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위크=서예진 기자 윤석열 대통령이 내달 2~8일 6박 7일간 여름 휴가를 갖는다. 대통령의 휴가는 내수 진작 및 경기활성화라는 명목이 있다. 또 대통령이 휴가를 가야 공무원들도 마음 편히 휴가를 쓸 수 있다.
국정을 책임지는 대통령의 여름휴가는 일반 직장인들의 ‘휴가’와는 다소 다를 수밖에 없다. 특히 휴가를 다녀온 후 대통령이 새로운 국정 기조를 제시하거나 인사를 단행하는 등의 변화가 있기 때문에, 정치권의 눈은 대통령의 휴가에 쏠릴 수밖에 없다.
◇ 윤 대통령, 거제 저도 등 방문 예정
대통령실 관계자는 31일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취재진과 만나 윤 대통령의 휴가에 대해 “결정된 것은 휴가 기간을 2~8일로 잡았다. 통상 우리가 휴가를 가는 것처럼 휴일을 끼워 6박 7일”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윤 대통령은 휴가 중에도 공식 행사는 참석한다고 한다. 휴가로 처리하고 행사에 참석하는 방식이다. 또 대통령이 휴가 기간 동안 쉴 장소는 역대 대통령들이 휴가지로 주로 찾았던 경남 거제 저도로 알려졌고, 필요에 따라 다른 곳을 방문할 수도 있다고 이 관계자는 전했다.
역대 대통령들은 통상 ‘7말8초’(7월 말~8월 초)에 여름 휴가를 썼다. 이 때문에 윤 대통령도 올해 휴가를 이 시기에 쓰려고 했다. 그런데 폭우로 인한 피해 때문에 수해 대응 및 복구 상황이 급박해 올해 윤 대통령의 휴가도 전면 보류됐다.
7월 말에 접어들면서 집중호우가 어느 정도 잠잠해지면서 윤 대통령의 휴가도 재론되기 시작했다. 이에 대통령실은 이날 회의를 통해 윤 대통령의 휴가 일정을 공식 건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관계자는 “참모들 입장에서 대통령께서 워낙 순방 등 격무에 시달렸고 휴식이 필요한 게 아닌가 생각하고, 또 공무원들도 휴가를 가야해 (대통령이 휴가를)가는 게 좋겠다고 건의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한편으로는 대통령 휴가와 공무원 휴가라는 것이 내수 진작과 지역경제 활성화에도 도움이 되는 측면이 있다”고 덧붙였다.
휴가 기간에 윤 대통령은 재충전하며 추가 개각을 포함한 하반기 정국 구상에 들어갈 것으로 전망된다. 지난해 윤 대통령은 여름 휴가를 보낸 뒤 홍보수석을 교체하고 전반적인 정책 조정 역할을 맡은 국정기획수석을 신설한 바 있다.
아울러 광복절 특별사면과 한미일 정상회의에 대해서도 살필 것으로 보인다. 대통령실이 ‘내수 진작’과 ‘지역경제 활성화’를 언급한 만큼, 윤 대통령이 지방 전통시장을 찾을 가능성도 제기된다. 실제로 박근혜 전 대통령은 2016년 울산 십리대숲을 찾은 후 신정시장을 방문해 지역상인들과 간담회를 가진 적이 있다.
◇ 대통령들의 ‘여름휴가’
역대 대통령들은 일반적으로 공무원들의 휴가가 집중되는 ‘7말8초’ 사이에 휴가 일정을 잡는다. 하지만 국정을 책임지는 대통령은 일반적인 직장인처럼 업무와 완전히 멀어질 수 없는 처지다. 이 기간 동안 올 하반기 국정 운영을 구상할 수 있기 때문이다.
또 대통령의 휴가는 외부 요인으로 인해 취소되는 경우도 많다. 집중호우나 태풍, 감염병, 경제 및 외교 이슈 등이 발생할 경우 그 해 대통령은 여름 휴가를 쓰지 못하거나 미루는 경우가 잦았다. 이에 윤 대통령은 지난해 8월 첫 휴가 당시에도 경남 거제 저도와 민생 현장을 찾을 계획이었지만, 상황이 여의치 않아 닷새간 서초동 사저에 머물렀다.
노무현 전 대통령의 경우 2004년에는 탄핵, 2006년에는 태풍으로 인한 대규모 수해, 2007년엔 아프가니스탄 한국인 피랍 사태로 예정된 휴가 일정을 소화하지 못했다. 이명박 전 대통령은 2011년 중부지방 폭우로 우면산 산사태가 발생하면서 휴가를 나흘 늦췄다.
박근혜 전 대통령은 취임 첫해 경남 거제 저도에서 휴가를 보냈다. 이후 2014년은 세월호 참사로, 2015년은 메르스 대응을 위해 휴가를 쓰지 못했다. 문재인 전 대통령은 취임 첫해인 2017년 북한의 대륙간 탄도미사일(ICBM) 발사로 휴가를 하루 늦췄고, 2019년 일본의 수출규제, 2020년 집중호우 피해 대응, 2021년 코로나19 유행 등으로 여름휴가를 취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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