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일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양재 AT센터에서 ‘위성전파·위성통신 기술 콘퍼런스’를 개최했다. 사진은 김정삼 과기정통부 중앙전파관리소 소장이 발언하는 모습. / 조윤찬 기자
28일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양재 AT센터에서 ‘위성전파·위성통신 기술 콘퍼런스’를 개최했다. 사진은 김정삼 과기정통부 중앙전파관리소 소장이 발언하는 모습. / 조윤찬 기자

시사위크|양재=조윤찬 기자  정부가 ‘저궤도 위성통신 기술 개발’ 사업에 대한 예비타당성 조사를 진행하고 있다. 6G 서비스에 저궤도 위성통신이 필요해 여러 국가에서 해당 시장을 선점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는 상황이다. 정부는 더 이상 뒤처질 수 없다는 입장이다.

◇ ‘저궤도 위성통신’ 사업 예타 진행… “글로벌 투자 활성화 전망”

28일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양재 AT센터에서 ‘위성전파·위성통신 기술 콘퍼런스’를 개최했다. 차세대 6G 이동통신 활성화를 위해선 저궤도 위성통신 인프라가 필요하다. 이날 콘퍼런스에서 과기정통부 측은 저궤도 위성 개발 사업 필요성을 강조했다.

김정삼 과기정통부 중앙전파관리소 소장은 개회사에서 “스타링크와 원웹 등의 저궤도 통신위성 서비스가 국내 진출을 앞두고 있다”며 “세계적으로 투자가 활성화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재난 등 지상망을 사용할 수 없는 상황에서도 위성의 역할은 크다. 전파관리소에선 국내 상공에 떠 있는 위성들로부터 전파 주권을 지키는 역할을 위해 여러 방안을 연구하고 있다. 콘퍼런스에서 이뤄진 논의가 발전되길 바란다”고 밝혔다.

이영복 과기정통부 사무관은 글로벌 저궤도 위성통신 시장 규모가 2030년 2,162억 달러(약 280조1,952억원)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고 전했다. 이 가운데 저궤도 위성통신 비중은 67%를 차지할 것으로 분석된다.

주요국들은 △위성개발·발사(EU, 중국, 러시아) △기금지원(미국, 영국) △기업 투자(영국) 등을 하면서 독자 위성망을 구축하고 있다. 민간 위성 모니터링 플랫폼 ‘라이브 스타링크 세틀라이트 엔 커버리지 맵’에 따르면 28일 기준 스페이스X의 스타링크 위성은 4,279개가 활성화돼 글로벌을 대상으로 서비스하고 있다.

글로벌 저궤도 위성통신 시장은 미국 스페이스X와 영국의 원웹이 선점한 상태다. 과기정통부 측은 국내는 관련 사업이 예비타당성조사를 통과하지 못해 정부 지원이 이뤄지지 못하고 있다고 전했다.

6G는 지상망과 저궤도 위성을 사용해 통신서비스 영역이 지상에서 상공으로 확장되는 것이 특징이다. 현재 4,800억원 규모의 ‘저궤도 위성통신 기술 개발’ 사업에 대한 예타가 진행되고 있다. 해당 사업은 2025년부터 2030년까지 진행된다. 그러나 이는 저궤도 위성통신 시범망을 구축하는 사업이다. 높은 비용 때문에 과기정통부는 독자 저궤도 위성통신망을 구축하는 것은 결정하지 못했다.

이영복 사무관은 “정부는 국내 기업들이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적극적으로 지원하려 한다”며 “국회나 기재부 예산심의에서 국내에 관련 시장이 있는지 기업들이 역량이 있는지 물어본다. 예타에서도 이런 지적이 나온다. 하지만 글로벌 진출 사례들이 나오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정부는 기업들이 글로벌 시장에 진출할 수 있게 하는 매개체가 되겠다. 기업에서도 기술개발에 적극 참여해달라”고 덧붙였다.

◇ 변강일 교수 “저궤도 위성 고도 낮아지는 추세, 주파수 대역은 높아져”

변강일 유니스트(울산과학기술원) 교수는 위성 고도가 저궤도로 낮아지는 추세를 보이고 있다고 설명했다. / 조윤찬 기자
변강일 유니스트(울산과학기술원) 교수는 위성 고도가 저궤도로 낮아지는 추세를 보이고 있다고 설명했다. / 조윤찬 기자

이날 학계는 저궤도 위성통신 활성화에 대비해 기술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고 알렸다. 변강일 유니스트(울산과학기술원) 교수는 위성 고도가 저궤도로 낮아지는 추세를 보이고 있다고 설명했다.

위성의 고도가 낮아지면 데이터 전송 지연 시간이 줄어들게 된다. 한국항공우주연구원에 따르면 위성은 고도에 따라 △저궤도(250~2,000km) △중궤도(2,000~3만6,000km) △정지궤도(3만6,000km) 등으로 나눌 수 있다.

