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이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를 시작한 24일 오후 서울 동작구 노량진수산시장 한 상점에서 관련 뉴스가 방송되고 있다. / 뉴시스

시사위크=서예진 기자  24일 오후 1시, 일본 정부와 도쿄 전력이 후쿠시마 원자력발전소 오염수 방류를 시작했다. 일본 정부가 2021년 4월 오염수 해양 방류를 결정한 지 28개월 만이다.

오염수가 방류되자 한덕수 국무총리는 이날 대국민 담화를 통해 “오염수가 과학적 기준과 국제적 절차에 따라 처리되고 방류된다면 지금 상황에서 국민 여러분께서 과도하게 걱정하실 필요는 없다”고 했다. 술렁이는 민심을 다독이기 위함이었지만, 담화만으로 국민적 안심을 끌어낼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 오염수 처리 거쳐도 우려 여전

2011년 3월 동일본 대지진의 여파로 냉각수와 지하수가 방사능에 오염되면서 지금의 오염수가 생성됐다. 일본 정부는 오염수를 저장하기 위해 원전 부지에 1,068개의 저장탱크를 설치했다. 문제는 오염수가 매일 90~100t(톤)씩 늘어나고 있다는 점이다. 현재 오염수는 134만t 정도로 내년 2~6월이면 탱크가 부족해진다고 한다. 이 때문에 일본 정부는 해양 방류를 결정한 것이다. 

오염수는 다핵종제거설비(ALPS)를 통해 세슘, 스토론튬, 플루토늄 등 방사능 물질을 기준치 이하까지 걸러준다고 한다. 다만 삼중수소는 거르지 못한다. 삼중수소가 중수소와 만나 헬륨으로 변하며 방사선을 내뿜기 때문에 삼중수소에 대한 우려도 높다. 이에 일본정부는 바닷물로 희석해 삼중수소의 농도를 낮춘 뒤 방류한다고 밝혔다. 

이 오염수는 해류를 타고 북태평양 전역에 퍼지고, 그 주변 해류를 타고 다시 돌아와 한국 남해안을 거쳐 동·서해안에 도달한다. 오염수에 포함된 방사능이나 삼중수소가 실제로 인간에게 어떤 영향을 미칠지에 대해선 과학자들 사이에서도 의견이 분분하다. 하지만 후쿠시마 오염수 해양 방류에 대한 비판 목소리가 높다. 인접국 바다 뿐 아니라 태평양 전역에 영향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또 일본 정부와 도쿄전력은 원전 사고와 그 후 대응 과정에서 보여준 모습 때문에 불신이 쌓였다. 여기다 탱크 증설 등 다른 방안보다 해양 방류 비용이 저렴해 선택했다는 의혹도 나온다. 아울러 실생활에서 중요한 것이 ‘먹거리’인 만큼 해산물, 소금 등에 대한 안전 우려가 가장 크다. 

한덕수 국무총리가 24일 오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 관련 대국민 담화문을 발표하고 있다. / 뉴시스
한덕수 국무총리가 24일 오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 관련 대국민 담화문을 발표하고 있다. / 뉴시스

◇ 정부, 우려 ‘허위선동’ 취급

한 총리는 이날 오후 1시 30분쯤 대국민 담화를 통해 여론 안정을 꾀했다. 오염수 방류가 시작된 지 30분이 지난 시점이었다. 한 총리는 “국민 여러분께서 과도하게 걱정하실 필요는 없다”며 국제원자력기구(IAEA), 국제 원자력 학계, 전문가들의 의견을 언급했다. 이어 “정부를 믿고 과학을 믿어주시길 부탁드린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도 “정부는 국민의 건강과 안전이 최우선이기 때문에 만에 하나의 문제 가능성까지 고려하여 철저하게 대비하겠다”며 "오염수 방류가 이뤄지는 30년 동안 투명하게 정보를 공개하라"고 촉구했다. 또 2주마다 전문가를 현지 IAEA 사무소에 파견해 일본이 안전기준을 지키는지 지켜보겠다고 설명했다. 

국무조정실은 매일 오후 후쿠시마 오염수 관련 브리핑을 하고 있다. 그러나 오염수 방류가 개시된 이날은 한 총리가 직접 나서 담화문을 발표했다. 국민의 불안감을 달래기 위해 국무총리가 나선 것이다. 이에 후쿠시마산 수산물·농산물 수입금지 조치 지속, 1시간에 한번씩 일본 정부와 방류 데이터 공유 조치 등이 담화문에 포함돼 있다. 

하지만 이날 담화문에는 이상 상황이 발생한다면 일본 측에 즉각 방류 중단을 요청하겠다는 내용은 담기지 않았다. 오히려 총리 담화문에는 “국민들을 가장 크게 위협하는 것은 가짜뉴스와 정치적 이득을 위한 허위선동”이라는 문구가 등장했다. 방류 계획에 공식적인 항의나 반대도 한 번 없었으면서, 어민 피해의 책임을 야당에 전가한 셈이다. 

대통령실도 침묵을 지켰다. 국무총리가 정부 입장을 담은 담화를 발표했다는 이유에서다. 그러나 대통령실 관계자는 이날 취재진들에게 “한 총리께서도 잘 말씀하셨지만 우리 국민의 건강을 지키는 것은 ‘정치적 선동’이 아니고, 우리 국민의 건강을 지키는 것은 ‘과학’이라고 생각한다”고 했다. 이 역시 야당 등의 반대 주장을 비과학적이고 정치적인 선동이라고 비판한 것이다. 

결국 정부의 입장은 바뀌지 않았고, 오염수 방류를 반대하는 주장은 ‘비과학적인 괴담’으로 규정하는 태도도 여전했다. 강선우 더불어민주당 대변인은 이날 브리핑에서 “정부가 일본의 핵 오염수 방류에 대해서 국민의 편에 서서 일본 정부를 대해왔다면, 일본의 핵 오염수 처리 계획을 철저히 검증하고 국민께서 안심할 수 있도록 과학적 근거를 제시했다면 국민이 이토록 불안해 하겠느냐”고 일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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