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은 12월들어 총 9차례 청와대를 찾았다. 그 중 7번은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리는 행사를 주재하기 위해서였다. 사진은 윤 대통령이 지난 21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제12차 비상경제민생회의 겸 제1차 국민경제자문회의를 주재하는 모습. / 뉴시스
윤석열 대통령은 12월들어 총 9차례 청와대를 찾았다. 그 중 7번은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리는 행사를 주재하기 위해서였다. 사진은 윤 대통령이 지난 21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제12차 비상경제민생회의 겸 제1차 국민경제자문회의를 주재하는 모습. / 뉴시스

시사위크=서예진 기자  12월 들어 윤석열 대통령의 청와대 활용이 잦아졌다. 영빈관 신축 계획이 무산된 상황에서 대통령실이 선택할 수 있는 ‘최선의 방법’이겠지만, 윤 대통령이 야심차게 열어젖힌 ‘용산 시대’의 한계를 보여준다는 지적이 나온다. 

◇ 사흘에 한 번 꼴로 청와대 찾아

청와대 영빈관은 2층 구조의 석조 건물로 1978년 건립됐다. 내부 홀 규모는 청와대 건물 중에서 가장 큰 496㎡이며, 층고도 10m에 달한다. 규모가 크다보니 대규모 인원을 수용할 수 있다. 문재인 정부 시절 신년 기자회견을 청와대 영빈관에서 연 것은 200여명 가량의 인원을 수용하기 때문이었다. 또 내·외부의 모습이 청와대의 위엄을 보여주는 곳이기도 했다.

이달 들어 청와대 영빈관에서는 총 7차례 대통령 주재 행사가 열렸다. 처음 윤 대통령이 청와대 영빈관을 찾은 것은 지난 5일 응우옌 쑤언 푹 베트남 국가주석과의 국빈 만찬 행사 때문이었다. 

이후 8일 카타르월드컵 축구 국가대표단 만찬, 15일 국정과제점검회의, 20일 청년간담회, 21일 비상경제민생회의 겸 국민경제자문회의, 22일 미래과학자와의 대화, 23일 자립 준비 청년과의 만남 등이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렸다. 

청와대 상춘재를 활용한 사례까지 합치면 윤 대통령의 청와대 사용은 이달에만 9번이다. 윤 대통령은 지난 6일 푹 주석과 상춘재에서 차담을 했고, 이어 9일에도 5개 경제단체장과 상춘재에서 회동한 것으로 알려졌다. 사흘에 한 번 꼴로 청와대를 찾은 것이다. 

대통령실은 윤 대통령이 처음으로 청와대 영빈관을 사용했을 당시 “역사와 전통의 계승과 실용적 공간의 재활용이라는 측면에서 의미가 있다”며 “국격에 걸맞은 행사 진행을 위해 영빈관 등을 실용적으로 활용할 예정”이라고 밝힌 바 있다. 이달에 9번이나 청와대에서 대통령은 손님으로 맞았다. 

◇ 청와대 영빈관 찾은 이유

사실 윤 대통령은 당선인 시절 청와대 영빈관 활용 등에 대해 언급한 바 있다. 하지만 지난 5월 10일 윤석열 정부 출범으로 ‘용산 시대’가 열리면서 윤 대통령은 11월까지 한 번도 청와대를 찾지 않았다. 윤석열 정부 출범과 동시에 청와대를 개방했는데, 대통령 주재 행사가 열릴 경우 개방의 취지가 흐려진다는 이유에서다. 

취임과 동시에 청와대를 나온 윤 대통령은 내외빈 행사를 호텔, 용산 대통령실 청사, 국방컨벤션센터, 국립중앙박물관 등 여러 곳에서 열었다. 11월 관저에 입주하면서 내외빈 초대도 시작됐다. 

그러나 관저는 대규모 인원을 수용하기에 적합하지 않다. 국립중앙박물관은 조 바이든 대통령 방한 당시 만찬이 열렸으나, 이 곳을 행사에 활용하게 되면 관람객이 입장할 수 없게 된다. 호텔은 경호 상 문제가 제기될 수 있고 한국의 역사성을 보여주지 못한다는 지적이 있었다.

이 때문에 새 영빈관 건축 계획이 세워지기도 했다. 하지만  878억여원이 소요되는 신축 계획이 사전 설명 없이 내년도 예산안에 반영된 게 드러났다. 야당의 반대에 부딪힌 것은 어쩌면 당연했다. 영빈관 신축 계획이 무산되면서 국격에 걸맞는 내·외빈 행사 장소를 찾기 어려워졌고, 결국 청와대 활용을 선택한 것으로 보인다.  

그럼에도 비판은 피할 수 없다. ‘국민에게 돌려 준다’던 청와대 이용이 지나치게 많다는 지적이 있다. 대통령이 방문하는 만큼 경호가 중요해지니, 관람객의 불편은 불가피하다. 또 용산 이전을 철저하게 준비하지 못한 여파가 ‘공간의 재활용’으로 드러났다는 비판도 남아 있다. 그렇다고 새 영빈관을 마련할 수는 없다는 게 현재의 대통령실 분위기다. 한 번 시도했다가 무산됐기 때문이다. 결국 당분간 윤 대통령의 청와대 영빈관 방문은 계속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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