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연 “한국 GDP 대비 가계부채 비율 156.8%… 1위 스위스 제쳐”

전경련 산하 한국경제연구원은 전세보증금 포함시 한국의 가계부채 비율이 OECD 국가 중 1위라고 발표했다.  / 뉴시스
전경련 산하 한국경제연구원은 전세보증금 포함시 한국의 가계부채 비율이 OECD 국가 중 1위라고 발표했다. / 뉴시스

시사위크=김필주 기자  전세보증금을 포함할 경우 지난해 한국의 가계부채는 3,000조원에 육박하면서 OECD 국가 중 GDP(경제규모) 대비 가계부채 비율이 가장 높은 국가라는 조사결과가 나왔다.

전세‧반전세는 한국에만 있는 유일한 임대차 제도다. 따라서 각 나라별 가계부채 관련 공식 국제통계 집계 과정에서 전세보증금은 제외됐다. 

6일 한국경제연구원(이하 ‘한경연’)은 이같은 내용이 담긴 ‘전세보증금을 포함한 가계부채 추정 및 시사점’ 분석 보고서를 발표했다. 

먼저 한경연이 추정한 결과 전세보증금은 2017년말 770조9,000억원에서 2022년말 1,058조3,000억원으로 5년 동안 287조4,000억원(37.3%↑) 증가했다. 여기에 금융기관 대출 등을 더하면 총 가계부채는 같은 기간 2,221조5,000억원에서 2,925조3,000억원으로 703조8,000억원(31.7%↑) 늘어났다. 

한경연 측은 “특히 지난 2020년부터 2021년 사이 임대차 3법 시행 등에 따른 전세금 급등, 코로나19 사태로 인한 인한 생계비 등 대출증가로 가계부채가 급증했다”고 설명했다.

우리나라의 GDP 대비 가계부채 비율은 지난 2021년 기준(2022년 명목 GDP 미공표) 105.8%로 집계되면서 OECD 31개국 중 4위를 차지했다.

하지만 전세보증금을 가계부채에 포함시키면 한국의 GDP 대비 가계부채 비율은 156.8%로 기존 1위였던 스위스(131.6%)를 제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동기간 주요 선진국(G5)의 GDP 대비 가계부채 비율은 영국 86.9%, 미국 76.9%, 일본 67.8%, 프랑스 66.8%, 독일 56.8% 등 모두 100% 미만에 불과했다.

특히 우리나라 가계는 대출규모가 큰데다 소득 대비 부채 비율까지 높아 상환여력이 취약하다는 문제점이 드러났다. 2021년 기준 한국의 가처분소득(소득-세금·사회보장부담금 등) 대비 가계부채 비율은 206.5%로 OECD 34개국 중 6위에 속했다.

전세보증금을 가계부채에 포함하면 한국의 가처분소득 대비 가계부채 비율은 303.7%까지 폭증하면서 OECD 34개국 중 1위를 기록하게 된다. 주요 선진국인 영국(148.4%), 프랑스(124.3%), 일본(115.4%), 독일(101.5%), 미국(101.2%) 등의 가처분소득 대비 가계부채 비율 우리나라의 절반 수준도 되지 않았다.

최근 5년간 국내 가계대출에서 변동금리 대출이 차지하는 비중이 늘어난 것으로 조사됐다.

대출잔액 기준 2017년말 66.8%였던 변동금리 대출 비중은 작년말 76.4%로 9.6%p(퍼센트포인트) 증가했다. 이 기간 중 신규 대출에서 변동금리 대출이 차지하는 비중도 64.3%에서 75.3%로 11.0%p 늘어났다.

이에 대해 한경연은 “현재 금융당국이 DSR(소득 대비 원리금 상환비율, Debt Service Ratio) 규제 강화 등 자금공급 억제를 강화하고 있으나 이는 근본적인 대출 수요를 줄이지 못해 실효성에 한계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실제로 지난 2022년 DSR 규제가 확대되자 규제에 포함되지 않는 다른 고금리 대출이 크게 늘었다”며 “카드대출 상품 중 DSR 규제 대상인 카드론 증가율은 전년 대비 2.3%에 그쳤으나 규제권 밖에 있는 리볼빙·현금서비스는 각각 19.7%, 4.3% 증가했다”고 덧붙였다.

추광호 한경연 경제정책실장은 “부동산 경기 둔화, 고금리에 따른 이자 상환부담 가중 등으로 가계대출 증가세가 최근 둔화되고는 있으나 부채의 절대규모가 상당하고 높은 변동금리 비중 등 질적 수준마저 취약하다”며 “가계부채 문제는 언제든지 우리 경제의 뇌관으로 작용할 수 있는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또 “자산 시장 연착륙으로 대출수요를 안정적으로 관리하면서 규제개혁·세제개선 등 기업활력 제고를 통한 양질의 일자리 창출로 가계소득 증진과 금융방어력 확충에 나서야 한다”고 주장했다. 

연도별 전세보증금 포함시 대한민국 가계부채 규모/ 한국경제연구원
연도별 전세보증금 포함시 대한민국 가계부채 규모/ 한국경제연구원

한편 최근 KB금융지주 경영연구소도 ‘2023년 부동산 보고서’를 통해 한국의 가계부채가 주요 선진국 중 가장 높은 수준이며 지난 2010년 이후 증가 속도가 가장 빠르다고 지적했다.

또한 보고서에서는 한국의 가계부채는 PIR(가계소득 대비 주택가격 비율)이 높아 주택 구매시 가계부채도 빠르게 증가하는 특성을 지니고 있다.

2021년 기준 한국의 PIR은 7.6으로 1위 호주(8.0)에 이어 2위를 차지하고 있다. 이는 캐나다(6.0)·영국(5.1)·미국(5.0) 보다도 높은 수준이다.

보고서는 한국이 이처럼 PIR 수준이 높은 것은 고가 아파트 중심으로 부동산 시장이 성장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즉 한국의 경우 △아파트가 상대적으로 고가 주거 형태인 점 △아파트 비중이 절대적으로 높은 점 △주택 가운데 아파트의 선호도가 가장 높다는 점 등이 주거비 부담을 높이고 있다는 것이다.

한 시민단체 관계자는 <시사위크>와의 통화에서 “정부가 ‘부동산 시장 연착륙’이라는 목표 아래 각종 대출 규제를 완화하고 있다”며 “문제는 이에 따른 부작용 해소 방안은 전혀 마련되지 않았다는 것”이라고 문제삼았다.

또 “경기 침체 장기화로 최근 들어 가계부채 증가율이 약간 둔화됐지만 총 가계부채 규모는 여전히 글로벌 평균 수준을 넘어선 상태”라며 “수출 저조, 고물가 상황, 미 연준의 추가 금리인상 시사 등 경제 여건이 매우 어려운 상황에서 가계부채는 향후 금융위기 뇌관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있다”고 우려했다.

그는 “정부는 지금이라도 전세자금대출 등을 포함한 모든 대출에 DSR 규제를 적용해 엄정하게 관리해야 한다”며 “아울러 취약계층에 대한 사회안전망을 강화해 이들이 빚을 내 생활자금을 마련하는 환경도 없애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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