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이 4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농림축산식품부-해양수산부 업무보고에 앞서 국기에 대한 경례를 하고 있다. / 뉴시스
윤석열 대통령이 4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농림축산식품부-해양수산부 업무보고에 앞서 국기에 대한 경례를 하고 있다. / 뉴시스

시사위크=서예진 기자  윤석열 대통령이 9·19 남북군사합의(이하 9·19 합의) 효력 정지를 언급했다. 북한의 9·19 합의 위반이 일상화된 상황에서 무인기 침공까지 발생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또한 북한의 도발로 국민의 안전이 위협을 받으면서까지 9·19 합의를 지킬 수 없다는 의미기도 하다. 하지만 9·19 합의 효력이 정지될 경우 후폭풍이 우려된다. 

◇ 북한이 9·19 합의 파기한 것으로 인식

9·19 합의는 2018년 9월 평양공동선언의 부속 합의서다. 정식 명칭은 ‘역사적인 4·27 판문점선언 이행을 위한 군사분야 합의서’로, 상대에 대한 적대적 행위 중지를 골자로 하고 있다. 군사분계선 일대에서 상대방을 겨냥한 군사연습 중지, 군사분계선 상공 군용기 비행금지 구역 설정 등을 내용으로 담고 있다. 

4일 윤 대통령은 국가안보실과 국방부, 합동참모본부, 국방과학연구소로부터 북한 무인기 관련 대응 전략을 보고 받고 “북한이 다시 우리 영토를 침범하는 도발을 일으키면 9·19 합의 효력 정지를 검토하라”고 국가안보실에 지시했다. 

윤석열 정부는 북한의 연이은 도발로 9·19 합의가 사실상 지켜지지 않고 있다고 인식한 것으로 보인다. 대통령실 핵심관계자는 이날 오후 취재진에게 “북한이 9·19 합의를 명시적으로 위반한 것만 17번”이라며 “북한의 9·19 합의 위반이 일상화된 상황이라는 표현을 쓰는 것도 (이같은) 수치가 뒷받침 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 다른 대통령실 고위관계자는 “무인기뿐만 아니라 북한의 미사일 도발을 포함해서 사실상 합의 위반이 일상화되는 비정상적인 날들이 지속됐다”며 “9·19 합의 효력 정지는 우리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지키기 위해 행정 수반이자 국군통수권자의 결단에 따른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특히 이번에 무인기 도발로 인해서 국민들께서 느끼시는 불안감이 없도록 국군통수권자로서 단호한 대비태세를 주문하신 것”이라고 덧붙였다. 9·19 합의를 지키는 데 초점을 맞추다가 북한의 도발에 맞대응을 하지 못한다면 국민의 불안감이 높아질 것이라고 보고 있는 것이다. 

◇ 북한 도발 억제 수단

다만 대통령실은 9·19 합의 효력 정지는 폐기가 아니라는 점을 분명히 했다. 대통령실 핵심관계자는 “가장 중요한 것은 9·19 합의 효력 정지를 통해 군사적 조치를 취해야 하는 상황이 오지 않도록 하는 것”이라며 “저희의 강력한 의지를 밝힌 만큼 북한이 무모한 도발을 하지 않아야 한다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그럼에도 불구하고 군사분계선을 침범하는 그런 도발이 있다면 그때는 즉시 비례적 대응이 아니라 압도적 대응을 해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이는 9·19 합의 효력을 정지하는 상황이 오지 않아야 하며, 효력 정지로 인해 더 큰 군사적 조치가 일어날 수 있다는 것을 경고한 셈이다. 9·19 합의 효력 정지는 폐기를 위한 것이 아니라 북한의 도발을 억제하려는 수단이라는 의미다. 

그러나 윤 대통령과 대통령실의 대응이 ‘전쟁 불사’로 비춰진다는 지적이 있다. 특히 이날 김은혜 대통령실 홍보수석은 “오늘 회의는 북한의 도발에 대한 비례적 수준을 넘는 압도적 대응 능력을 대한민국 국군에 주문한 것”이라고 전했다. 북한이 도발을 할 경우 압도적으로 대응하겠다는 의미다. 문제는 이럴 경우 더 큰 군사 분쟁이 일어날 가능성도 있다. 

안호영 더불어민주당 수석대변인은 이날 국회 브리핑을 통해 “9·19 합의 파기로 전쟁을 바라는 거냐”며 “북한이 바라는 것이 바로 9.19 합의의 파기”라고 지적했다. 안 수석대변인은 “(9·19 합의는) 북한의 군사적 도발에 대한 압박 수단이기도 하다. 북한에게 약속을 어길 수 있는 명분을 주는 이유를 모르겠다”고 비판했다. 

아울러 9·19 합의는 남북 간 군사적인 완충지대를 만들었다는 의의가 있다. 최근 들어 북한이 위반한 사례가 있었지만, 9·19 합의는 선언적 수준에 그쳤던 과거의 합의와 달리 실제로 군사 행위가 사라지면서 긴장이 완화됐다는 평가를 받는다. 만일 9·19 합의를 효력 정지하고 ‘압도적 대응’을 할 경우, 연평도 포격전·대청해전 등이 발생하던 과거처럼 한반도 정세가 더 불안해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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