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이 20일(현지시간) 파리 엘리제궁에서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과 단독회담을 하고 있다. / 공동취재
윤석열 대통령이 20일(현지시간) 파리 엘리제궁에서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과 단독회담을 하고 있다. / 공동취재

시사위크=서예진 기자  프랑스와 베트남을 순방 중인 윤석열 대통령이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을 만나 유럽연합(EU)이 추진 중인 신규 무역입법으로 인해 우리 기업들이 손해를 보지 않도록 관심을 가져달라고 요청했다. 현재 EU는 배터리법, 탄소국경조정제도(CBAM), 핵심원자재법(CRMA) 등을 염두에 둔 것으로 풀이된다.

김태효 국가안보실 제1차장은 20일(현지시간) 윤 대통령과 마크롱 대통령의 정상회담에 대해 “양국은 경제안보 공조와 미래 전략산업 분야에서의 실질 협력을 심화시켜 나가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김 1차장은 “양 정상은 지난해 최대치를 기록한 양국 간 교역이 더욱 확대되도록 힘을 모으기로 했다”며 “이차전지, 배터리 등 첨단 분야를 중심으로 상호 투자를 계속 확대해 나가는 데 있어 정부 차원에서 적극적으로 지원해 나가기로 했다”고 부연했다. 

김 1차장에 따르면, 윤 대통령은 양국의 경제안보 공조와 미래 전략산업 협력 차원에서 EU가 추진 중인 신규 무역입법 조치들이 우리 기업에 차별적인 효과를 가져 오지 않도록 마크롱 대통령의 각별한 관심을 요청했다고 한다. 윤 대통령이 언급한 신규 무역입법이란 배터리법, 탄소국경제도(CBAM), 핵심원자재법(CRMA)을 의미한다.  

◇ ‘유럽판 IRA’ 우려 불식 위한 조치

최근 EU는 ‘지속가능한 배터리법’(배터리법)을 통과시켰다. 이 법은 배터리에 들어가는 원료별 재활용 의무화 비율을 명시해 놨다. EU 내에서 판매되는 스마트폰 배터리가 쉽게 탈착·분리가 가능하도록 설계돼야 한다는 내용도 있다. 이는 탈착·분리형 배터리의 경우 재활용이 쉬워 폐기물이 줄어들 것으로 판단해서 포함된 내용으로 보인다. 

이 경우 삼성과 애플의 스마트폰 모두 설계 변경이 불가피하다. 해당 법이 시행될 경우 기준에 맞지 않는 상품은 EU 시장에 진입할 수 없게 된다. 제품 설계나 상세 기능에도 간섭하는 규제이기 때문에 산업계에서는 ‘사실상의 무역장벽’이라는 반응과 정부의 대처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김앤장 법률사무소의 리포트에 따르면, 스마트폰 배터리 뿐 아니라 휴대용 배터리, SLI 배터리(차량 조명, 점화, 시동용), 전기자전거 등 경량운송수단 배터리, 전기차용 배터리, 산업용 배터리 등 모든 종류의 배터리가 배터리법의 적용 대상이 된다.

따라서 다른 국가에 대한 무역·기술장벽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다만 산업통상자원부는 우리 기업에만 불리하게 적용되는 조항은 없다고 입장을 밝혔다. 앞으로 제정될 하위법령이 중요한 만큼 국내 기업들과 긴밀히 대응한다는 방침이다. 

탄소국경제도(CBAM)는 탄소 배출이 많은 지역에서 수입되는 제품에 탄소가격을 부과하는 제도로 2026년부터 본격 시행된다. 이에 한국 기업이 유럽에 철강 등 제품을 수출할 때 탄소 배출량을 의무적으로 보고해야 한다. 문제는 내년에는 우리나라 온실가스 배출권거래제의 배출량 산정 방식을 활용할 수 있으나, 2025년부터는 EU의 산정 방식만 허용된다는 점이다. 이 때문에 정부의 대응이 필요한 상황이다. 

지난 3월 초안이 발표된 핵심원자재법(CRMA)은 특정국에 대한 공급망 의존도를 축소하고 역내투자를 확대하는 등으로 EU 내 원자재 공급 안정성을 확보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이는 유럽판 IRA(인플레이션 감축법)으로 불리면서 산업계는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이에 산업부는 지난 12일 EU에 “역내외 기업들에 비차별적으로 적용해야 한다”는 입장을 전달했다. 

결국 배터리법, CBAM, CRMA 법안은 미국의 IRA와 같이 중국을 견제하기 위함이기도 하지만, 이 때문에 우리 산업계에도 타격이 불가피하다는 우려가 나올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산업계에서는 사실상 이를 무역장벽으로 보고 있으며, 하위 법령이 제정되기 전 정부의 대처가 필요하다고 보고 있다. 이 때문에 윤 대통령도 마크롱 대통령에게 EU의 무역입법이 우리 기업에 걸림돌이 되지 않도록 관심을 가져달라고 한 셈이다. 

 

근거자료 및 출처
EU 배터리법(EU Battery Regulation), 2024년 시행 예정
2023. 03. 24 김앤장 법률사무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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