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시’는 사업내용이나 재무상황, 영업실적 등 기업의 경영 내용을 투자자 등 이해관계자에게 알리는 제도로, 공평할 공(公)에 보일 시(示)를 씁니다. 모두가 공평하게 알아야 할 정보라는 의미죠. 하지만 하루에도 수십 개씩 발표되는 공시를 보면 낯설고 어려운 용어로 가득할 뿐 아니라 어떠한 중요한 의미를 지니고 있는지 알기 어려운 경우가 많습니다. 이에 공시가 보다 공평한 정보가 될 수 있도록 시사위크가 나서봅니다. 

CJ CGV와 CJ는 지난 20일 나란히 유상증자 계획 및 출자 계획을 공시했습니다. / 뉴시스
CJ CGV와 CJ는 지난 20일 나란히 유상증자 계획 및 출자 계획을 공시했습니다. / 뉴시스

시사위크=권정두 기자  CJ그룹의 멀티플렉스 계열사이자 코스피상장사인 CJ CGV는 지난 20일 ‘주요사항 보고서’ 공시를 통해 유상증자 결정을 발표했습니다. 또한 CJ그룹의 지주사이자 역시 코스피상장사인 CJ도 자회사인 CJ CGV의 유상증자 결정을 공시하는 한편 공정공시에 해당하는 ‘수시공시 의무 관련사항’ 공시를 통해 CJ CGV에 대한 출자 계획을 알렸습니다.

두 공시는 구체적으로 어떤 내용을 담고 있을까요?

먼저, CJ CGV의 유상증자 결정을 살펴보겠습니다. CJ CGV는 7,470만주를 주주배정 후 실권주 일반공모 방식으로 발행해 약 5,700억원(예정발행가 7,630원)의 자금을 조달할 계획입니다. 여기서 주주배정 후 실권주 일반공모 방식이란, 기존 주주에게 신주를 살 권리를 우선 부여하고 남은 신주에 대해선 일반청약을 실시하는 겁니다. 기존 주주에겐 1주당 1.4085912585주의 신주가 배정될 예정이고요.

CJ의 ‘수시공시 의무 관련사항’ 공시에 담긴 CJ CGV에 대한 출자 계획은 크게 두 가지인데요. 우선 CJ CGV가 추진하고 나선 유상증자에 참여하는 겁니다. CJ는 현재 CJ CGV 지분 48.51%를 보유 중인 최대주주인데, 유상증자엔 600억원 규모로 참여할 계획을 밝혔습니다. 해당 유상증자에 100% 참여하는 건 아닌 셈이죠.

다만, 이와 별개로 CJ CGV가 실시할 제3자배정 방식 유상증자에 참여해 CJ올리브네트웍스 지분을 현물로 건네겠다는 계획도 함께 밝혔습니다. CJ는 CJ올리브네트웍스 지분 100%를 보유 중인데, 이를 모두 출자할 계획입니다. 그 가치는 약 4,500억원 규모로 평가되고요.

즉, CJ CGV는 일련의 조치를 통해 1조원의 자본을 확충하게 될 전망이며, CJ는 그 절반가량인 약 5,000억원을 투입할 방침입니다.

CJ그룹이 이러한 움직임에 나선 이유는 무엇일까요?

우선, CJ는 해당 공시에서 CJ CGV에 대한 출자 목적을 “CJ CGV의 재무구조 개선 및 IT 역량 기반 사업 시너지 강화 도모를 위해서”라고 밝히고 있습니다. 또한 CJ그룹은 이번 결정에 대해 단순히 경영악화에 따른 자금 수혈이 아닌, 미래공간사업자로 거듭나기 위한 전략적 투자 차원이라는 점을 더 강조합니다.

하지만 CJ CGV의 그간 행보 및 재무상황, 유상증자 자금조달 목적 등에 비춰보면 위기탈출을 위한 안간힘이란 평가에 더 힘이 실립니다.

CJ CGV는 2020년 불거진 코로나19 사태로 말 그대로 직격탄을 맞았습니다. 전 세계 영화산업 자체가 멈춰서면서 사상 초유의 위기를 맞았죠. 이는 실적으로도 고스란히 확인되는데요. 꾸준한 성장세를 이어오며 2019년 2조원에 육박했던 CJ CGV의 연간 매출액 규모는 2020년 5,834억원으로 추락했습니다. 이후 2021년 7,363억원, 2022년 1조2,813억원으로 회복세를 보였으나 아직 갈 길이 멀죠. 무엇보다 2020년 3,886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하며 시작된 적자행진은 2021년 2,414억원, 2022년 767억원으로 지속됐습니다.

재무구조 또한 급격히 악화됐는데요. 가뜩이나 3018년 306%에서 2019년 653%로 껑충 뛰어오른 상태였던 연말 기준 부채비율은 △2020년 1,413% △2021년 1,156%로 더욱 치솟았습니다. 올해 1분기말 기준으로도 912%의 높은 수준을 유지 중이죠.

이에 CJ CGV는 회사채, 기업어음증권, 신종자본증권 등을 발행하며 분주히 급한 불을 껐는데요. 그중에서도 신종자본증권은 시간이 지날수록 이자가 상향 조정된다는 점에서 그냥 두기엔 부담이 큽니다. 그런데 CJ CGV는 오는 4분기에만 3건의 신종자본증권 중도상환일을 맞습니다. 그 규모는 총 2,800억원이고요. 가급적 이를 정리하는 것이 더 심각한 악순환의 고리에 빠져들지 않는 일이죠. 뿐만 아니라, 오는 4분기엔 총 2,650억원 규모의 회사채도 차례로 만기일을 맞습니다. 실제 CJ CGV는 유상증자를 통해 확보할 자금 5,700억원 중 3,800억원을 채무상환에 투입할 계획이라고 밝히고 있고요. 

이처럼 CJ CGV가 좀처럼 험로를 벗어나지 못하면서, CJ의 부담 또한 점점 더 커져만 가는 형국입니다. CJ는 코로나19 사태가 불거진 직후인 2020년 CJ CGV의 유상증자에 828억원 규모로 참여하고, 2,000억원의 신종자본증권을 매입하기도 했습니다. 2021년엔 CJ올리브네트웍스의 광고사업부문을 CJ CGV에 넘겨주기도 했죠.

하지만 이러한 전폭적인 지원을 언제까지 지속할 수는 없습니다. 이제는 CJ CGV의 진정한 재기가 절실한 상황입니다. CJ CGV가 무사히 유상증자 및 자본 확충을 마칠 수 있을지, 또 이를 발판 삼아 확실한 재기의 발걸음을 내딛을 수 있을지 주목됩니다.

 

근거자료 및 출처
CJ CGV ‘주요사항 보고서’ 공시
https://dart.fss.or.kr/dsaf001/main.do?rcpNo=20230620000238
2023. 6. 20.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
CJ ‘수시공시 의무 관련사항’ 공시
https://dart.fss.or.kr/dsaf001/main.do?rcpNo=20230620800299
2023. 6. 20.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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