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영건설, 오너일가 사재출연 계획 등 함구
산은 “워크아웃 진행하기엔 충분치 않아”

3일 태영건설이 채권단을 상대로 자구책 등을 설명하는 자리를 가졌다. / 뉴시스
3일 태영건설이 채권단을 상대로 자구책 등을 설명하는 자리를 가졌다. / 뉴시스

시사위크=김필주 기자  워크아웃(기업개선 작업)을 신청한 태영건설이 채권단을 상대로 설명회를 가졌으나 주채권은행인 KDB산업은행(산은)을 비롯한 채권단은 자구책 미흡하다며 냉랭한 반응을 보였다. 

3일 오후 3시 서울 여의도 산은 본점에서는 태영건설의 채권단 설명회가 열렸다. 이 자리에서 윤세영 태영그룹 창업회장은 호소문을 통해 “사력을 다해 태영건설을 살리겠다”면서 “언론보도 등을 통해 PF(프로젝트파이낸싱) 보증규모가 9조원대라는 말이 나왔으나 실제 문제가 되는 우발채무는 2조5,000억원 정도로 태영건설은 가능성 있는 기업”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 어떤 말로도 표현할 수 없을 만큼 참담하고 죄송스러운 마음 뿐”이라며 “1년 간 유동성 위기로 가시밭길을 걷던 태영이 결국 흑자 부도 위기를 맞았고 창립 50주년 영광은 고사하고 망할 처지가 이르렀다”고 호소했다.

또한 그는 “태영이 이대로 무너지면 협력업체에 큰 피해를 남기게 돼 줄도산을 피할 수 없고 국가 경제 위기의 불씨가 될 수도 있다”면서 “이대로는 제가 죽어도 눈을 못 감을 것 같아 ‘노욕이 아니냐’ 등의 질타에도 염치 없이 나섰다”며 산은을 비롯한 채권단에게 워크아웃 동의를 요청했다.

그러면서 “모든 사업장을 무조건 다 지원해 달라는 것은 아니다”라며 “절차에 따라 면밀히 실사해 살릴 곳은 살려서 계속 사업을 이어갈 수 있게 도와달라”고 재차 호소했다.

시공능력평가순위 16위인 태영건설은 작년 12월 28일 만기도래 PF 대출금 3조2,000억원을 상환하지 못하자 워크아웃을 신청한 바 있다.

이날 채권단 설명회에서 태영건설이 공개한 회사 현황 보고서에 의하면 태영건설의 보증채무는 총 9조5,044억원으로 이 가운데 우발채무는 2조5,259억원 수준이다. 우발채무는 브릿지보증 1조2,193억원, PF 분양률 75% 미만인 보증 1조3,066억원을 각각 더한 액수다. 

이외에 상대적을 안정적으로 평가되는 무위험보증 규모는 6조9,785억원이다. 무위험보증은 △SOC사업 보증 1조304억원 △본 PF 분양률 75% 이상 보증 1조769억원 △수분양자 중도금 보증 1조3,142억원 등으로 구성됐다.

태영건설은 채권단에 워크아웃 수용을 호소하면서 자구책도 함께 발표했다. 태영건설은 향후 태영인더스트리 매각대금 1,549억원(윤석민 태영그룹 회장 416억원+티와이홀딩스 1,133억원)과 계열사인 에코비트 매각 후 마련한 자금을 태영건설에 지원하겠다고 약속했다. 여기에 골프장 운영업체 블루원의 지분 담보제공 및 매각 추진, 평택싸이로 지분(62.5%) 담보 제공 등을 실행에 옮기겠다고 다짐했다.

하지만 태영건설은 채권단의 주요 관심사인 오너 일가의 사재출연 규모, SBS 지분 매각 가능성 등은 따로 밝히지 않았다.

이에 주채권은행인 산은 측은 “지금까지 발표한 내용만 보면 워크아웃을 진행하기에 충분치 않다고 판단된다”면서 “태영건설 측이 더 많은 자구노력을 실행해야 하고 기존에 합의했던 내용도 반드시 지켜야 한다”고 지적했다.

채권단 및 업계 등에 따르면 이날 산은 외 다수의 채권단도 태영건설의 자구책에 대해 불만을 표한 것으로 전해졌다.

한편 산은은 오는 11일 워크아웃 개시를 위한 1차 협의회 결의 절차를 개시할 예정이다. 이 때 전체 채권단의 75% 이상이 워크아웃에 대해 찬성해야지만 태영건설의 워크아웃이 실시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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