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재옥 국민의힘 당대표 권한대행이 20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운영위원장실에서 홍익표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와 회동을 갖고 2024년도 예산에 대해 최종 합의한 후 발언하고 있다. / 뉴시스
윤재옥 국민의힘 당대표 권한대행이 20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운영위원장실에서 홍익표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와 회동을 갖고 2024년도 예산에 대해 최종 합의한 후 발언하고 있다. / 뉴시스

시사위크=권신구 기자  여야가 20일 내년도 예산안 처리문제에 전격 합의했다. 쟁점 예산들에 대해 이견을 좁히지 못하며 평행선을 달려왔던 여야의 줄다리기는 ‘최장 지각 처리’라는 오명 앞에서 가까스로 끝났다. 여당으로선 ‘건전 재정 기조’를 유지한 채 합의를 끌어냈고, 야당으로선 ‘지역 화폐 예산’ 등을 챙겼다는 점에서 나름의 목표도 달성했다.

◇ 4조2,000억 감액… R&D 예산 ‘순증’

여야 원내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회동을 갖고 내년도 예산안 처리에 합의했다. 윤재옥 국민의힘 당 대표 권한대행 겸 원내대표는 “더 이상 미룰 수 없다는 절박한 심정으로 양당 간 서로 양보와 타협을 통해 예산안 합의에 이르렀다”고 밝혔다. 홍익표 민주당 원내대표도 “야당 입장에선 다소 아쉬운 측면이 있지만 양당이 최선의 협상을 한 데 의미가 있다”고 평가했다.

합의문에 따르면, 여야는 내년도 예산안 중 4조2,000억원을 감액하고 국가채무와 국채발행 규모를 정부안보다 늘리지 않기로 했다. 예산 심사 과정서 여당은 줄곧 ‘재정 건정성 유지’ 측면을 강조해 왔는데, 이러한 의중이 관철된 것으로 보인다. 윤 권한대행은 이날 합의 후 의원총회에서 “정부안을 증액시킬 수 없다는 일관된 원칙을 가지고 협상을 했다”며 “정부 예산을 증액시키지 않고 예산안을 합의했다”고 말했다. 

여야가 협의한 예산안은 약 10시간 가량 시트 작업을 거치게 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구체적으로 어느 예산이 삭감됐는지는 이 과정이 끝나야 드러난다. 다만, 사정기관 특수활동비와 공적개발원조(ODA) 예산 등은 삭감될 것으로 보인다. 국회 예결위 야당 간사인 강훈식 민주당 의원은 이날 기자들과 만나 “특활비나 ODA는 감액할 것”이라며 “감액 규모나 이런 것을 내일 알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감액된 예산은 다른 사업 예산으로 편성될 것이란 게 강 의원 설명이다.

이번 예산안 심사 과정서 가장 쟁점이 됐던 R&D 예산의 경우, 6,000억원 순증하기로 합의했다. 정부는 ‘나눠 먹기식 예산’이라는 이유로 지난해 대비 16.6% 삭감된 25조9,000억원의 R&D 예산을 편성해 논란에 불을 붙였다. 기술 경쟁력을 약화시킬 수 있다는 비판이 과학계 안팎에서 불거지자, 정부·여당은 부랴부랴 예산 증액을 예고하며 논란 진화에 나섰다. 이날 R&D 예산 순증은 현장 연구자의 고용불안을 해소하고 차세대·원천기술 연구 보강, 최신·고성능 연구 장비 등의 지원 목적으로 활용될 예정이다.

민주당 입장에선 꾸준히 주장해 온 지역사랑상품권 예산을 확보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는 평가다. 대표적 ‘이재명표 예산’으로 평가되는 지역사랑상품권 예산은 민주당이 지역경제 활성화를 이유로 목소리를 높여왔다. 여당은 ‘포퓰리즘 예산’이라며 난색을 보여왔지만, 더는 예산안 처리를 미룰 수 없다는 이유에서 양보한 것으로 보인다. 다만 반영액은 민주당이 요구했던 7,053억원의 절반 수준인 3,000억원으로 절충점을 찾았다. 아울러 새만금 예산의 경우도 3,000억원을 증액한 4,479억으로 합의하면서 민주당으로선 ‘실리’를 챙긴 셈이 됐다.

여야가 극적 합의를 도출함에 따라 국회선진화법 이후 ‘최장 지각 처리’ 불상사는 막을 수 있게 됐다. 윤 권한대행은 이날 합의 후 기자들과 만나 “법정 시한을 지키지 못한 데 대해 국민에게 송구스럽게 생각하고 오늘 이 예산안 합의를 통해 내년도 민생 경제에 마중물이 되고 어려운 민생을 돌보는 데 도움이 됐으면 좋겠다는 입장”이라고 했다.

홍 원내대표도 “법정 시한을 많이 넘겨 예산안이 지연된 것에 대해 다시 한번 국민에게 송구스럽다”며 “그러나 내년도 국가 예산이 국민의 삶과 대한민국의 미래에 있어서 중요한 예산이기에 과정에 있어서 상당한 노력과 협의가 진행되면서 불가피하게 일정이 지연됐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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