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C, 조건부 승인… 유럽 4개 노선 운수권 양도, 아시아나 화물 분리매각
美 DOJ, 자국우선주의 기류 고조 가능성… 유나이티드항공, 합병 반대 주장
‘항공기 5대’ 에어프레미아, 정기·부정기 포함 7노선 운항… 지연·결항 속출

유럽연합 경쟁당국이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 기업결합에 대해 조건부 승인으로 허가했다. 이로써 양사 합병과 관련해서는 미국 법무부(DOJ)의 결정만 남은 상황이다. / 뉴시스
유럽연합 경쟁당국이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 기업결합에 대해 조건부 승인으로 허가했다. 이로써 양사 합병과 관련해서는 미국 법무부(DOJ)의 결정만 남은 상황이다. / 뉴시스

시사위크=제갈민 기자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기업결합(인수합병·M&A) 필수 신고국가인 유럽연합 경쟁당국(EC)은 지난 13일 ‘조건부 승인’을 허가했다. 이로써 양사의 합병은 미국 경쟁당국(법무부·DOJ)의 승인만 얻어내면 된다.

하지만 양사가 합병하는 과정에 영국·중국·EU 등 다수 국가의 경쟁당국에서 ‘독과점’으로 인한 ‘경쟁제한성’을 지적하면서 슬롯(공항의 시간당 이착륙 횟수)이나 운수권 등을 일부 포기하거나 양도하는 것을 조건으로 내걸었고, 대한항공은 이를 모두 수용하는 모습을 보인 바 있다. 이런 만큼 미국 경쟁당국에서도 태평양노선(한미노선)의 지배력을 지적하고, 자국우선주의를 내세워 양사 합병에 제동을 걸 가능성도 적지 않아 보인다.

우선 EC에서는 지난해 5월 중간심사보고서를 통해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통합이 이뤄지면 △한국과 프랑스·독일·이탈리아·스페인 간 4개 국가의 여객노선에서 경쟁이 위축될 수 있으며 △유럽과 한국 사이 모든 화물(카고) 운송 서비스의 경쟁 위축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따라 지난해 9월 대한항공은 △아시아나항공 화물 사업 부문의 분리 매각 △여객 4개 중복 노선에 대해 신규 항공사에 운수권 양도 등 노선 진입 지원 등의 내용을 포함한 시정조치안을 EC에 제출했다. EC에서는 관련 내용을 수개월 동안 검토한 후 대한항공이 제시한 시정조치안을 토대로 아시아나항공과 합병을 승인했다.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은 아시아나항공의 화물 부문 분리매각을 위한 입찰 및 매수자 선정 등 매각 직전까지의 조치들을 선행해야 한다. 이어 매수인을 선정하고 EC의 승인 절차를 거쳐 거래를 종결할 수 있으며, 이후에 실제 분리매각을 추진한다.

아울러 유럽 여객노선 신규 진입항공사(Remedy Taker)에는 티웨이항공이 지정돼 올해 하반기부터 순차적으로 인천∼파리·로마·바르셀로나·프랑크푸르트 4개 노선에 진입할 수 있도록 지원해야 한다.

대한항공은 이번 EU 경쟁당국의 승인을 기점으로 미국 법무부(DOJ)와의 협의에 박차를 가해 조속한 시일 내에 기업결합 심사 절차를 마무리하겠다는 계획이다.

하지만 미국 법무부의 승인을 얻어내는 것도 험난할 것으로 예상된다. 미국은 애초부터 경쟁 제한에 엄격한 잣대를 들이대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여기에 선거까지 맞물려 ‘자국 우선주의’ 기류가 강해질 가능성도 존재한다. 뿐만 아니라 미국 항공사인 유나이티드항공에서 양사의 기업결합에 대해 불만과 우려를 내비치면서 반대 목소리를 내고 있다.

유나이티드항공이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 합병에 대해 반대 의견을 내비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다. / 유나이티드 X 페이지
유나이티드항공이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 합병에 대해 반대 의견을 내비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다. / 유나이티드 X 페이지

유나이티드항공이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 기업결합에 반대하는 이유는 합병이 될 시 대한항공과 델타항공이 한미노선을 독과점하게 되기 때문이다. 실제로 현재 한미노선을 운항 중인 항공사는 △대한항공 △아시아나항공 △에어프레미아 △델타항공 △유나이티드항공 △아메리칸항공 등이 존재하지만 유나이티드항공과 아메리칸항공이 취항 중인 한미노선은 제한적이다.

