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 세계스카우트잼버리에 참가한 멕시코 스카우트 대원들이 10일 오전 서울 송파구 롯데월드 어드벤처에서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있다. / 뉴시스
2023 세계스카우트잼버리에 참가한 멕시코 스카우트 대원들이 10일 오전 서울 송파구 롯데월드 어드벤처에서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있다. / 뉴시스

시사위크=정현환 기자  10일 오전 10시 서울 잠실 롯데월드에 작달비를 뚫고 세계 스카우트 잼버리 멕시코 대원들이 도착했다. 선발대는 '멕시코'를 외치며 롯데월드로 입장했다. 한 대원은 두 손을 번쩍 들고 흔들며 “안녕하세요”라고 말했다. 또 다른 대원은 셔터를 누르고 동영상을 찍으며 “캄사합니다”라고 외쳤다. “멕시코”라는 말은 “안녕하세요”로 그리고 “감사합니다”라는 말로 이어졌다. 

◇ 파행과 촌극

2023 새만금 제25회 세계스카우트 잼버리는 결국 파행을 맞았다. 8월 1일에 시작해 12일에 막을 내릴 예정이었던 새만금 잼버리는 폭염과 온열질환, 부실한 의식주와 운영 미숙으로 행사 내내 논란이 됐다. 국내외 비판과 지적에도 불구하고 지난 5일 문제가 해결되지 않자, 세계스카우트연맹은 대회 중단을 권고했다. 

각종 논란이 이어진 가운데 태풍의 북상으로 정부와 세계스카우트연맹은 7일 잼버리 참가 대원과 지도자들의 조기 철수를 결정했다. 대원들은 8일 오전부터 순차적으로 야영지에서 철수, 각 지자체와 민간기업 연수원 등으로 분산됐다. 

충청남도 홍성에 있는 혜전대학교는 충남도와 홍성군의 연락을 받고 175명 예멘 스카우트 대원들의 식사를 준비했다. 대학교는 기숙사 청소 상태를 점검하는 한편 환영 현수막까지 마련했다. 그 사이 소방서는 소방안전점검을 했다. 보건소는 소독을 끝마쳤다. 이슬람 국가에서 오는 대원 175명 식사를 위한 출장 뷔페를 마련했다. 이들의 종교를 고려해 돼지고기가 배제된 식사였다. 예멘 대원들이 애초에 입국조차 하지 않았는데도 이같은 연락을 받았다.

2023 새만금 제25회 세계스카우트 잼버리는 파행과 논란으로 점철됐다. 새만금 잼버리에서 도대체 무슨 일이 있었을까. 멕시코 스카우트 대원들을 이끌었던 인솔자 2명을 <시사위크>가 인터뷰했다. 알레(32·Ale)와 로레나(33·Lorena)는 어떤 일을 겪었을까. 이들이 지난 10일간 한국에서 겪었던 사연을 들어봤다.

2023 세계스카우트잼버리에 참가한 멕시코 스카우트 대원들이 10일 오전 서울 송파구 롯데월드 어드벤처를 찾았다. / 사진=정현환 기자
2023 세계스카우트잼버리에 참가한 멕시코 스카우트 대원들이 10일 오전 서울 송파구 롯데월드 어드벤처를 찾았다. / 사진=정현환 기자

◇ 먹는 것에 대한 기본 공급 부족 지적

알레는 2023 새만금 제25회 세계스카우트 잼버리에 인솔자로 참여했다. ‘잼버리에 신청하게 된 계기’를 묻는 말에 “멕시코에서 물류분야 매니저로 근무하고 있다. 잼버리가 아니면 전 세계 문화를 경험할 기회가 많지 않다. 그걸 할 수 있는 굉장히 좋은 기회라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이어 ‘새만금 잼버리에서 머물 동안 먹을 것은 어땠나’라고 물어봤다. 그는 “비건인데 고기를 먹어야 하는 경우가 있었다. 잼버리 구역마다 편차가 심했다. 식사가 잘 나오는 구역이 있었고 그렇지 않은 구역이 꽤 있었던 것 같다. 가장 어려움이 많았던 게 채식주의자(Vegetarian, 육식을 피하거나 일부 허용하는 채식주의자)와 비건(Vegan, 모든 종류의 동물성 음식을 섭취하지 않는 채식주의자), 할랄(이슬람교도들이 소비할 수 있도록 허용된 식품)이었다. 종교적인 부분도 있어서 본인들 선택으로 먹고 안 먹고 하는 사람들이 있는데 선별적으로 분류돼서 음식을 받을 줄 알았는데 그런 게 전혀 없었다. 그 부분에서 준비와 배려가 아예 이뤄지지 않았다. 먹는 것에 대한 기본적인 공급 자체도 부실했다. 잼버리는 요리를 직접 만들어서 먹어야 한다. 그런데 요리하는 도구와 이를 할 수 있는 장소가 충분하지 않아 먹기가 어려웠다. 기본적으로 모든 도구가 부족했다”고 대답했다.

