렉서스 브랜드에서 첫 전기차 전용 플랫폼을 활용해 만든 전기차 RZ가 국내 시장에 출시됐다. / 한국토요타자동차
렉서스 브랜드에서 첫 전기차 전용 플랫폼을 활용해 만든 전기차 RZ가 국내 시장에 출시됐다. / 한국토요타자동차

시사위크|인제=제갈민 기자  한국토요타자동차가 최근 렉서스 브랜드의 전기차(BEV) RZ를 국내에 출시하고 지난 22일과 23일 양일간 강원도 인제군에서 미디어 시승행사를 진행했다.

렉서스 인터내셔널에서는 ‘디 올 뉴 일렉트릭 RZ’를 개발할 때 ‘렉서스 드라이빙 시그니처’에 초점을 맞췄다고 설명했다. 렉서스 드라이빙 시그니처는 부드러운 주행감과 정숙성, 연료효율성을 전부 충족하면서도 파워풀한 성능을 지향하는 렉서스 고유의 주행 감각을 의미한다.

그에 걸맞게 렉서스 RZ 모델은 모두 주행성능이 생각 이상으로 파워풀했으며, 그러면서도 편안한 승차감과 정숙성, 전비까지 모두 갖췄다. 여기에 실내 소재도 고가의 고급스러운 소재를 적지 않게 사용하며 럭셔리 브랜드임을 강조했다.

렉서스 RZ는 크로스오버 스타일의 전기차로, 저중심 설계를 통해 주행 안정성을 극대화 했다. / 한국토요타자동차
렉서스 RZ는 크로스오버 스타일의 전기차로, 저중심 설계를 통해 주행 안정성을 극대화 했다. / 한국토요타자동차

◇ 렉서스 RZ450e, 도전의 결과물… 고급차 느낌 강조하면서도 원가절감

렉서스 RZ450e는 토요타자동차의 전기차 전용 플랫폼 e-TNGA를 기반으로 만든 최초의 모델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깊다.

먼저 앞모습에서 렉서스의 아이덴티티(정체성)를 잘 드러낸 스핀들그릴 대신 스핀들바디 디자인을 적용한 점이 눈길을 끈다. RZ는 전기차라서 기존 내연기관과 달리 전면부 라디에이터그릴이 사실상 필요치 않다. 이에 렉서스 인터내셔널 측은 RZ를 디자인할 때 스핀들그릴의 기능적인 요소를 담당하는 공기흡입구 부분을 막고 실루엣만 유지한 스핀들바디를 최초로 적용했다. 브랜드의 상징적인 부분에서부터 과감하게 변화를 단행한 모습이다.

여기에 렉서스 특유의 뾰족한 헤드램프 형상은 유지해 날렵한 분위기를 연출했다. 뾰족하게 디자인된 부분은 뒷모습에서도 찾아볼 수 있다. RZ 루프라인 끝부분을 보면 좌우에 뾰족한 형상이 하나씩 설계됐다. 이는 주행 간 바람의 흐름을 고려한 공기역학적인 디자인 설계로, 일반적인 직선형 리어스포일러 대비 더 직진 안정성을 높이기 위해 장착한 부분이다.

또한 스포일러를 좌우로 길쭉하게 연결하는 디자인보다 더욱 쿠페 같은 형상을 만들기 위해 이렇게 디자인이 됐다. 이러한 RZ의 디자인 설계로 공기저항은 0.29cd로, 준대형∼대형 SUV 모델 중에서는 최고 수준이다.

렉서스 RZ 실내 인테리어는 앞서 지난해에 출시된 뉴 제너레이션 NX와 같은 타즈나 콘셉트를 채용했다. / 인제=제갈민 기자
렉서스 RZ 실내 인테리어는 앞서 지난해에 출시된 뉴 제너레이션 NX와 같은 타즈나 콘셉트를 채용했다. / 인제=제갈민 기자

실내 인테리어는 지난해 출시한 뉴 제너레이션 NX 모델과 같은 타즈나(Tazuna) 콘셉트로 구성했다. 중앙의 큼지막한 14인치 터치 디스플레이를 통해 다양한 기능을 조작할 수 있으며, 국산 내비게이션 업체와 협업한 기본 내장형 내비게이션을 탑재해 실용성을 높였다.

실내에서 손이 닿는 부분은 시트와 도어트림, 스티어링휠 등은 가죽 및 스웨이드·알칸타라 같은 느낌의 고급소재를 아낌없이 사용해 고급 브랜드임을 강조하는 느낌이다.

