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 “단기적 영향 없어도 부동산 시장 연착륙 유도에는 효과”
시민단체 “소득 불균형 및 양극화 심화… 부작용 고려하지 않아”

최근 정부가 ‘2023년 경제정책방향‘을 발표하면서 부동산 규제를 대폭 완화키로 했다. / 뉴시스
최근 정부가 ‘2023년 경제정책방향‘을 발표하면서 부동산 규제를 대폭 완화키로 했다. / 뉴시스

시사위크=김필주 기자  정부가 다주택자‧실수요자 등을 상대로 대대적인 규제 완화에 나서기로 했다. 정부는 이를 통해 장기간 침체기를 겪고 있는 부동산 시장의 연착륙을 유도한다는 전략이다. 전문가들은 당장 시장에 주는 영향은 적을지라도 부동산 시장 연착륙에는 다소 효과가 있을 것이라며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이에 반해 시민단체들은 다주택자‧고소득자만 혜택을 받게 됐다며 이로 인해 소득 불균형 및 양극화가 더 벌어질 것이라며 일제히 비판했다.

◇ 정부, ‘규제 완화를 통한 부동산 시장 연착륙 유도’ 방점

최근 기획재정부 등 정부 관계기관이 합동으로 발표한 ‘2023년 경제정책 방향’에 담긴 부동산 정책의 정의는 한마디로 ‘과도하고 징벌적인 부동산 규제의 정상화’와 이를 통한 ‘부동산 시장 연착륙 유도’다.

먼저 정부는 지난 2020년 비(非)아파트만 허용하도록 대폭 축소했던 장기 매입임대주택 사업에 10년 이상 장기 임대한 전용면적 85㎡ 이하 아파트도 등록 가능하도록 복원했다. 

이 과정에서 전용면적 60㎡ 이하 아파트를 등록하는 신규 매입임대주택 사업자에게는 취득세를 85~100% 감면해주고 전용면적 65~85㎡는 50%의 취득세 감면 혜택을 부여할 계획이다.

여기에 조정대상지역 내 매입임대주택 등록시 양도세 중과배제 및 종합부동산세 합산 배제 혜택을 주고 법인이 매입임대주택을 등록하면 법인세 추가과세(양도차익의 20%)를 배제키로 했다.

또 의무임대기간을 10년에서 15년까지 확대 적용하는 사업자에게는 세제 인센티브 부여시 적용하는 주택가액 요건을 추가 완화하고 등록임대사업자를 대상으로 규제지역 내 LTV 상한을 일반 다주택자 보다 확대하는 방안을 추진한다.

다주택자에게 적용됐던 규제를 완화하고 공급주체로서의 역할을 강화했다. 기존 8~12%가 적용됐던 다주택자 취득세 중과제도는 절반 수준인 4~6%로 완화된다.

내년 5월까지 한시 유예 중인 양도세 중과배제는 2024년 5월까지 1년 연장된다. 분양 및 주택‧입주권에 적용됐던 단기 양도세율은 2020년 수준으로 환원된다.

동시에 규제지역 다주택자에 대한 주택담보대출(주담대) 금지 규제를 해제하고 LTV 상한을 30% 적용한다.

실수요자에 대한 규제개선도 이뤄진다. 정부는 내년 초 규제지역을 추가해제하고 민간택지 분양가 상한제 적용 지역도 조정할 계획이다. 또한 내년 초 실거주‧전매제한 규제를 5년 전 수준으로 환원해 발표할 방침이다.

생활안정‧임차보증금 반환 목적의 주담대 규제는 완화돼 주택 구입시와 같은 LTV가 적용된다. 예로 9억원 초과 주택 임차보증금 반환 주담대 전입의무(현 3개월)는 폐지되고 현 2억원인 15억원 초과 아파트 임차보증금 반환 주담대 한도는 없어진다.

규제지역 무주택자 LTV는 시장‧가계부채 여건 등을 고려해 상향하는 방안을 검토키로 했다.

이외에도 내년 1월부터는 재건축 안전진단 합리화 방안이 시행되며 내년 상반기 중 3기 신도시의 전체 토지 보상을 완료하고 부지조성 착공에 들어갈 예정이다.

‘레고랜드’ 사태로 신용위기 우려를 겪고 있는 부동산 PF(프로젝트파이낸싱) 시장을 지원하기 위해 HUG(주택도시보증공사)의 부동산 PF 보증 확대, 미분양 PF 신설 등도 추진한다.

정부가 장기 매입임대주택 사업에 전용 면적 85㎡ 이하 아파트도 등록 허용키로 했다. / 뉴시스
정부가 장기 매입임대주택 사업에 전용 면적 85㎡ 이하 아파트도 등록 허용키로 했다. / 뉴시스

◇ 전문가들 “시장에 미치는 단기적 효과 없으나 연착륙 유도에 다소 도움” 

부동산 전문가들은 이번 대책이 시장에 큰 영향을 주지 못해도 장기적 측면에서 시장 연착륙 유도에는 효과가 있을 것으로 봤다.

함영진 직방 빅데이터 랩장은 <시사위크>와의 통화에서 정부의 부동산 대책에 대해 “높은 이자 부담과 경기둔화 국면에서 주택가격이 하락하고 구매심리마저 얼어붙자 정부가 주택 추가 구입을 막는 수요 억제책 보다는 하방 리스크를 줄이고 거래 정상화하는 것에 무게를 둔 것으로 판단된다”고 평가했다.