변 교수는 “지연을 줄이는 것이 비즈니스 모델이 된다”며 “저궤도 위성이 우주를 통하지만 광케이블보다 데이터 전송 속도가 빨라지면 비싸더라도 사람들이 돈을 지불할 것이라는 생각에서 스타링크가 시작됐다”고 말했다. 스타링크는 1,150㎞, 550㎞, 340㎞(2024년 예정) 등으로 위성 궤도가 낮아지고 있다.

유니스트에선 W밴드(75~110GHz)  차세대 초고속 저궤도 위성통신 시스템을 구축하기 위해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 조윤찬 기자
유니스트에선 W밴드(75~110GHz) 차세대 초고속 저궤도 위성통신 시스템을 구축하기 위해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 조윤찬 기자

전송속도를 높이기 위해 주파수는 고대역으로 높아진다. 현재 스타링크는 고대역 28GHz(기가헤르츠) 주파수를 스타링크에 사용하고 있다. 변 교수는 “저궤도 위성 통신 기술개발 트렌트를 보면 향후 W밴드(75~110GHz) 이상의 주파수 대역으로 기술이 확장”될 것으로 전망했다.

이에 유니스트에선 W밴드 차세대 초고속 저궤도 위성통신 시스템을 구축하기 위해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변 교수는 “2년간 해왔고 향후 6년 더 개발을 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 저궤도 위성, 국내 상공 10분 머물러… “위성망 구축 비용 대비 이익 큰지 의문”

고영채 고려대학교 교수는 국내 B2C(소비자 대상) 통신 서비스 용도를 위해 자체 저궤도 위성통신망을 갖추는 것은 부적절하다고 밝혔다. / 조윤찬 기자
고영채 고려대학교 교수는 국내 B2C(소비자 대상) 통신 서비스 용도를 위해 자체 저궤도 위성통신망을 갖추는 것은 부적절하다고 밝혔다. / 조윤찬 기자

국내 B2C(소비자 대상) 통신 서비스 용도를 위해 자체 저궤도 위성통신망을 갖추는 것은 부적절하다는 분석도 나왔다. 개인 통신용도로 저궤도 위성이 적합한지에 대해 고영채 고려대학교 교수는 “예타가 있어서 필요하다고 말해야겠지만 한국에는 솔직히 필요 없다”고 말했다.

저궤도 위성은 빠른 속도로 이동해 한국 상공을 지나기까지 10분정도가 소요된다. 위성 하나가 국내를 벗어나면 바로 인접한 위성과 연결(ISL)해야 한다. 제때 위성 간 연결이 안 되면 통신이 끊기게 된다. 고 교수는 “국내는 수많은 위성 통신 시스템을 구축해 전송 속도를 높여 얻는 이익이 크지 않다”고 설명했다.

고 교수는 스타링크가 큰 효과를 내는 곳은 미국 금융가 월 스트리트라고 밝혔다. 고 교수는 “월스트리트에 투자를 결정하는 AI엔진이 있다. AI가 정보를 받아들여 몇 초 만에 결정하는 것이 수조원의 이익을 좌우한다. 세계 주식 시장의 모든 정보들로 트레이딩 AI 엔진이 작동하는 경우에 전송시간이 매우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전화나 다운로드하는 데 몇 초 늦어지는 건 상관없다. 주요한 정보를 다루거나 군이 사용할 때에 저궤도 위성이 위력을 발휘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ISL은 우주 공간 광학 통신(FSO)으로 구현되며, FSO는 레이저를 이용해 통신이 이뤄진다. 스타링크의 FSO 부품은 독일 레이저통신 장비회사 마이네릭이 공급하고 있다. 고영채 교수는 “빔 포인팅 기술을 연구하고 있다. 마이네릭과 경쟁하는 것이 목표”라고 강조했다.

한편 국내 위성통신 사업자 KT SAT는 스페이스X와 협력해 스타링크를 이용한 저궤도 위성인터넷 서비스를 선보인다고 29일 밝혔다. 스타링크는 정부승인을 받아 2024년에 국내 서비스를 시작할 예정이다. KT SAT는 바다 위 선박에서 원활한 인터넷 콘텐츠 이용이 가능하도록 스타링크를 도입한다. 자체 보유한 정지궤도 위성과 스타링크를 연계해 최적의 해양 통신 환경을 마련할 계획이다.

국토교통부는 UAM(도심항공교통)을 2025년 상용화하기 위해 여러 기업들과 협력하고 있다. KT SAT 또한 UAM 상용화 준비에 참여하고 있다. 6G 서비스 모델 중 하나인 UAM은 지상망과 저궤도 위성이 모두 필요하다. KT SAT는 UAM에서도 해양 통신처럼 스타링크와 협력할 것으로 관측된다. 스타링크가 한국 저궤도 위성통신 시장도 선점하고 있는 가운데 시범망을 구축하는 ‘저궤도 위성통신 기술 개발’ 사업이 예타를 통과할지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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