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차 사이클 무너진 랜드로버, 노후한 라인업으로는 한계 분명
서비스센터 감소는 덤… 2019년 29개 → 2020년 25개 → 2022년 22개

로빈 콜건 재규어랜드로버코리아 대표이사가 취임 3년차에 접어들었다.  / 재규어랜드로버코리아
로빈 콜건 재규어랜드로버코리아 대표이사가 취임 3년차에 접어들었다.  / 재규어랜드로버코리아

시사위크=제갈민 기자  로빈 콜건 재규어랜드로버코리아 대표이사가 부임 3년차에 접어들었다. 그가 취임할 당시 재규어랜드로버코리아는 판매량이 2년 연속 하락세를 기록하던 시기다. 사실상 이미 무너진 브랜드의 실적을 되살려야 하는 중책을 맡은 셈이다.

이에 로빈 콜건 사장은 지난 2년간 랜드로버의 신차를 적극적으로 투입해 실적 하락세를 막아보려 힘썼다. 그러나 브랜드의 신차 사이클 자체가 무너져 노후한 모델만으로 타 브랜드와 경쟁을 해야 하는 상황이라 한계가 분명했다. 결국 2년 동안 랜드로버의 판매량 하락세는 멈추지 못했고 이는 올해에도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최근 5년간 랜드로버 브랜드의 판매 실적은 △2018년 1만1,772대 △2019년 7,713대 △2020년 4,801대 △2021년 3,220대 △2022년 3,113대 등으로, 2018년 이후 4년째 내리막길을 달리고 있다. 그나마 2019년과 2020년 곤두박질치던 판매량 감소율은 로빈 콜건 사장이 부임한 후 2년간 개선되는 모습이 보였다.

올해는 로빈 콜건 사장이 한국 시장에서 맞이하는 3년째 되는 해다. 이제는 결과물을 보여줄 필요가 있어 보이지만, 현재 랜드로버의 라인업만으로는 쉽지 않아 보인다.

랜드로버는 지난해 완전변경(풀체인지)을 거친 올 뉴 레인지로버와 올 뉴 레인지로버 스포츠를 순차적으로 선보였다. 이어 올해는 지난 17일에는 디펜더 75주년 기념 에디션 모델을 국내에 75대 한정판으로 출시했으며, 연내 올 뉴 레인지로버 플러그인하이브리드(PHEV) 및 올 뉴 디펜더 130 신차 2종을 출시할 계획이다.

랜드로버 디스커버리 스포츠 모델은 지난 2014년 1세대 모델이 출시됐지만 풀 모델 체인지는 한 차례도 이뤄지지 않았다. / 재규어랜드로버
랜드로버 디스커버리 스포츠 모델은 지난 2014년 1세대 모델이 출시됐지만 풀 모델 체인지는 한 차례도 이뤄지지 않았다. / 재규어랜드로버

레인지로버와 디펜더 신형을 투입한 점은 긍정적인 대목이다. 지난해 랜드로버에서 가장 많이 판매된 모델은 디펜더로 864대가 판매돼 브랜드 내 점유율 27.8%를 차지했다. 이어 신형 레인지로버가 580대 판매돼 18.6%로 뒤를 이었다. 신차로 출시된 모델들이 인기를 끄는 모습이다. 신형 레인지로버 스포츠는 지난해 12월 출시돼 108대 판매에 그쳤다.

3종의 신차가 올해 랜드로버 실적을 견인할 것으로 전망된다.

다만, 글로벌 본사 차원에서 레인지로버 벨라와 이보크, 디스커버리 스포츠 3종의 후속 모델에 대해 감감무소식인 점은 아쉬운 대목이다.

먼저 랜드로버 디스커버리 스포츠는 지난 2014년 1세대 모델이 글로벌 시장에 출시됐으며, 이후 2019년 5월 부분변경을 거쳐 상품성을 개선했다. 국내 시장에는 2015년 5월 1세대 모델이 도입됐고 2020년 2월 부분변경 모델을 출시했다.

