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낙연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신당 창당설’을 두고 민주당 내에서 계파 갈등이 극에 달했다. 친명계로 불리는 김민석 의원이 이 전 대표를 향해 ‘사쿠라(정치적 변절자)’라며 원색적 비난을 했다. 사진은 김 의원이 지난 10월 23일 오후 국회에서 열린 보건복지위원회의 한국노인인력개발원 등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질의를 하고 있는 모습. / 뉴시스
이낙연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신당 창당설’을 두고 민주당 내에서 계파 갈등이 극에 달했다. 친명계로 불리는 김민석 의원이 이 전 대표를 향해 ‘사쿠라(정치적 변절자)’라며 원색적 비난을 했다. 사진은 김 의원이 지난 10월 23일 오후 국회에서 열린 보건복지위원회의 한국노인인력개발원 등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질의를 하고 있는 모습. / 뉴시스

시사위크=전두성 기자  이낙연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신당 창당설’을 두고 민주당 내에서 계파 갈등이 극에 달한 모양새다. 친명계(친이재명계)로 불리는 김민석 의원이 이 전 대표를 향해 ‘사쿠라(정치적 변절자)’라며 원색적 비난을 했고, 비명계(비이재명계) 의원들은 ‘김민새(김민석+철새)’라며 응수에 나섰기 때문이다. 이러한 양상이 연일 지속되자 당내에서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기도 했다.

◇ 김민석 “이낙연 신당은 사쿠라 신당”

김 의원의 ‘사쿠라 발언’은 지난 11일에 나왔다. 그는 CBS ‘김현정의 뉴스쇼’에서 이 전 대표의 신당 창당설과 관련해 “굉장히 나쁜 구태 정치라고 본다”며 “이 전 대표가 민한당(민주한국당) 이후에 실패해 왔던 사쿠라 노선을 답습할 우려가 있어 보인다”고 했다.

김 의원은 12일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사쿠라 발언을 이어갔다. 김 의원은 “저는 이른바 ‘이낙연 신당’에 대해 경선불복, 사쿠라 신당이라 비판했다”며 “검찰 독재 종식을 위해 야권이 단결해야 한다는 확신과 정체성을 경시한 정치적 오판에 대한 뼈저린 체험 때문”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검찰 독재의 일심동체 골리앗인 윤석열-한동훈 심판은 민주당의 절대 과제”라며 “이 전선을 흔드는 것은 어떤 명분으로도 용납할 수 없는 이적행위다. 이 절대 과제를 흔드는 이낙연 신당론은 결국 윤석열 검찰 독재의 공작정치에 놀아나고 협력하는 사이비 야당, 즉 사쿠라 노선이 될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정권 심판’을 고리로 당이 단합해야 하는 상황에서 이 전 대표가 당을 비판하고 신당 창당을 시사하며 다른 목소리를 낸다는 것이다.

이어 김 의원은 신당 얘기를 또다시 할 거면 당을 나가라고 쏘아붙였다. 그는 “정치인 이낙연의 정체성은 민주당인지 제3세력인지 답하라”며 “검찰 독재와 치열하게 싸운 적이 있는가. 민주당 덕으로 평생 꽃길을 걸은 분이 왜 당을 찌르고 흔드는가”라고 비판했다.

또 “신당을 할 거면 안에서 흔들지 말고 나가서 하는 것이 최소한의 양식 아닌가”라며 “내일도 신당 얘기를 할 거면 오늘 당장 나가라”고 직격했다.

◇ 비명계 “김민새의 셀프디스”

김 의원의 이러한 발언에 이 전 대표는 “일일이 대꾸할 가치를 못 느낀다”며 선을 그었지만, 당내 ‘혁신계’를 자청하는 비명계 모임인 ‘원칙과 상식’ 소속 의원들이 일제히 김 의원을 비판하고 나섰다. 또 ‘86(80년대 학번‧60년대생)세대 청산론’까지 꺼내 들었다. 김 의원이 86세대의 대표 주자로 꼽히기 때문이다.