독특한 점은 기어 조작 다이얼이다. 기어노브 대신 다이얼을 적용한 덕에 보다 미래지향적인 느낌이 강조되는 것 같다. 그러나 다이얼 방식 기어의 경우 동승자 또는 어린 자녀들이 건드리면서 후진(R), 중립(N), 드라이브(D) 등으로 변경될 수가 있어 단점으로 지적된다. 렉서스도 다이얼 방식 기어를 탑재할 때 이러한 점을 고려해 기어를 조작할 때 링 부분을 손으로 잡고 눌러 좌우로 돌려야 변속이 되도록 설계했다. 최소한의 안전장치인 셈이다.  주차(P) 버튼은 별도로 마련했으며, 중립은 다이얼 링을 누르면 설정된다.

렉서스 RZ는 기어 조작 다이얼이 독특하다. 내비게이션은 국산 업체와 협업해 사용 편의성을 높였다. / 인제=제갈민 기자
렉서스 RZ는 기어 조작 다이얼이 독특하다. 내비게이션은 국산 업체와 협업해 사용 편의성을 높였다. / 인제=제갈민 기자

상위 트림인 RZ450e 럭셔리 모델에는 개방감을 극대화한 대형 파노라마루프글라스를 장착한 점도 특징이다. 여기에 햇빛가리개 대신 루프글라스는 투명과 불투명 2단계 투명도 조절을 가능하게 한 점도 고급스러움을 더하는 점이다. 다만 파노라마루프글라스는 일반적인 선루프처럼 개폐가 불가한 점이 단점이다.

RZ에 개폐형 선루프 대신 파노라마루프글라스를 적용한 점에 대해 카사이 요이치로 렉서스 RZ 부수석 엔지니어는 “전기차의 장점 및 개방감을 최대로 높이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선루프를 탑재해 개폐가 가능하도록 만들면 헤드룸 부분에 모터를 비롯한 장치가 들어 가야해 위쪽 공간이 좁게 느껴질 수 있어 콘셉트에 따라 개방감을 높이기 위해 루프글라스를 탑재했다는 얘기다. 또 RZ의 경우 무게 중심을 낮게 설계한 주행을 중시하는 모델이기 때문에 작은 모터라도 높은 곳에 장착하고 싶지 않았다고도 덧붙였다. 결과적으로 파노라마루프글라스는 차량 루프 부분에 홈을 최대한 적게 디자인할 수 있으며 이는 풍절음을 줄이는 데에도 도움이 된다.

렉서스 RZ는 파노라마글라스루프를 채용해 탑승객의 개방감을 높였다. 독특한 점으로는 동승석 앞 글러브박스가 없는 점이다. / 인제=제갈민 기자
렉서스 RZ는 파노라마글라스루프를 채용해 탑승객의 개방감을 높였다. 독특한 점으로는 동승석 앞 글러브박스가 없는 점이다. / 인제=제갈민 기자

또한 실내에서 기존 내연기관과 차이점으로는 동승석 대시보드 하단 글러브박스가 없는 점이다. 동승석 글러브박스 역시 주행 간 잡음을 줄이기 위한 것으로 보이는 대목이지만 그간 존재하던 수납공간이 사라졌다는 점에서 아쉬운 점이다. 그나마 전기차의 이점인 센터터널이 없다는 점을 살려 기어조작 다이얼 및 컵홀더가 위치한 조작부 하단에 별도로 마련한 수납공간이 글러브박스를 대신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주행 간 잡음을 줄이려 노력한 점은 이해가 된다. 다만 그럼에도 손이 닿지 않는 부분에는 플라스틱 소재를 적지 않게 사용한 점은 이해하기 어렵다. 플라스틱은 우레탄이나 카본 등 소재 대비 진동에 취약해 떨림이 생길 수 있다. 이로 인해 잡소리가 발생할 수 있는데, 손에 닿지 않는 부분에서 원가절감을 한 점은 아쉽다.

또한 RZ 계기판은 작은 크기의 LCD 클러스터를 적용한 점이 최신 모델과는 거리가 멀게 느껴진다. 최근 차량들이 대부분 헤드업 디스플레이(HUD)와 중앙의 큼지막한 메인 디스플레이 탑재로 자동차에서 계기판은 사실상 구색 맞추기에 불과하다지만 엔트리급 모델인 렉서스 UX에 들어갈 것 같은 계기판을 RZ에 장착한 점은 선뜻 납득하기 어려운 부분이다.

렉서스 RZ는 전기차 특유의 고출력을 내면서도 안정적인 주행감이 일품이다. / 한국토요타자동차
렉서스 RZ는 전기차 특유의 고출력을 내면서도 안정적인 주행감이 일품이다. / 한국토요타자동차

◇ RZ, 전기차 특유의 고출력에도 안정적인 코너링

렉서스는 RZ의 주행 성능을 뽐내기 위해 짐카나 코스 주행 프로그램을 마련했다. S자 형태로 주행하고 유턴을 한 후 다시 S자 주행, 그리고 마지막에는 급정거로 구성된 코스에서 RZ를 이용해 달려볼 수 있었다.