그나마 지난 2019년 출시된 부분변경 모델은 신형 엔진을 탑재하고 외관 모습도 완전변경에 준하는 정도의 변화를 이뤄냈지만 10년째 세대 변경은 이뤄지지 않은 셈이다. 타 브랜드 모델을 살펴보더라도 세대 변경 없이 10여년을 판매하는 모델을 찾기란 쉽지 않다.

뿐만 아니라 레인지로버 벨라도 2017년 9월 국내에 출시된 후 6년째 큰 변화가 없는 상황이다. 레인지로버 벨라의 경우 처음 출시될 당시 엔진 구성을 D240·D300·P380 3종으로 구성했었는데, 2021년 6월 연식 변경 모델을 선보이면서 엔진 구성을 P250·P400 가솔린 2종으로 변경했다. 글로벌 시장에서 디젤 엔진에 대한 부정적인 시각으로 인한 조치다.

그러나 외관 디자인과 실내 인테리어는 크게 달라진 부분이 없다. 리어 범퍼와 스티어링휠, 기어노브 등 일부분에서 약간의 변화가 있을 뿐이다.

레인지로버 이보크는 2011년 1세대로 글로벌 시장에 데뷔 후 8년이 지난 2019년 완전변경을 거친 2세대 모델이 출시됐고 2021년 연식변경으로 상품성을 개선했다.

디스커버리 스포츠는 완전변경 모델을 투입할 시점이지만 글로벌 본사에서 신차 개발 소식은 여전히 들리지 않고 있으며, 레인지로버 벨라와 이보크도 부분변경 모델을 투입하는 게 최근 자동차 업계의 사이클이지만 아직 신차 소식은 없는 상황이다.

랜드로버 레인지로버 벨라는 2017년 제네바 모터쇼에서 첫 데뷔 후 같은 해 9월 국내 시장에 출시됐다. / 재규어랜드로버코리아
랜드로버 레인지로버 벨라는 2017년 제네바 모터쇼에서 첫 데뷔 후 같은 해 9월 국내 시장에 출시됐다. / 재규어랜드로버코리아

또한 올 뉴 디스커버리는 2017년 6월 완전변경을 거친 5세대 모델을 출시했지만 2018년 2,600여대, 2019년 1,400여대 판매를 기록한 후 2020년 들어 판매대수가 780대 수준까지 급락했다. 이후 2021년 부분변경 모델을 투입했음에도 최근 시장에서는 외면 받아 연간 판매대수가 2년 연속 200대 전후 수준에 머물고 있다.

국내 시장에서는 서비스 네트워크가 계속해서 줄어드는 점도 보완해야 할 부분으로 지적된다.

랜드로버의 국내 서비스센터 지점 수는 2016년 22개에서 2019년 29개로 늘어났었지만 2020년 25개로 줄어들었고 올해 1월 기준 22개까지 감소했다. 이마저도 최근 위본모터스가 재규어랜드로버코리아의 파트너 딜러사로 합류하면서 호남지역에 2개(광주·전주)를 증설한 결과다.

로빈 콜건 사장은 2021년 3월, 취임 후 첫 기자간담회에서 재규어랜드로버의 인기가 시들한 점에 대해 “소비자들의 관심을 끌만한 엔진과 옵션, 신차 등을 적시적소에 제공하면서 제대로 된 제품을 내놓아야 하지만 그간 이러한 부분이 부족했다”면서 “차량의 서비스와 관련해서도 허점이 없어야 한다고 생각하지만, 그동안은 이러한 점에 대해 부족한 점이 분명히 존재하며 우리가 개선을 해야 하는 부분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원인 진단은 분명했다. 하지만, 판매가 감소하고 있는 상황에 네트워크(전시장·서비스센터)를 확충하기란 쉽지 않아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재규어랜드로버코리아 측은 올해 네트워크 추가 증설 계획이 없는 것으로 알려진다. 사실상 지난해 출시한 신차 2종과 올해 출시하는 신차 2종만으로 2023년을 버텨야 하는 상황인 셈이다. 로빈 콜건 사장 입장에선 녹록지 않은 한 해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근거자료 및 출처
한국수입자동차협회 2018~2022년 12월 판매실적
2023. 01. 19 한국수입자동차협회(KAID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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