이어 “부동산 규제 완화 조치가 침체된 시장을 단기적으로 상승세로 전환하거나 빠른 회복세로 이끌어 내기에는 제한적이겠지만 일부 급매물 소화와 시장 연착륙에는 다소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또 “신축 희소성과 탄탄한 호재로 평소 대기수요가 꾸준했던 알짜 지역은 가격 하락과 매물출회(매물이 시장에 나와 도는 것)의 속도조절(둔화)이 발생될 수 있다”며 “경기 둔화와 얼어붙은 고용시장으로 자기자본 비율이 낮은 수요층보다는 현금이 충분하거나 대출 여력이 있는 여유 계층에서 알짜 지역에 대한 경매·급매물 유통이 발생할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했다.

그러면서도 “신규 입주 등 주택공급이 많거나 가계대출 비중이 크고 다중채무자가 집중된 지역은 수요 진작에 한계를 보이는 양극화가 발생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임병철 부동산R114 리서치팀 팀장 역시 마찬가지로 “주택 거래를 저해했던 규제들이 완화되는 만큼 집값 급락을 막고 시장 연착륙을 유도하는데 다소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고 진단했다.

뒤이어 “특히 2020년 7.10대책 때 축소됐던 민간 등록임대에 대한 혜택이 크게 개선되면서 집값이 상대적으로 하락했던 수도권 외곽지역 중심으로 구매 문의가 늘 것으로 보인다”며 “내년 1분기 중 시행 예정인 특례보금자리론의 경우 DSR(총부채원리금상환율)에서 자유롭고 소득 조건 없이 주담대가 가능해 실수요자들의 관심이 높을 것으로 사료된다”고 예측했다.  

다만 그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금번 대책은 냉각된 부동산 시장을 단기간 활성화하기에는 한계가 있을 것으로 생각된다”며 “고금리 여파와 경기 침체 우려 등으로 매수 심리가 회복하려면 일정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이는데 무엇보다 최종 기준금리가 어느 정도까지 오를지, 시장 위축 분위기가 언제까지 이어질지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은형 대한건설주택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정부가 내놓은 대책은 전반적으로 부동산 시장의 거래 저해요소들을 완화해 시장 연착륙을 유도하려는 내용”이라면서 “설령 단기적인 가시효과를 기대하기 어렵더라도 장기적으로 ‘규제완화를 통한 시장정상화’ 측면에서 긍정적”이라며 높은 점수를 줬다.

그러면서 “민간 등록임대 혜택 전용 85㎡ 이하 아파트까지 확대, 생활안정·임차보증금 반환 목적 주담대 규제완화, 다주택자 취득세 중과배제 완화 등 규제 완화 대부분은 정부가 시장거래 저해요소들을 저감‧완화하기 위한 조치라고 받아들이면 된다”고 전했다.

시민단체들은 정부의 다주택자 규제 완화가 양극화를 가져올 것이라고 비판했다. / 뉴시스
시민단체들은 정부의 다주택자 규제 완화가 양극화를 가져올 것이라고 비판했다. / 뉴시스

◇ 시민단체 “정부 대책 불평등 심화시킬 것… 규제 완화 이후 부작용 대비책도 없어”

한편 시민단체들은 ‘2023년 경제정책 방향’에 포함된 부동산 정책이 소득 불균형 및 양극화만 초래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박효주 참여연대 민생희망본부 간사는 “미 연준(FED)의 금리인상,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장기화 등으로 전세계의 경제성장이 둔화되고 있는 가운데 한국은행의 금리인상과 레고랜드 사태 등으로 국내에선 가계부채 부담 증가, 건설사들의 자금조달난이 발생하고 있다”며 “이같은 상황에서 정부는 집값 하락을 막겠다는 일념 하에 부동산 관련 세제·금융·재건축 등 말 그대로 전방위적인 부동산 규제완화 포문을 열고 있다”고 지적했다.

또한 그는 “이번 대책의 가장 큰 문제점은 아파트 임대사업자 제도를 부활하고 다주택자·법인의 취득세 중과 배제, 조정대상 지역 내 종부세 합산 배제, 15년 이상 장기 임대시 주택가액 인상 등 세제 혜택을 늘리면서 임대사업자에 대한 공적의무는 최소 2호 이상 등록이 전부라는 점”이라고 꼬집었다.

아울러 “정부는 부동산 규제 완화 방안을 제시하면서 이에 따른 부작용을 최소할 방안은 내놓지도 않았다”며 “다주택자 등에 대한 취득세·양도세 중과배제 등의 규제완화는 자산불평등을 더욱 심화시키고 투기 수요를 부추겨 부동산 시장 불안 초래할 수 있다”고 비판했다.

권오인 경실련 경제정책국 국장은 “현재 부동산 가격 하락 추세에서 정부가 다주택자의 규제를 풀겠다는 것은 부동산 거품을 떠 받치겠다는 의도로만 읽혀진다”며 “이중 취득세 중과 완화는 오로지 부동산 가격 하락 방지만을 목표한 것으로 보인다”고 문제 삼았다.

그러면서 “최근 부동산 사격 하락은 코로나 사태 초기 경기 하강을 예방하고자 공급한 유동성을 회수하는 과정에서 나타난 결과”라며 “현 상황은 시장에 풀린 유동성으로 급등한 부동산 가격이 원래 시장가치로 회귀하는 자연스러운 과정으로 보아야 한다. 또 지금 부동산 가격은 여전히 국민소득 대비 높은 상황이므로 더 내려가야 한다”고 분석했다.

끝으로 “이러한 여건에서 정부가 굳이 부동산 시장을 연착시키려 한다면 세제혜택‧금융정책으로 시장에 직접 개입하기 보다는 기존 추진 중인 정책들의 효과를 충분히 지켜본 후 추가 정책을 마련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을 맺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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