 방안이 담겼다.

이처럼 KCGI가 본격적인 행동에 착수하면서 DB하이텍은 또 다시 긴장감에 휩싸이게 됐다. DB하이텍은 지난해부터 소액주주 차원의 주주행동에 직면한 바 있다. 분사 검토를 계기로 이에 반대하는 소액주주들이 세를 규합한 것이다. 특히 한 차례 분사 검토를 철회했던 DB하이텍이 올해 물적분할 방식의 분사를 재추진 및 강행하면서 적잖은 논란과 갈등이 불거지기도 했다.

KCGI의 행동은 단순 소액주주 행동과는 차원이 다르다. 우선 지분 규모부터 상당하다. KCGI가 현재 보유 중인 DB하이텍 지분은 7.05%다. DB하이텍 최대주주인 DB의 지분이 12.42%인 점, 특수관계인을 포함해도 17.82%인 점에 비춰보면 존재감이 상당한 지분 규모다. 또한 KCGI는 높은 수준의 전문성과 다양한 경험뿐 아니라 상당한 수준의 자금력까지 갖추고 있다.

본격화한 KCGI의 행동이 DB하이텍에 어떤 변화를 가져오게 될지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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