유나이티드항공은 샌프란시스코∼인천, 아메리칸항공은 댈러스포트워스∼인천 각각 1개 노선에 하루 1회(주 7회) 왕복 운항 일정으로 직접 취항하고 있다.

반면 대한항공은 뉴욕·워싱턴·보스턴·애틀랜타·시카고·댈러스포트워스·라스베이거스·로스앤젤레스(LA)·샌프란시스코·시애틀·호놀룰루 11개 지역에 직접 취항하고 있으며, 델타항공과 조인트벤처(JV)를 맺고 한미노선 지배력을 공고히 하고 있다. 인천∼댈러스포트워스 노선에서는 아메리칸항공과 코드셰어(공동운항)를 맺고 협력하고 있다.

아시아나항공은 인천∼샌프란시스코·뉴욕 노선을 주 7회(하루 1편), LA는 주 14회(하루 2편), 호놀룰루와 시애틀은 각각 주 5회, 주 4회 왕복 일정으로 직접 취항 중이다. 사실상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 양사가 합병을 할 시 아시아나항공이 취항 중인 노선의 슬롯을 대한항공이 확보하게 되고, 대한항공과 델타항공이 한미노선을 독과점하게 되는 그림이 완성되는 셈이다.

뿐만 아니라 아시아나항공과 함께 스타얼라이언스 소속인 유나이티드항공은 아시아나항공이 사라지게 되면서 한미노선의 지배력이 약화된다. 유나이티드항공은 인천∼샌프란시스코 노선 직접 취항 외에 아시아나항공과 코드셰어를 체결해 인천∼LA·뉴욕·시애틀 노선에 간접 취항을 이어오고 있다. 아시아나항공이 운항 중인 인천∼샌프란시스코 주 7회(하루 1편) 운항편도 코드셰어를 맺고 운항편을 간접적으로 확대했다.

그러나 대한항공이 아시아나항공을 인수합병하게 될 시 아시아나항공은 스타얼라이언스를 탈퇴해야 한다. 또 양사 결합이 완전히 마무리되면 사실상 유나이티드항공은 한미노선에서 이어오던 코드셰어 파트너를 한 순간에 잃게 된다. 단순히 아시아나항공을 대체할 항공사로 에어프레미아를 내세운다고 해결될 문제가 아니라는 얘기다.

유나이티드항공의 불만이 거세질 경우 지난번 영국의 허가를 받을 때처럼 인천∼샌프란시스코·LA·뉴욕 등 주요 노선의 슬롯을 일부 양도해야 할 가능성도 적지 않아 보인다.

뿐만 아니라 아시아나항공 대체 항공사로 제시한 에어프레미아에 대한 물음표도 여전하다.

보잉 787-9 드림라이너 5대를 보유한 에어프레미아는 현재 5개 노선에 정기 운항을 이어오고 있으며, 부정기편으로 스페인 바르셀로나와 방글라데시 다카 노선을 종종 운항하고 있다. 오는 5월 중순부터는 미국 샌프란시스코 노선을 정기편으로 운항할 예정이다. 사실상 항공기 5대로 6∼7개 노선을 운항하는 셈이다.

무리한 스케줄 때문인지 이번달에만 에어프레미아는 3∼4시간 지연 문제가 수차례 발생했으며, 지난 6일 인천→LA 노선은 7시간 지연 출발을 했다. 일각에서는 에어프레미아가 항공기를 충분히 확보하지 못한 채 노선을 확장하고 스케줄을 짜 운항을 하는 과정에 지연·결항 문제가 반복되고 있다고 꼬집었다.

복합적인 문제가 존재하는 만큼 미국 법무부는 보다 꼼꼼하게 문제를 살필 것으로 분석된다. 이 과정에서 한미노선 독과점 해소 방안으로 현재 대한항공이 제시한 조건 외에 추가적인 시정조치안을 요구할 가능성도 적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근거자료 및 출처
대한항공, EU 경쟁당국으로부터 아시아나항공 기업결합 ‘승인’ 발표
2024. 2. 13 대한항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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