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랍에미리트(UAE)를 국빈 방문 중인 윤석열 대통령과 부인 김건희 여사가 지난 15일(현지시간) 현지에 파병중인 아크부대를 방문해 장병들을 격려하고 있다. / 뉴시스
아랍에미리트(UAE)를 국빈 방문 중인 윤석열 대통령과 부인 김건희 여사가 지난 15일(현지시간) 현지에 파병중인 아크부대를 방문해 장병들을 격려하고 있다. / 뉴시스

시사위크=이선민 기자  윤석열 대통령의 ‘아랍에미리트연합(UAE)의 적은 이란’이라는 발언으로 우리나라와 이란의 외교 관계가 크게 휘청이는 가운데 야권에서 ‘외교 참사’를 지적하는 목소리가 날로 커지고 있다. 

야권은 이를 ‘외교 참사’로 규정했다. 이정미 정의당 대표는 19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상무집행위원회에서 “설을 앞두고 국민들에게 복을 드려야 할 정부가 윤석열표 ‘내우외환’으로 한숨만을 안기고 있다”며 “대통령이 비행기를 탈 때마다 이번엔 어떤 실언을 할까 걱정부터 앞서니 국민들도 할 노릇이 아니다”고 우려했다.

박홍근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 또한 같은 날 정책조정회의에서 여당의 당권경쟁과 함께 외교 참사를 지적하며 “모두 내편 아니면 모두 적이라는 윤 대통령의 인식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김성환 정책위의장도 “윤 대통령이 모든 국정현안을 검사와 범죄자, 선과 악의 시각으로 접근하고 있다”며 “이런 이분법적 사고가 이번 외교참사 원인이 아닌가 한다”고 꼬집었다.

국민의힘 김병민 비상대책위원이 ‘UAE의 적은’하고 한 템포를 쉰 것을 정정의 의미라고 해명하자 민주당에서는 ‘바이든 대 날리면’ 사태 이후 또다시 ‘전국민 듣기평가’를 하자는 것이냐고 반발했다. 나라의 명예를 실추시킨 데 대해 깨끗하게 대국민 사과를 하고, 이란에도 정중하고 진중하게 발언에 대해 사과하고 합리적으로 문제를 푸는 게 순리라는 것이다.

박용진 민주당 의원은 본인이 ‘대한민국 1호 영업사원’이라는 윤 대통령의 말을 인용해 “영업사원이 영업을 망치면 경위서라도 써야 한다. 이 정도 명예훼손과 실추라면 일반회사 같으면 경위서 정도가 아니라 정직이나 해고 등 중징계 사안”이라며 “‘대통령애드립 재발방지대책’을 강구하라”고 촉구했다.

앞서 윤 대통령의 발언 이후 이란 정부는 테헤란 주재 한국대사를 초치해 항의했다. 이란 관영통신 IRNA 등 외신에 따르면, 이란 레자 나자피 법무‧외교차관은 18일(현지시각) 윤강현 주이란 대사를 만나 이란과 페르시안‧걸프만 지역 국가 간의 뿌리 깊은 우호 관계를 설명하고, 윤 대통령의 발언이 이 지역의 평화와 안정을 해친 것이라고 지적했다.

또한 이란 측은 한국이 원유 대금 70억 달러(약 8조)를 동결하는 등 비우호적인 상황임을 재확인하고 이란과 한국의 관계를 재검토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아울러 윤 대통령이 자체 핵무장 가능성을 언급한 것과 관련해서도 NPT(핵확산금지조약) 위반에 대한 한국의 설명을 요구했다.

대통령실은 지난 15일 윤 대통령이 아크부대에서 'UAE의 적은, 가장 위협적인 국가는 이란'이라고 말한 것에 대해 "우리 장병들을 격려하기 위한 취지였다"고 해명했지만, 주한 이란대사관이 한국 정부의 해명을 요구하는 등 이란과의 외교관계가 위협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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