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시’는 사업내용이나 재무상황, 영업실적 등 기업의 경영 내용을 투자자 등 이해관계자에게 알리는 제도로, 공평할 공(公)에 보일 시(示)를 씁니다. 모두가 공평하게 알아야 할 정보라는 의미죠. 하지만 하루에도 수십 개씩 발표되는 공시를 보면 낯설고 어려운 용어로 가득할 뿐 아니라 어떠한 중요한 의미를 지니고 있는지 알기 어려운 경우가 많습니다. 이에 공시가 보다 공평한 정보가 될 수 있도록 시사위크가 나서봅니다. 

코스닥시장으로 이전 상장을 추진 중인 틸론이 금융감독원으로부터 두 번째 증권신고서 정정 제출 요구를 받았습니다. / 그래픽=권정두 기자
코스닥시장으로 이전 상장을 추진 중인 틸론이 금융감독원으로부터 두 번째 증권신고서 정정 제출 요구를 받았습니다. / 그래픽=권정두 기자

시사위크=권정두 기자  지난 26일, 금융감독원은 클라우드 가상화 및 메타버스 오피스 전문기업이자 코넥스상장사인 틸론과 관련해 ‘정정신고서 제출 요구’를 공시했습니다. 틸론이 지난 19일 제출 및 공시했던 ‘증권신고서’에 대해 퇴짜를 놓은 건데요.

금융감독원의 정정 제출 요구는 어떤 과정에서, 왜 나왔을까요?

틸론은 코넥스상장사입니다. 코넥스시장은 초기 중소·벤처기업의 성장을 지원하기 위해 개설된 것으로, 중소기업만 상장 가능하고 시장 진입방법이 다양하며, 진입문턱도 높지 않죠. 

2000년에 설립된 틸론은 2015년 5월 코넥스시장에 입성한 바 있습니다. 그리고 최근 더 큰 물인 코스닥시장으로의 이전을 추진하고 나섰죠. 지난해 10월 코스닥 상장예비심사를 청구해 지난 2월 승인을 받았으며, 같은 달 중순 증권신고서를 제출하고 본격적인 절차에 착수했습니다.

하지만 코스닥상장사로 발돋움하기 위한 틸론의 발걸음은 출발부터 삐걱거렸습니다. 금융감독원이 지난 3월 초 틸론이 제출한 증권신고서에 대해 첫 번째 정정 제출을 요구한 겁니다. 심사결과 △증권신고서의 형식을 제대로 갖추지 않은 경우 △증권신고서 중 중요사항에 관해 거짓의 기재 또는 표시가 있거나 중요사항이 기재 또는 표시되지 않은 경우 △중요사항의 기재나 표시내용이 불분명해 투자자의 합리적인 투자판단을 저해하거나 투자자에게 중대한 오해를 일으킬 수 있는 경우에 해당된다는 게 금융감독원 측 지적이었습니다.

이후 틸론은 과거 공시된 사업보고서에서 잘못된 부분들을 대거 발견해 수정했고, 정정 제출을 요구 받은 지 3개월여 만인 지난 2일 증권신고서를 정정 제출했습니다. 다시 제출된 증권신고서는 많은 부분에서 수정과 보완이 이뤄졌는데요. 우선, 당초 계획했던 상장 일정은 당연히 미뤄졌고, 희망공모가 밴드를 2만5,000원~3만원에서 2만3,000원~2만8,000원으로 낮추면서 공모 규모도 줄어들었습니다. 이와 함께 회사가 지니고 있는 리스크에 대한 내용이 보강됐죠.

그러나 틸론의 우여곡절은 계속됐습니다. 증권신고서를 정정 제출한지 약 2주 뒤인 지난 19일 증권신고서를 재차 정정한 겁니다. 이때 눈길을 끈 건 두 번째 증권신고서 정정에 앞서 같은 날 이뤄진 또 다른 무더기 정정공시 및 뒤늦은 공시인데요. 

무려 14건에 달하는 이러한 공시는 모두 틸론의 오너경영인인 최백준 대표의 지분과 관련된 것이었습니다. 틸론이 코넥스시장에 상장한 시점부터 누락돼온 최대주주의 지분 관련 사항이었죠. 그 내용 또한 특수관계인을 누락한 것부터 지분 관련 변동 사항을 아예 공시하지 않고 있었던 것에 이르기까지 심각했습니다.

틸론은 두 번째 증권신고서 정정을 통해 상장 일정을 재차 미루고, 희망공모가 밴드 및 공모 규모를 추가로 하향 조정했는데요. 하지만 이마저도 금융감독원으로부터 퇴짜를 맞고 만 겁니다.

틸론은 코스닥 이전 상장을 무사히 마칠 수 있을까요?

장담하기 어렵습니다. 우선, 남은 시간이 넉넉하지 않습니다. 상장예비심사 승인은 그 효력이 6개월이고, 그 안에 절차를 마무리 짓지 않으면 상장은 무산됩니다.

틸론이 코스닥상장예비심사를 통과한 건 지난 2월 9일입니다. 따라서 8월 9일까지 상장 절차를 끝내야 합니다. 약 40일밖에 남지 않았죠. 증권신고서를 다시 정정하고, 금융감독원의 심사를 통과하고, 수요예측·일반청약 등 실질적인 상장 절차를 진행하기엔 빠듯한 게 사실입니다. 틸론은 현재 다음달 10일~11일 기관투자자 대상 수요예측을 거쳐 13일~14일 일반청약을 실시하는 것으로 일정을 연기해둔 상태인데, 이보다 더 늦어지는 것이 불가피하죠.

절차를 서두른다 해도 문제는 남습니다. 일련의 과정을 통해 신뢰가 크게 흔들린 가운데 시장의 반응을 이끌어낼 수 있을지 입니다. 틸론은 상장 절차를 밟는 과정에서 과거 사업보고서를 대거 수정했을 뿐 아니라 최백준 대표의 지분 공시 관련 문제까지 드러났습니다. 특히 최백준 대표의 지분 공시 관련 사안은 향후 행정처분이나 형사처벌의 대상이 될 수 있다고 틸론 측은 설명합니다. 뿐만 아니라 틸론은 희망공모가 밴드와 공모 규모를 두 차례나 하향 조정했습니다. 모두 투자 결정에 부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는 중요한 사안입니다.

틸론이 코스닥상장사로의 발돋움을 무사히 마무리 지을 수 있을지, 또 상장 절차를 밟는 과정에서 드러난 문제로 어떤 후폭풍을 마주하게 될지 귀추가 주목됩니다.

 

근거자료 및 출처
금융감독원, 틸론 관련 ‘정정신고서 제출 요구’ 공시
https://dart.fss.or.kr/dsaf001/main.do?rcpNo=20230626100006
2023. 6. 26.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
틸론 ‘증권신고서’ 공시
https://dart.fss.or.kr/dsaf001/main.do?rcpNo=20230619000294
2023. 6. 19.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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