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훈 법무부 장관이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을 수락했다. 본격 정치 무대로 뛰어든 한 장관의 앞에는 당의 총선 승리를 비롯한 산적한 과제들이 쌓여있다. / 뉴시스
한동훈 법무부 장관이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을 수락했다. 본격 정치 무대로 뛰어든 한 장관의 앞에는 당의 총선 승리를 비롯한 산적한 과제들이 쌓여있다. / 뉴시스

시사위크=권신구 기자  한동훈 법무부 장관이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직을 수락했다. 당 운영의 전권을 부여받게 된 한 장관은 ‘절체절명의 위기’에 빠진 국민의힘을 내년 총선까지 수습해야 하는 임무를 떠안게 됐다. 앞에 놓인 과제는 만만치 않다. ‘정치 신인’인 한 장관이 이를 잘 해낼 수 있을지에 대한 의구심도 여전하다. 본격 정치무대에 뛰어든 순간부터 ‘시험대’에 오른 모양새다.

21일 국민의힘은 비대위원장에 한 장관을 인선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윤재옥 국민의힘 당 대표 권한대행 겸 원내대표는 이날 기자간담회에서 “한 장관은 당 내외 인사 중 다수가 추천하는 인물로 의견 수렴 과정에서 그 역할에 대해 기대감이 가장 높았던 분”이라며 “당원과 국민의 뜨거운 성원과 지지를 부탁한다”고 했다.

소문만 파다했던 ‘한동훈 비대위’가 가시화된 것은 이날 오전이다. 한 장관이 윤 권한대행을 만나 비대위원장직을 수락하면서 현실화 됐다. 법무부에 따르면, 한 장관은 이날 윤석열 대통령에게 법무부 장관직 사의를 표했다. 법무부가 위치한 정부 과천청사에서 이임식도 진행됐다. 

국민의힘이 한 장관에게 비대위원장직을 제안한 목적은 분명하다. 내년 총선 승리를 위해 보수·중도를 아우르는 인물이 필요한 데 그 적임자가 한 장관이라는 것이다. 참신한 이미지를 지닌 한 장관이 여권 유력 대권 주자로서 높은 인지도를 지니고 있다는 점도 근거다. 윤 권한대행은 “당원과 보수층에 총선 승리에 대한 절박함과 결속력을 불어넣는 긍정적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고 말했다.

강서구청장 보궐선거 패배 이후 혁신위원회 실패까지 겹치며 ‘총선 위기론’에 직면한 국민의힘. 한 장관은 이같은 상황을 반전시켜야 하는 중책을 맡게 됐다. 하지만 한 장관 앞길에 과제도 산적해 있다. ‘대안’이 없다는 이유로 입장이 바뀌었지만, 당내에서조차 한 장관의 등판을 우려했을 만큼 그에 대한 불안 요소가 분명하기 때문이다. 한 장관으로선 이를 오롯이 ‘실력’으로 검증해 내야 하는 셈이다.

수직적 당정관계’ 개선 등 과제 산적

당내의 고질적 문제로 지적돼 온 ‘수직적 당정관계’를 어떻게 풀어갈 것인지가 대표적 과제로 꼽힌다. 윤 대통령의 측근인 한 장관이 비대위원장직을 맡는 것 자체가 당과 대통령실의 관계를 더욱 좁히는 게 아니냐는 우려로 이어지고 있다. 

다만 당내 인사들은 이러한 신뢰 관계가 오히려 윤 대통령에게 격의 없는 조언을 할 수 있는 조건이라고 보고 있다. 김병민 국민의힘 최고위원은 지난 18일 SBS 라디오 ‘김태현의 정치쇼’에서 “(대통령과의) 신뢰를 바탕으로 더 주도적이고 적극적인 메시지를 낼 것”이라고 말했다. 한 장관 역시 지난 19일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누구도 맹종한 적 없다”며 이러한 우려를 일축했다.

‘정치 신인’이라는 꼬리표를 어떻게 끊어낼 수 있을지도 관건이다. 이와 관련해 윤 권한대행은 이날 “정치 경험이 없다는 지적을 할 수 있지만, 무에서 유를 창조하듯이 새로운 정치를 하는 데 더 좋은 조건일 수 있다”며 “한 장관은 이미 정무적 감각, 역할을 준비해 왔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한 장관은 “세상의 모든 길은 처음에는 다 길이 아니었다”며 자신감을 드러냈다.

비대위원장으로서 한 장관이 마주할 첫 시험대는 ‘김건희 특검법’이다. 한 장관은 앞서 특검법과 관련해 ‘악법’이라고 반대 의사를 밝혔지만, 사실상 민주당의 단독 강행을 막기는 쉽지 않은 상황이다. 해당 법안이 총선 국면에 미칠 파급력이 상당한 만큼, 이에 대한 적절한 대안을 찾는 게 급선무다.  

총선을 앞두고 당 지지율을 복원시켜야 한다는 점도 주요 임무다. 이를 위해 이준석 전 대표를 중심으로 한 비윤계를 포용하고, 대대적인 당 인적 쇄신에 나설 필요가 있다는 의견도 나온다. 박상병 정치평론가는 <시사위크>와 통화에서 “(한 장관이) 정치 경험이 없다는 것은 (당내) 누구와 아무런 관계가 없다는 것”이라며 “과감한 인적 혁신을 주문하면서 공천관리위원장을 초빙할 수가 있다”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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