RZ와 같은 대용량 배터리를 탑재한 전기차는 공차 중량이 대부분 2톤 이상에 육박한다. RZ도 중량이 2.09톤으로, 국산 준대형 SUV나 RV보다 무겁다. 여기에 1∼2명 정도의 인원이 탑승하면 사실상 2.2톤인 셈이다. 재빠른 기동이 쉽지 않을 것으로 느껴진다.

그러나 실제로 탑승해 가속페달을 밟으면 즉시 출력을 뿜어내며 빠른 가속을 하는 느낌이 일품이며, 스티어링휠을 움직이는 즉시 응답성도 빠르다. S자 형태의 코스를 빠르게 움직이며 주행하더라도 직전 주로를 달리는 것만큼 안정적이며, 커브길을 빠져나갈 때도 바닥에 딱 붙어서 달리는 느낌을 받았다. 렉서스 측은 RZ를 개발할 때 직진 안전성과 저중심 설계로 차체의 밸런스를 맞추면서도 퍼포먼스를 극대화하려 노력했다고 강조했다.

이를 위해 RZ는 앞·뒤 바퀴에 모터를 각각 장착하면서도 전륜 기반의 사륜구동 시스템을 채택했다. 앞바퀴의 구동력이 80%, 뒷바퀴는 20% 정도의 힘을 낸다. 이는 가속 시 트랙션 제어(차체 자세 제어)를 위한 것이며, 앞바퀴 중심의 구동이 직진 안전성이 더 좋기 때문이라는 게 렉서스 측의 설명이다.

또한 이러한 사륜구동 시스템 덕에 전후 무게 배분이 55 대 45 정도로 스포츠카에 버금가는 수준으로 구성했다. 여기에 배터리가 차량 하부에 위치하는 만큼 무게 중심도 낮게 위치해 급선회를 하더라도 안정감이 뛰어난 것으로 분석된다.

렉서스 RZ의 공도 주행 간 소음 유입은 크지 않다. 전비는 4.7㎞/㎾h로 높은 수준을 기록했다. / 한국토요타자동차
렉서스 RZ의 공도 주행 간 소음 유입은 크지 않다. 전비는 4.7㎞/㎾h로 높은 수준을 기록했다. / 한국토요타자동차

공도 주행 간에는 노면 소음이나 풍절음 유입, 전기차 특유의 멀미 증상 등을 확인했다. 일반적인 공도 주행 속도인 50∼100㎞/h 사이에서 외부 소음유입은 크지 않았으며 오히려 정숙하다는 느낌이 크게 느껴졌다. 전기차인 만큼 가속 성능도 손색이 없으며 즉각적인 응답성이 경쾌한 주행을 가능하게 하는 요인이다.

전기차 특유의 회생제동 및 배터리·모터 고주파 등으로 인한 멀미 증세는 느껴지지 않았다. 회생제동은 스티어링휠 뒤편에 설치된 패들시프트로 4단계 조절이 가능하다. 회생제동을 강하게 설정하면 원페달 드라이빙이 가능하며, 가장 약하게 설정하면 일반적인 내연기관 및 하이브리드 모델과 비슷한 주행 느낌으로 타력주행이 가능하다.

렉서스 RZ에는 71.4㎾h 용량의 배터리가 탑재돼 국내 인증 주행가능거리는 377㎞다. 400㎞를 넘기지 못한 점은 아쉽게 느껴질 수도 있으나 실제 주행 시에는 이보다 높은 전비를 기록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주행 간 렉서스 RZ의 불편한 점은 주행모드 변경이다. 주행모드를 변경하기 위해서는 센터 디스플레이 좌측의 자동차 아이콘을 터치 후 주행모드 설정 메뉴로 진입하고 원하는 주행모드를 선택해야 한다. 이후 내비게이션 화면으로 다시 돌아오기 위해서는 디스플레이 좌측 나침반 바늘 모양을 터치해야 한다. 최소 3∼4회의 터치가 필요하다.

많은 자동차 제조사들은 차량을 설계할 때 주행모드를 변경할 수 있는 모델의 경우 운전자가 주행 간 교통 흐름에 따라 또는 기분에 따라 즉각적으로 모드 변경이 가능하도록 버튼이나 다이얼을 설치한다.

렉서스도 이러한 점을 모르지는 않는다. 앞서 지난해에 출시한 렉서스 뉴 제네레이션 NX 모델의 경우 기어노브와 센터디스플레이 가운데 부분에 주행모드 변경이 가능한 버튼·다이얼을 탑재했다. 이번에 출시한 RZ의 경우 ‘아무것도 아닌’ 사소한 부분을 놓친 점이 아쉬운 점이다.

렉서스 인터내셔널 엔지니어 및 디자이너들은 RZ 부분변경(페이스리프트)이나 연식 변경 모델을 출시할 때 이러한 미디어 관계자 및 잠재 소비자들의 지적사항을 반영해 조금씩 개선한다면 더 좋은 결과물을 만들어 낼 수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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