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위크=서예진 기자  2030 세계박람회(엑스포) 부산 유치전에 힘을 보태기 위한 윤석열 대통령의 프레젠테이션(PT)이 20일(현지시간) 마무리됐다. PT에는 가수 싸이, 걸그룹 에스파의 카리나, 그리고 세계적인 성악가 조수미 씨도 힘을 보탰고, 마지막에 윤 대통령이 등장해 연설을 이어갔다. 

이날 프랑스 파리 인근의 이시레물리노 시에서 열린 국제박람회기구(BIE) 제172차 총회에서 우리나라의 PT 순서는 사우디아라비아에 이어 두 번째였다. 현지시간 오후 4시, 한국시간 오후 11시쯤 우리나라의 PT가 시작됐다. 

PT는 에스파의 ‘Next Level’ 전주가 흘러나오며 시작됐다. 영상 속 카리나는 아이들을 향해 “여러분이 지구의 미래”라며 “다른 미래를 제시해주기 바란다”고 시작을 알렸다. 

첫 발표자로는 싸이가 나섰다. 그는 “K-팝은 사람들을 하나로 묶는 힘을 가지고 있다. 2030 부산엑스포도 우리 모두를 하나로 묶어줄 것이라 믿는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지난 2012년 에펠탑이 보이는 트로카데로 광장에서 2만명의 관중과 함께 ‘강남스타일’에 맞춰 플래시몹(flash mob)을 했던 경험을 전했다. 

이어 “부산엑스포는 글로벌 플랫폼으로 기능할 것”이라며 “각국 정부와 전 세계 산업 전문가, 학자, 시민이 모여 진보를 위한 아이디어와 해법을 교환하는 장이 될 것이다”고 강조했다. 정갈한 차림새로 발표에 나선 그는 연설 후반부 “저를 알아보기 힘든 분이 계실까봐 이걸 한번 껴보도록 하겠다”고 선글라스를 착용했다. 장내에선 웃음과 박수가 터져 나왔다. 

싸이는 “10년이 넘은 지금까지도 강남스타일은 여전히 사람들을 모이게 해줘서 정말 감사하게 생각한다”며 “2030 부산 엑스포도 그렇게 되길 바란다. 전 세계를 하나로 모으고 우리 모두를 위한 더 나은 미래를 만들어가길 바란다”고 했다. 마지막으로 그는 강남스타일 ‘말춤’ 안무를 선보인 후 인사를 하고 내려갔다. 

성악가 조수미 씨는 윤 대통령 발표 직전 영상에 등장했다. 조씨는 부산 엑스포 유치 응원곡인 ‘함께(We Will Be One)’를 불렀다. 가사는 “모두의 꿈을 향해 희망의 돛을 올리자. 춤추는 산자락, 꽃피는 바다, 세계로 열린 영화로운 부산”이었다. 화면에는 지난 4월 BIE 실사단을 맞이하는 군중 사진, 어린이합창단 등이 등장했다. 

마지막 연사인 윤 대통령은 짙은 남색 정장에 파란색 넥타이를 매고 등장했다. 해양도시 부산을 연상시키는 푸른색이다. 윤 대통령은 영어로 “우리는 준비된 후보국”이라며 “대한민국은 역사상 가장 완벽한 세계박람회를 만들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 “부산엑스포는 인류가 당면한 복합위기에 대응하는 솔루션 플랫폼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윤 대통령 연설의 핵심은 70년 전 전쟁을 겪었던 우리나라가 국제사회의 도움으로 경제 강국으로 탈바꿈했으며, 지금까지 받은 도움을 국제사회에 돌려주겠다는 것이었다. 

특히 윤 대통령은 안보 위기, 경제적 격차 심화, 기후 변화 등 국제사회의 문제를 언급하며 한국의 역할론을 제시했다. 1993년 대전엑스포와 2012년 여수엑스포로 경험을 축적했고, 두 차례의 올림픽 개최(1988 하계올림픽, 2018 동계올림픽)와 월드컵 개최 등 메가 이벤트를 개최한 것도 강조했다. 

윤 대통령은 “부산은 유라시아 대륙으로 진입하는 관문이자 대양으로 나아가는 도시고, 도전의 도시이자 미래의 도시”라며 “부산엑스포는 인류가 당면한 복합위기에 대응하는 솔루션 플랫폼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윤 대통령은 “70년 전 전쟁으로 황폐화됐던 대한민국은 국제사회의 도움에 힘입어 첨단산업과 혁신기술을 가진 경제강국으로 변모했다”며 “대한민국은 국제박람회기구 회원국들을 대상으로 총 1258개의 공적개발원조(ODA) 사업을 수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대한민국은 110개 이상의 회원국에 역대 최대 규모의 참가 지원을 약속한다”고 덧붙였다. 

또 부산엑스포가 ‘미래 세대를 위한 이상향의 플랫폼’이 될 것이라고도 했다. 윤 대통령은 “우리는 깨끗하고 안전한 지구, 지속가능한 평화와 번영을 미래 세대에게 물려줘야 한다. 더 큰 꿈과 비전이 가득한 세상이 만들어야 한다”고 했다. 이어 “부산엑스포를 통해 세계의 젊은 세대들은 공동체로서 함께 일하는 방법을 배우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윤 대통령은 1851년 런던엑스포가 영국 산업혁명을, 1900년 파리엑스포는 프랑스의 예술과 문화를 전세계에 알렸고, 2000년 하노버엑스포는 경제·산업이 기술 중심에서 자연·환경으로 초점을 전환하는 데 기여했다며 “2030 부산엑스포는 경쟁에서 연대로 우리의 우선순위를 전환하는 엑스포로 기억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마지막으로 윤 대통령은 “대한민국은 역사상 가장 완벽한 세계박람회를 만들겠다. 부산은 준비됐다”며 “See you in Busan in 2030.(2030년 부산에서 봅시다)”라는 인사말로 발표를 마쳤다. 

이어 박수가 나오고 화면이 다시 카리나 영상으로 전환됐다. 카리나가 “모든 참여자의 발표를 들었다. 선택은 여러분에게 달려 있다”고 하며 한국에게 허락된 30분의 시간이 끝났다. 

한편 한국의 발표에는 부산세계박람회장을 총괄한 진양교 홍익대 교수, 세계의 교육 소외 계층 아동을 위한 어플리케이션을 개발한 이수인 에누마 대표가 나섰다. 프랑스 건축가 도미니크 페로도 지지 영상에 등장했고, 외국인 여성의 시각에서 부산엑스포를 체험하는 3D 소개 영상도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