‘잼버리 첫날인 8월 1일부터 퇴단하기까지 상황’도 물어봤다. 알레는 “잼버리 첫날은 엄청 난리였다. 멕시코는 건조한 편인데, 새만금은 너무 습했다. 날씨 때문에 굉장히 힘들었다. 1일은 완전히 엉망이었다. 잼버리 시설 관련 문제가 많았지만, 2일부터 나아졌고 계속 현장 상황이 좋아졌다. 태풍 때문에 철수 명령을 받지 않았다면 계속 새만금에 있었을 거다. 아이들은 계속 있고 싶어 했다. 결정적으로는 태풍 때문에 철수한 게 맞지만, 대부분의 미국과 영국의 스카우트 대원들도 남아있기를 원했다”고 했다.

지난 10일 롯데월드를 방문한 멕시코 잼버리 인솔자 로레나(33·Lorena)와 알레(32·Ale)를 만났다. / 사진=정현환 기자
지난 10일 롯데월드를 방문한 멕시코 잼버리 인솔자 로레나(33·Lorena)와 알레(32·Ale)를 만났다. / 사진=정현환 기자

◇ 문화교류 제대로 못해 '아쉽다'

로레나는 ‘새만금 잼버리 위생 상황은 어떠했냐’는 물음에 “샤워 시설이 매우 부족했다. 화장실 청소 상태도 굉장히 안 좋았다. 물에서 흙이나 돌이 나왔다. 이 물로 씻을 때 피부가 민감한 사람들은 두드러기가 나고 알레르기 반응을 일으켰다. 샤워장과 화장실의 정확한 표기가 없어 굉장히 헷갈렸다. 남성과 여성 표기가 된 곳이 있기는 했지만 모호하게 된 곳도 있었다. 특히, 샤워장은 남녀 표기가 제대로 안 된 경우가 많았다. 여기에 샤워장과 화장실 자체가 부족한데 표기마저 정확하지 않아 남녀가 섞여서 사용했다. 의도하지 않게 남성이 여성 샤워실에 들어가거나 여성이 남성 샤워실에 들어가거나 아니면 혼용해서 썼다”고 말했다. 

연이어 ‘새만금 잼버리 주거 환경은 어땠나’라는 질문에 그는 “텐트는 성인하고 아동으로 구분되어 있었다. 그런데 텐트 개수가 너무 부족했다. 바닥에 팔레트를 깔고 그 위에 텐트를 설치해야 했다. 그런 상황에서 자면 감기에 걸릴 수도 있는데 문제는 이 팔레트 갯수가 부족했다. 여기에 매트릭스가 없어서 딱딱한 팔레트 위에서 아이들이 잠을 자야 했다. 팔레트가 너무 딱딱해 누워 있다가 일어나면 허리가 너무 아팠다. 결정적으로 사람들이 가장 많이 힘들어했던 건 햇빛이었다. 캠프가 뜨거웠음에도 피할 수 있는 장소가 너무 없었다. 햇빛에 그대로 노출되어 사람들이 쓰러졌다”고 했다.

그러면서 ‘스카우트 아이들이 힘들었을 텐데 인솔자 어른으로서 상황을 어떻게 대처했냐’라는 질문에 “아이들이 쓰러져 어른으로서 할 수 있는 게 없어 그게 가장 힘들었다. 특히 ‘이동’과 관련해 문제가 컸다. 새만금 잼버리 캠프로 들어가는데 이동 수단이 제대로 갖춰지지 않아 매번 긴 거리를 걸어서 움직였다. 새만금 잼버리 캠프 장소 자체도 엄청 큰데 그렇게 먼 거리를 계속 걸어서 이동하라는 건 정말 말이 안 됐다. 이동과 관련, 개선해 달라고 새만금 잼버리 조직위원회에 계속 건의했는데 끝까지 반영이 안 됐다. 어려움을 이야기할 때 조직위는 다소 무책임하게 반응해 아쉬웠다”고 강조했다. 

마지막으로 알레와 로레나는 새만금 잼버리가 중단되고 곧 한국을 떠나는 상황을 두고 “슬프다. 너무 아쉽다. 잼버리 주목적은 여러 나라 사람을 만나고, 문화 교류하며 체험하는 거다. 날씨, 시설 운영 미숙 등 여러 가지 이유가 있지만 문화 교류를 제대로 못 해서 아쉽다. 중도에 태풍까지 와서 못 한 게 너무 많다. 아쉽고 좌절감이 들지만, 어쩔 수 없었기에 이해한다. 대원들에게 가장 미안하다”고 말했다. 

파행과 논란으로 얼룩진 잼버리 행사가 마지막을 향하고 있다. 서울시는 10일 ‘2023 새만금 세계스카우트 잼버리 K팝 슈퍼 라이브’ 소식을 전하며 서울월드컵경기장 주변 도로의 교통을 통제한다고 밝혔다. 같은 장소에서 오후 5시 30분부터 6시까지 잼버리 폐영식이 진행될 예정이다. 

전국 시도 8개 지역에 분산됐던 4만여 명의 잼버리 참가자들이 1,400여 대의 버스를 타고 이동해 한자리에 모인다. 문화체육관광부는 11일 오후 7시면 수도권이 태풍의 직접 영향권을 벗어나기 때문에 콘서트 진행에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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