핵심 참모 김태효, 대법원 유죄 확정 두 달만에 형선고실효

윤석열 대통령이 27일 2023년 신년 특별사면을 단행했다. 이번 특사에는 이명박 전 대통령(왼)과 김경수 전 경남지사(오)가 포함됐고, 국정농단 사건 관련자들도 특사 명단에 올랐다. / 뉴시스
윤석열 대통령이 27일 2023년 신년 특별사면을 단행했다. 이번 특사에는 이명박 전 대통령(왼)과 김경수 전 경남지사(오)가 포함됐고, 국정농단 사건 관련자들도 특사 명단에 올랐다. / 뉴시스

시사위크=서예진 기자  윤석열 대통령이 27일 2023년 신년 특별사면을 단행했다. 이번에 사면된 이들은 총 1,373명이다. 윤석열 정부 두 번째 특사에는 지난 광복절 특사와 달리 정치인과 주요 공직자, 선거사범 등이 다수 포함됐다. 

이명박 전 대통령이 사면·복권됐으며 김기춘 전 비서실장 등 ‘국정농단’ 사건 관련자들도 사면 대상에 포함됐다. 또 윤 대통령 핵심 참모인 김태효 국가안보실 1차장은 대법원에서 유죄가 확정된 뒤 불과 두 달 만에 이번 특사 대상에 이름을 올렸다. 

사실상 보수 진영의 정치인 및 공직자 중심의 사면이었다. 김경수 전 경남지사는 복권 없는 사면을 받았고, 전병헌 전 정무수석과 신계륜 전 민주당 의원, 강운태 전 광주시장 등이 특사 명단에 포함되는 등 야권 인사도 있었다. 그러나 측근에게 면죄부를 주고, 윤 대통령이 검사 시절 수사했던 피고인들을 스스로 사면했다는 비판을 피하기는 어려워 보인다. 

◇ 사면에 정치인이 포함된 이유

윤 대통령은 이날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제57회 국무회의를 열고 법무부 사면심사위원회가 확정해 올린 특사 명단을 의결했다. 윤 대통령은 모두발언에서 “각계의 의견을 수렴해 신중하게 결정했으며, 이번 사면을 통해 국력을 하나로 모아 나가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이번 특사의 목적은 ‘국민대통합’이라는 의미다. 

이번 사면 규모는 정치인, 공직자, 선거사범, 특별배려 수형자 등 1,373명이다. 윤 대통령 취임 후 첫 사면이었던 광복절 특사에는 정치인을 배제하고 경제인 중심으로 이뤄졌지만, 이번에는 정치인이 9명, 공직자 66명이 포함됐다. 

법무부는 “새 정부 출범 첫해를 마무리하며 범국민적 통합으로 하나 된 대한민국의 저력을 회복하는 계기를 마련하는 의미에서 이 전 대통령을 비롯한 정치인을 사면 대상에 포함했다”고 설명했다. 윤 대통령이 “국력을 하나로 모아 나가는 계기”라고 발언한 것과 같은 맥락이다. 

이번 사면에서 가장 관심을 끌었던 것은 이 전 대통령과 김 전 지사다. 두 사람 모두 특사 명단에 이름을 올렸지만 이 전 대통령은 잔형 집행 면제 및 복권이 이뤄졌고, 김 전 지사는 남은 형만 면제하고 복권은 하지 않았다. 

정치인 중 여권에선 김성태 전 자유한국당 의원, 최구식·이병석 전 새누리당 국회의원, 이완영 전 자유한국당 의원이 사면됐고, 야권에서는 전병헌 전 수석, 신계륜 전 의원, 강운태 전 시장 등이 이름을 올렸다.

김기춘 전 대통령비서실장, 우병우 전 민정수석, 안봉근·이재만 전 비서관 등 ‘국정농단’ 사태의 관련 공직자들이 대거 포함됐다. 박근혜 정부의 최경환 전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조윤선 전 정무수석, 남재준·이병기·이병호 전 국정원장 등이 ‘공직자’로 분류돼 사면을 받았다. 이명박 정부 원세훈 전 국정원장은 절반의 형기를 감형하는 쪽으로 결론이 났다. 김태효 1차장(전 청와대 기획관)은 형 선고가 실효됐다. 

◇ 보소 인사에 치중된 사면

이러다보니 이번 특사는 보수진영 정치인과 보수 정부 공직자에 치중됐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이 전 대통령은 고령의 전직 대통령에 대한 예우와 배려라는 대통령 사면의 관례를 따른 반면, 김 전 지사의 경우 복권을 하지 않아 한동안 정치 활동을 못하도록 하겠다는 의도로 보인다. 게다가 보수 진영 인사를 대거 특사에 포함하기 위해 야권 인사 사면이 필요한 상황이어서 형기가 5개월 남은 김 전 지사를 사면한 것으로 풀이된다.  

또 이 전 대통령과 국정농단 사건의 관련자들 모두 윤 대통령이 검사 시절 수사한 이들이다. 다스 자금 횡령 등의 혐의로 이 전 대통령을 기소한 서울중앙지검의 지검장이 윤 대통령이었으며, 국정농단 특검의 수사팀으로 활약해 문재인 정부 초대 서울중앙지검장으로 영전된 사람도 윤 대통령이었다. 

이날 형 선고가 실효된 김 1차장은 이명박 정부 당시 군사기밀이 담긴 국정원·국군기무사령부 작성 문건을 외부로 유출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김 1차장이 연루된 국군 사이버사령부의 불법 정치관여 사건을 수사 지휘한 인물이 윤 대통령이었다. 자신이 수사한 인물을 안보실 1차장으로 임명하고, 유죄 확정 두 달 만에 선고의 효력을 없애버린 셈이다. 

하지만 한명숙 전 국무총리는 복권 명단에 포함되지 않았다. 추징금을 미납했다는 이유에서다. 제주 강정마을 주민들은 단 한명도 사면자 명단에 이름을 올리지 못했다. 윤 대통령도 후보 시절인 지난 2월 강정마을을 방문해 이곳을 ‘통합과 평화의 상징’으로 바꿔나가겠다고 했지만 약속이 무색해졌다는 평가다. 

이 때문에 ‘국민대통합’을 기치로 내세운 특사라기에는 미진한 구석이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더불어민주당은 “국민 통합을 저해하고 국론을 분열시키는 사면이다. 이명박 부패 세력과 박근혜 적폐세력을 풀어준 묻지마 대방출 사면”이라고 비난했고, 정의당은 “오늘 발표된 윤석열 정부의 사면은 법치주의가 아니라 윤치주의 사면이다. 국민이 쌓아올린 민주주의를 모욕하는 사면이고, 절대 수용 불가하다”고 강조했다. 

국정농단 관련자를 사면한 것에 대해 정부는 국정농단의 가장 큰 책임자인 박근혜 전 대통령이 이미 사면됐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특히 공직자들의 경우 직책 직무와 관련해 잘못된 관행에 따라 불법 행위를 저질러 법의 심판을 받았지만, 다시 국가 발전에 기여할 기회를 제공하기 위해 사면했다고 설명했다. 범죄의 경중, 국가에 기여한 공로, 형집행률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했다는 게 정부의 입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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