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위크=제갈민 기자  랜드로버가 2023년 순조로운 출발을 알렸다. 랜드로버는 한때 3년 연속(2016∼2018년) 연 1만대 판매를 기록하며 높은 인기를 구가했다. 그런데 2019년부터 성장세가 꺾인 후 부진에 빠졌는데, 2023년 1월 오랜만에 반등의 분위기가 감지됐다.

한국수입자동차협회(KAIDA) 및 카이즈유 데이터 연구소의 올해 1월 수입차 판매 실적 자료에 따르면 랜드로버는 475대를 판매해 수입차 업계 7위에 이름을 올렸다. 연초 많은 수입차 브랜드가 판매 부진을 겪은 부분도 일부 영향이 있지만, 전년 동월(276대) 대비 판매대수가 72.1% 반등한 점은 긍정적인 대목으로 보인다.

특히 올해 1월 랜드로버의 475대 판매 실적은 지난 2년(2021∼2022년)을 통틀어 월간 판매 최대 실적이라는 점에서도 회복세로 돌아선 것으로 볼 수 있다.

랜드로버의 지난달 실적을 견인한 모델은 올 뉴 레인지로버다. 브랜드의 플래그십(기함급) 모델 레인지로버는 지난해 8월, 9년 만에 5세대로 완전변경(풀 모델 체인지)을 거쳤다. 올 뉴 레인지로버는 국내 출시 전부터 많은 소비자들의 관심을 끌었으며, 출시 직전까지 3,000대가 넘는 사전 계약을 이끌어 냈다. 2억원이 넘는 몸값을 자랑함에도 신형 레인지로버를 기다린 소비자가 적지 않다는 것을 간접적으로 보여준 지표다.

이러한 인기는 출시 직후 출고대수(판매량)로 입증됐다. 올 뉴 레인지로버는 지난해 8월 출시 이후 연말까지 총 580대가 판매됐다. 이는 랜드로버 브랜드 내에서 디펜더(864대)에 이어 두 번째로 많은 판매 기록이다. 올 뉴 레인지로버가 지난해 랜드로버의 실적 하락세에 약간의 제동을 건 모습이다.

올 뉴 레인지로버는 올해도 랜드로버의 판매실적을 견인할 것으로 전망된다. 사전 계약 대수만 3,000대에 육박했던 만큼 지난해 판매대수를 제외하더라도 올해 출고 예정인 대수가 여전히 약 2,500대 이상 남아있는 상황이다. 매월 200∼300대 규모로 물량 수급만 원활히 이뤄진다면 사전계약 고객들은 연내 차량을 받아볼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되며, 전년 대비 실적 개선을 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지난 1월에는 올 뉴 레인지로버가 294대 판매됐다. 이는 랜드로버 1월 판매대수의 61.89%에 달하는 판매실적이다. 레인지로버가 1월 랜드로버 실적을 견인한 셈이다.

뿐만 아니라 수입차 브랜드의 플래그십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중에서 판매 1위를 기록한 점도 눈길을 끈다.

랜드로버 올 뉴 레인지로버(SWB·LWB)의 경쟁 모델로 꼽히는 수입차 브랜드 플래그십 SUV 1월 판매실적은 △BMW X7(290대) △아우디 Q8(71대)·Q7(57대) △메르세데스-벤츠 GLS(22대) 등으로 집계됐다. 이외에도 아메리칸 풀사이즈 SUV인 지프 그랜드 체로키 L은 별도 집계가 이뤄지지 않았지만 숏바디 및 롱바디(L) 모델을 통틀어 지난달 94대가 판매됐으며, 캐딜락 에스컬레이드는 33대, 링컨 네비게이터는 판매량이 적어 수입차 모델 판매 100위(14대) 미만을 기록했다.

특히 랜드로버 올 뉴 레인지로버는 가격이 2억원대로 책정돼 대부분의 경쟁 모델보다 적게는 2,000만∼3,000만원, 많게는 5,000만원 이상 더 비쌈에도 이러한 호실적을 달성한 점은 눈여겨 볼 만하다.

또한 지난해 11월 국내 시장에 공식 출시를 알린 올 뉴 레인지로버 스포츠도 1,000대 이상 사전 계약이 이뤄졌지만 국내 소비자에게 인도된 차량은 지난해 108대, 올해 1월 65대 등 총 174대에 불과한 상황이다. 여전히 약 1,000대 내외의 올 뉴 레인지로버 스포츠가 출고 대기 상태인 셈이다.

랜드로버는 올해 올 뉴 레인지로버와 올 뉴 레인지로버 스포츠의 흥행을 등에 업고 부활의 신호탄을 쏘아올릴 수 있을 것으로 점쳐진다.

한편, 재규어랜드로버코리아는 연내 올 뉴 레인지로버 플러그인하이브리드(PHEV) 모델을 추가로 투입해 라인업 확대를 계획 중이며, 지난해 랜드로버 브랜드 내 판매 1위를 기록한 디펜더의 롱바디 버전인 ‘디펜더 130’ 모델도 연내 출시가 예정돼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