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위크=권정두 기자  물적분할 방식의 분사를 추진하고 나선 DB하이텍에 맞서 소액주주들이 반발하고 있는 가운데, 기업지배구조관련 전문연구소인 좋은기업지배구조연구소(CGCG)가 정기주주총회 안건 분석 결과를 발표했다. DB하이텍의 분사 추진에 반대를 권고하는 한편, 소액주주들의 손을 들어준 모습이다. 가뜩이나 분사 성사를 장담하기 어려운 DB하이텍이 더욱 까다로운 험로를 마주하게 됐다.

◇ “급박한 분사 추진, 우려 해소 완전히 안 돼”

매년 주요 상장 대기업들의 정기주주총회 안건을 분석·평가해 의결권 행사를 권고해오고 있는 좋은기업지배구조연구소는 지난 22일 DB하이텍에 대한 분석 결과를 발표했다. 

DB하이텍은 이번 정기주주총회에 물적분할 방식의 분사 승인을 안건으로 상정해둔 상태다. 지난해 한 차례 분사를 검토하고 나섰다가 이를 철회했던 DB하이텍은 이달 들어 분사 재추진을 공식화한 바 있다. 이에 DB하이텍 소액주주연대는 지난해에 이어 이번에도 거세게 반발하고 있는 중이다.

좋은기업지배구조연구소는 우선 DB하이텍이 물적분할 관련 우려를 해소하기 위해 마련한 방안에 대해선 찬성을 권고했다. 분사를 통해 새롭게 설립되는 자회사가 물적분할 후 5년 이내에 상장을 추진할 경우, 모기업의 주주총회 특별결의 승인을 받도록 하는 내용이다. 좋은기업지배구조연구소 측은 해당 안건에 대해 “쪼개기 상장 문제에 대한 일부 보완장치는 될 수 있다”고 평가했다.

하지만 분사에 대해선 반대의 입장을 분명히 했다. 분사 추진이 매우 급하게 이뤄지고 있을 뿐 아니라, 물적분할을 둘러싼 우려를 완전히 해소시키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좋은기업지배구조연구소는 “이번 분할안건의 특징은 기존에 논란이 된 쪼개기 상장의 문제점을 일부 보완했다는 점”이라면서도 “한국거래소가 운영하는 시장이 아닌 경우, 그리고 5년이 지난 경우엔 모회사의 특별결의 없이 자회사 상장이 가능해 쪼개기 상장의 문제가 근본적으로 해소되지 않는다”고 밝혔다.

실제 DB하이텍 측이 상정해둔 안건을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분할신설 자회사 정관엔 ‘본 회사가 한국거래소의 유가증권시장 또는 이와 유사한 국내외증권시장에 주권을 상장하고자 하는 경우 사전에 모회사인 주식회사 DB하이텍의 주주총회 특별결의에 의한 승인을 얻어야 한다’는 내용이 명시된다.

반면 DB하이텍의 정관엔 자회사가 ‘분할된 날로부터 5년이 지나지 않은 시점에 한국거래소가 운영하는 유가증권시장 등에 주권을 상장하고자 하는 경우’에 DB하이텍의 특별결의 승인을 얻어야 한다고 명시된다. 

이와 관련, DB하이텍 소액주주연대 측도 DB하이텍 정관 변경 내용에서 ‘5년 제한’ 문구를 삭제하고, 제3자로부터의 투자를 제한하는 내용을 삽입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좋은기업지배구조연구소는 이밖에도 DB하이텍 측이 상정한 안건엔 반대를, 소액주주연대 주주제안 안건엔 찬성을 권고했다.

DB하이텍 측이 추천한 사외이사 후보자들에 대해선 독립성 훼손 우려와 과다 겸직 등을 이유로 반대한 반면, 소액주주 측이 추천한 사외이사 후보자에 대해선 결격사유가 없다며 찬성을 권고한 것이다. 아울러 집중투표제 도입을 골자로 하는 정관 일부 변경 주주제안에 대해서도 좋은기업지배구조연구소 측은 “지배주주의 일방적인 의사결정을 견제하고 주주가치를 보호하는 데 기여할 수 있다”며 찬성의 뜻을 밝혔다.

이처럼 좋은기업지배구조연구소 측이 반대를 권고하고 나서면서 DB하이텍의 분사는 더욱 까다로운 험로를 마주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분사 승인을 위해선 출석한 주주 의결권의 3분의 2, 발행주식 총수의 3분의 1 이상 동의가 필요하다. 그런데 DB하이텍 최대주주인 DB는 특수관계인을 포함한 지분이 17.85%에 그친다. 반면, 소액주주들이 전체 주식의 77.03%를 보유 중이고, 국민연금도 7.94%의 지분을 갖고 있다. 이런 가운데, 좋은기업지배구조연구소의 반대 권고는 소액주주 측 동의를 이끌어내는데 있어 부정적인 영향을 끼칠 전망이다.

한편, 분사 여부가 결정될 DB하이텍의 정기주주총회는 오는 29일 개최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