원칙과 상식 소속 의원들은 김 의원이 2002년 대선을 앞두고 민주당을 탈당하고 ‘정몽준 캠프’로 갔던 일을 언급하며 “김민새(김민석+철새)의 셀프디스”라고 응수했다.

조응천 의원은 이날 SBS ‘김태현의 정치쇼’에 나와 “김 의원이 말을 듣고 드는 생각은 셀프 디스”라며 “왜냐하면 2002년 대선 당시 노무현 후보가 지지율이 낮다는 이유로 (김 의원이) 탈당하고 정몽준의 국민통합21로 옮겼지 않았는가. 그때 철새, 김민새라는 별칭이 붙었다”고 말했다.

이어 “그런데 16년 만에 들어와서 처음에는 추미애 전 대표 쪽으로 분류가 됐었는데 어느새 보니까 완전 친명 전사가 돼 있다. 그런 분이 당의 원로를 비난하고 저격한다. 과연 사쿠라라고 말할 자격이 있는가”라고 받아쳤다.

친낙계(친이낙연계)로 불리는 윤영찬 의원도 전날(11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지난 2002년 10월 17일 김민석 선배의 민주당 탈당은 큰 충격이었다”며 “김 의원은 노무현의 낮은 지지율을 얘기하며 ‘정몽준이 결국 치고 올라와 대선후보가 되고, 그래야 이회창의 집권을 막을 수 있다’고 말했다. 명분과 가치보다 현실을 선택한 것”이라고 했다.

윤 의원은 “이 사건으로 김 의원은 ‘김민새’라는 오명을 쓰게 됐고, 10년 넘게 정치적 낭인 생활을 했다”며 “그랬던 김 의원께서 어느덧 친명계로 변신해서 당의 변화와 혁신을 바라는 동료 의원들을 비난하고 이 전 대표에게 ‘사꾸라’ 운운하고 계신다”고 날을 세웠다.

민주당을 탈당한 이상민 의원도 비판에 가세했다. 그는 BBS ‘전영신의 아침저널’에 출연해 “김 의원은 그러면 안 된다. 당 대표였고 총리까지 했던 분에 대한 예의가 그 정도밖에 안 되는가”라며 “부끄러워하고 양심의 가책을 못 느끼는가”라고 일갈했다.

이원욱 의원을 이날 김 의원을 겨냥하며 ‘86세대 청산론’을 꺼내 들었다. 그는 페이스북을 통해 “청년과 서민에게 우리 586세대는 기득권”이라며 “기득권자인데 마치 피해자인 척하는 우리가 부끄럽다. 오직 ‘민주 대 반민주’의 프레임을 받들고 586 기득권 정치인 청산이라는 국민적 요구에 애써 눈감는 우리가 부끄럽다”고 적었다.

그러자 김 의원은 다시 반박에 나섰다. 그는 기자회견 후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이낙연 신당을 비호하며 제게 시비하는 분들께선 곧 사쿠라 당을 하실 건가”라며 “과거의 저를 비판한다면 오늘의 이낙연 신당을 100배 비판하시길(바란다)”이라고 받아쳤다.

이러한 공방의 양상이 계속되자 당내에서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왔다. 계파색이 옅은 한 민주당 의원은 <시사위크>와의 통화에서 “김 의원은 이 전 대표를 설득하는 게 아니라 비난하고 있는 상황이라 안타까움이 있다”며 “이 전 대표를 설득해서 당에 남도록 해달라고 부탁하는 게 더 필요한 상황이라고 본다”고 했다. 이 전 대표를 비난하는 게 당 차원에서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이러한 김 의원의 행보에 당내 지도부와 당원들의 지지를 받기 위한 것이라고 해석했다. 그는 “김 의원은 이번 기회를 통해 이 전 대표와 각을 세워 당과 당원들의 지지를 받으려고 그런 것 같다”며 “(강성 지지자들이) 들을 때는 시원해 보일 수 있지만, 현재 김 의원이 하시는 게 당에 도움이 되는지 의문”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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