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U집행위 독과점 시정 요구에 ‘선 승인, 후 조치’ 제안
아시아나 “화물사업 매각안 논의, 정해진 것 없어”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이 통합을 추진하고 있는 가운데 유럽연합 집행위원회(EC)의 경쟁 제한 지적에 아시아나항공 화물부문을 별도로 매각하고, 아시아나항공이 보유한 유럽 주요 노선 슬롯도 내놓는 것을 합병시정서 초안에 포함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일각에서는 반쪽짜리 합병이라는 지적이 이어지고 있다. / 뉴시스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이 통합을 추진하고 있는 가운데 유럽연합 집행위원회(EC)의 경쟁 제한 지적에 아시아나항공 화물부문을 별도로 매각하고, 아시아나항공이 보유한 유럽 주요 노선 슬롯도 내놓는 것을 합병시정서 초안에 포함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일각에서는 반쪽짜리 합병이라는 지적이 이어지고 있다. / 뉴시스

시사위크=제갈민 기자  아시아나항공 인수를 추진 중인 대한항공이 유럽연합(EU) 경쟁당국의 화물사업 독과점 지적과 시정요구에 ‘통합을 승인해주면 아시아나항공의 화물사업부를 매각하겠다’는 조건을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6일 동아일보 단독보도에 따르면 대한항공은 기업결합 허가를 담당하는 해외 경쟁당국 중 EU집행위원회(EC)에 보낼 시정 조치 초안에 ‘선 통합 후 화물 매각’ 내용이 포함됐다.

지난해 한국∼유럽 노선에서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항공화물 시장 점유율은 각각 40.6%, 19.0%다. 합병이 이뤄지면 통합항공사의 한국∼유럽 항공화물 점유율은 59.6%로 절반 이상을 차지한다. 합병 시 한국∼미주 노선의 항공화물 점유율은 73.4%에 달한다. 이에 EC는 항공화물 시장 독과점을 지적하며 10월말까지 시정 조치안을 마련할 것을 요청했다.

이에 대한항공은 아시아나항공 화물사업부를 분리 매각하는 것으로 독과점 해소 방안을 마련했다. 다만 현재 아시아나항공의 최대주주는 KDB산업은행으로, 대한항공이 아시아나항공 지분을 인수하지 않은 채 EC의 시정 요구를 추진하기에는 불편한 점이 존재한다.

현재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은 엄연히 다른 별개의 기업이라 대한항공이 아시아나항공 경영에 직접적으로 개입이 불가하다. 현 상태에서 아시아나항공 화물사업부 매각을 결정짓기 위해서는 아시아나항공 이사회 개최 후 승인을 얻어내야 하고 인수자도 찾아야 한다. 이 경우 대한항공은 EC 측에 시정 조치안을 기한 내에 제출하는 것이 어렵다.

아시아나항공 측도 ‘풍문 또는 보도에 대한 해명’ 공시 발표를 통해 “화물사업 매각안 논의 이사회 개최 여부 및 안건에 대해 현재 결정된 사항은 없다”고 입장을 전했다.

이 때문에 대한항공은 ‘아시아나항공 인수를 완료한 이후 경영권이 확보되면 직접 아시아나항공의 화물사업부 매각을 추진해 독과점 문제를 해소하겠다’는 조건을 EC 시정 조치안에 포함해 역으로 조건부 승인을 제안한 셈이다. 아시아나항공 화물사업부는 국내 저비용항공사(LCC)에 매각할 계획인 것으로 전해졌다.

아시아나항공의 화물사업부는 지난해 3조원의 매출을 올렸다. 지난해 매출 규모만 놓고 보면 LCC에서 아시아나항공 화물사업부를 인수할 시 외형성장은 이뤄낼 수 있을 것으로 보이지만 코로나19가 엔데믹으로 돌아선 후 항공화물 비용이 감소한 점도 고려해야 한다.

또 항공화물 사업은 화주(貨主) 네트워크가 핵심 경쟁력인데, 유럽과 미주 지역에서 화주를 확보하기가 어려울 수 있다. 대한항공이 아시아나항공 화물사업부를 매각할 때 화주 네트워크까지 넘겨준다면 일부 가능성은 존재할 것으로 풀이된다.

다만 업계에서는 대한항공이 아시아나항공 화물사업부의 화주 네트워크를 넘겨줄 가능성은 크지 않을 것이라고 입을 모은다.

이와 관련해 대한항공 측은 “시정 조치안 내용은 밝히기 어려우며, 10월 말까지는 시정 조치안을 확정해 제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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