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훈 법무부 장관과 신상진 성남시장이 지난 13일 경기도 성남시청에서 열린 수용자 의료처우 개선 및 공공보건의료서비스 확대를 위한 법무부-성남시 업무협약식에 참석하며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 / 뉴시스
한동훈 법무부 장관과 신상진 성남시장이 지난 13일 경기도 성남시청에서 열린 수용자 의료처우 개선 및 공공보건의료서비스 확대를 위한 법무부-성남시 업무협약식에 참석하며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 / 뉴시스

시사위크=권신구 기자  김기현 전 대표 사퇴 이후 비상대책위원회 전환을 결정한 국민의힘이 ‘비대위원장’을 두고 혼란을 겪고 있다. 한동훈 법무부 장관을 비대위원장에 앉혀야 한다는 주장과 이를 반대하는 목소리가 엇갈리면서다. 국민의힘은 이날 국회의원·당협위원장 연석회의를 열고 의견 수렴에 나섰지만, 고심이 깊어지면서 결론을 내리지 못했다.

18일 국민의힘 내에서는 당 지도부를 중심으로 비대위원장으로 한 장관을 추대해야 한다는 주장이 이어졌다. 장예찬 국민의힘 청년최고위원은 이날 YTN 라디오 ‘뉴스킹 박지훈입니다’에 출연해 “기존의 여의도 문법이나 정치 관습대로 비대위원장이 세워져서는 이 천금 같은 기회를 살리지 못할 것 같다”고 했다. 김병민 국민의힘 최고위원도 이날 SBS 라디오 ‘김태현의 정치쇼’에서 “이번 비대위원장은 판을 완전히 바꾸는 비대위원장이 돼야 한다”고 했다.

비대위원장으로 한 장관을 추대해야 한다는 목소리는 지난 15일 국회에서 열린 당 의원총회에서 본격적으로 불거졌다. 당내 주류 인사들이 당의 전면적 변화를 위해서 한 장관을 적극 밀었다. 일부 언론은 한 장관 추대에 여권 핵심 인사들이 공감대를 형성했다고 보도했다. 이날 당협위원장·국회의원 연석회의를 앞두고 일부 친윤 의원들이 당협위원장들에게 전화를 돌렸다는 이야기도 나왔다.

'한동훈 비대위원장'을 뒷받침하는 주된 근거는 어수선한 당의 상황을 정리하기 위해선 윤석열 대통령과 신뢰를 쌓고 있는 한 장관만 한 인물이 없다는 것이다. 높은 인지도와 대야 투쟁력 등도 한 장관 비대위 추대론의 한 축을 담당하고 있다. 김 최고위원은 이날 SBS 라디오 ‘김태현의 정치쇼’에 출연해 “국민의힘에선 이재명 대표에 필적할 수 있는 유일한 대권주자로서 여론조사가 나오는 힘을 갖는 게 한 장관이 거의 유일하다”고 했다.

◇ 결론 못 내린 국민의힘

한 장관의 ‘신선함’에 기대를 거는 의견과는 달리 당내 일각에선 이를 우려스럽게 바라보고 있다. 당이 위기인 상황에서 정치 경험이 없는 한 장관이 나서는 것이 과연 적절하냐는 물음이다. 

한 장관이 윤 대통령과 친밀한 관계라는 점도 우려 중 하나다. ‘수직적 당정관계’를 심화할 수 있는 데다, 야당에 공세의 빌미를 제공해 줄 수 있다는 것이다. 다만 김 최고위원은 “한 장관은 저보다 훨씬 더 대통령을 잘 아는 인사”라며 “당의 비대위원장으로 오게 되면 신뢰를 바탕으로 더 주도적이고 적극적인 메시지를 낼 것”이라고 했다.

여권에서는 총선 국면에서 한 장관이 어떤 식으로든 역할을 할 것이란 기대감이 적지 않다. 한 장관이 지닌 인지도와 신선함 등이 총선에서 ‘바람’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이 지점에서 당내 일각에선 비대위원장으로서의 한 장관이 적절하냐는 지적도 새어 나온다. 여권의 ‘주요 자산’을 빨리 소모하는 측면이 크다는 이유에서다.

성일종 국민의힘 의원은 이날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와 인터뷰에서 “한 장관 같은 경우는 카드를 다양하게 쓸 수 있는 장점이 있다”며 “중요한 상징성을 갖고 있는 당의 주자일수록 그런 것들을 우리가 배합할 필요가 있지 않나”라고 했다.

이러한 주장은 이날 열린 국회의원 및 당협위원장 연석회의에서도 이어졌다. 조해진 국민의힘 의원은 이날 회의 후 기자들을 만나 “당이 제일 어렵고 복잡하고 시끄러울 때 당에 들어오자마자 그걸 막게 되면 장점들을 제대로 발휘할 시간을 못 갖고 당무에 매몰돼 시간을 허비하거나 상처받을 수 있다”고 했다.

결국 국민의힘은 이날 비대위원장 인선과 관련한 결론을 내리지 못했다. 윤재옥 국민의힘 당 대표 권한대행 겸 원내대표는 이날 회의 후 기자들과 만나 “많은 의견을 들었다”며 “의견이 모아졌다고 표현하기보다는 중요한 의견 수렴 과정을 거쳤다”고 했다. 그러면서 “필요한 절차가 남아있기 때문에 또 과정을 거친 후 제가 판단하겠다”고 덧붙였다. 인선 시점과 관련해서 윤 권한대행은 “시간을 많이 끌지 않겠다는 답변을 계속 드리고 있다”며 “다만 내일, 모레 이틀간 예산안 처리로 중요한 의사결정을 해야 하는 과정이 남아있다”며 종합적으로 볼 것“이라고 설명했다.

관련기사

저작권자 © 시사위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