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위크=권신구 기자  전당대회 최대 변수로 떠올랐던 나경원 전 의원의 행보에 ‘제동’이 걸린 가운데 김기현 국민의힘 의원의 행보에 거침이 없어졌다. 앞서 ‘김장연대’를 앞세워 윤심(尹心)에 기대는 모습을 보여왔던 김 의원은 이번에는 ‘연포탕(연대·포용·탕평)’을 앞세워 ‘외연 확장’ 전략에 힘을 싣고 있다. 지지율에서 ‘대세론’을 형성한 만큼, 이를 통한 ‘굳히기’에 돌입한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김 의원은 19일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당내 분열을 획책하는 것은 그 어떤 명분으로도 정당화될 수 없다”며 “연대·포용·탕평, ‘연포탕 정치’를 통해 당의 화학적 통합을 만들어 내겠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다른 후보들과 선의의 경쟁을 치열하게 벌이되, 뜻과 방향을 같이할 수 있는 분 모두와 폭넓게 연대해 나가겠다”고 설명했다.

앞서 ‘윤핵관’인 장제원 의원과 ‘김장연대’를 결성한 김 의원은 이를 바탕으로 한 ‘친윤 후보’의 정체성을 부각하는 데 힘을 실어 왔다. 그러나 이 같은 전략은 최근 나 전 의원의 출마 가능성이 떠오르며 역류에 부딪혔다. 나 전 의원의 출마를 반대하는 친윤계와의 ‘전면전’ 양상이 벌어졌고, 급기야 당내에서 ‘비윤계’와 나 전 의원 등이 결합한 ‘반(反) 김기현’ 연대 가능성이 회자됐다. 안철수·윤상현 의원 등이 ‘수도권 연대론’을 던지며 실질적인 움직임을 보이는 것도 김 의원에겐 ‘부담’이 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친윤계의 ‘힘’을 빌렸으나 ‘리스크’도 경험한 만큼 김 의원은 이러한 이미지를 희석하는 데 집중하는 모습이다. 그는 이날 기자회견에서 “저 김기현은 지금까지 그래왔듯이 계파를 앞세우지 않을 것”이라며 “공정한 시스템에 의한 당 운영과 공천을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총선 과정에서의 ‘공천 잡음’도 없을 것이라고 단언했다. 그는 “총선 공천과정에서 특정 계파를 배제한다거나 하는 등의 불공정한 일은 결코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일단 김 의원이 직면한 환경은 나쁘지 않다. 가장 큰 변수였던 나 전 의원의 경우, ‘대통령 본심’ 발언으로 김대기 대통령 비서실장의 ‘공개 비판’을 받은 뒤 공식 일정 없이 ‘잠행’을 이어가고 있다. 당내 초선 의원들은 물론 여권 전반에서 이에 대한 ‘비판’이 상당하다는 점도 경쟁자인 김 의원으로선 긍정적인 상황이다.

◇ 안철수-나경원 ‘연대 가능성’ 변수

나 전 의원의 출마설이 불거진 이후에도 오히려 김 의원의 ‘지지율’이 오르고 있다는 점도 ‘호재’다. 미디어트리뷴의 의뢰로 리얼미터가 지난 16일부터 17일까지 국민의힘 지지층을 대상으로 실시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차기 국민의힘 당 대표 지지도에서 김 의원은 40.3%를 기록했다. 직전 조사(1월 12~13일) 대비 7.8%p 증가한 수치다.

반면 나 전 의원의 경우 직전 조사 대비 1.6%p 감소한 25.3%로 나타났다. 나 전 의원이 대통령실과 대립각을 세운 사이 ‘친윤 표심’이 김 의원에게 결집한 것이란 해석이다. (표본오차 95% 신뢰수준 ±4.3%p.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자연스럽게 이는 그의 ‘자신감’으로 작용하고 있다. 김 의원은 전날(18일) 국민의힘 대전시당 신년 인사회 후 기자들과 만나 “명확한 목표는 결선에 가지 않고 1차에서 마무리하는 것”이라고 언급한 바 있다. 그는 이날 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 출연해서도 “일반적인 다짐”이라면서도 “저에 대한 강력한 지지를 표하시는 분들이 많아서 잘하면 1차에 과반을 할 수 있겠다는 기대를 갖고 있다”고 말헀다.

그렇다고 마냥 안심할 수는 없는 상황이다. 당권 주자들의 ‘견제의 시선’이 집중되고 있기 때문이다. 당권 경쟁자인 안철수 의원은 이날 대구 서문시장 방문 후 기자들과 만나 김 의원의 여론조사 선두 결과에 대해 “ARS 여론조사에 그렇게 의미를 두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번 선거의 특징은 결선투표가 있는 것”이라며 “누가 더 확장성이 있는가, 수도권에서 이길 수 있는가 그런 점에서 당원들이 판단하실 텐데 그런 점에서 저는 1위를 할 자신이 있다”고 강조했다. 

김 의원을 제외한 다른 후보들 간 ‘연대 가능성’도 회자되고 있다. 안 의원은 이날 기자들과 만나 “우리가 이번에 전당대회를 통해서 내년 총선 전열을 짜게 되는데, 우리도 수도권을 중심으로 대응을 해야 만이 수도권에서 이길 수 있다는 그런 생각을 하고 있다”며 “그런 뜻에서 저나 윤상현 의원이, 나경원 의원의 생각을 공유하고 있는 지점이 있다”고 언급했다. 나 전 의원 측 박종희 전 의원도 이날 KBS 라디오 ‘최경영의 최강시사’에 출연해 “(안 의원이나 나 전 의원) 두 분 다 수도권 의원들”이라며 “연대 가능성도 열려있다고 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