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건설 및 동부건설, PF발 리스크 우려 종식 위해 선제적 유동성 확보
신세계건설, 관계사 신세계영랑호리조트 이달 흡수합병해 재무안정성 유지

9일 윤석민 태영그룹 회장이 기자회견을 통해 최근 불거진 태영건설 워크아웃 논란과 관련해 고개 숙여 사과했다.  / 뉴시스
9일 윤석민 태영그룹 회장이 기자회견을 통해 최근 불거진 태영건설 워크아웃 논란과 관련해 고개 숙여 사과했다.  / 뉴시스

시사위크=김필주 기자  태영건설의 워크아웃 신청으로 그동안 예상에만 그쳤던 부동산 PF발 위기가 현실화되면서 업계에서는 또 다른 제2의 사례가 발발하지 않을까 전전긍긍하고 있다.

이같은 상황 속에서 그간 부동산 PF 관련 우려가 제기됐던 일부 대형·중견건설사들은 일찌감치 유동성 확보에 주력하면서 선제적 리스크 관리에 적극 나서고 있다.

다만 일각에서는 향후 중소·중견 건설사에게 PF발 위기가 확산될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다. 특히 오는 4·10 총선 이후 정부가 본격적으로 부실 건설사를 상대로 ‘옥석가리기’에 나설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 롯데건설, PF발 리스크 대응 위해 현금성자산 2조원 보유

새해를 맞아 롯데건설은 그동안 항간에서 나돌던 PF발 위기설 종식을 위해 유동성 확보 등 적극 대응하는 모습을 보였다. 

지난 3일 하나증권은 리포트를 통해 “롯데건설의 올해 1분기까지 도래하는 미착공PF 규모가 3조2,000억원 수준이며 서울을 제외한 지역의 미착공PF는 약 2조5,000억원으로 추정한다”면서 “보유 현금은 2조3,000억원으로 1년 내 도래하는 차입금은 2조1,000억원이기에 올해 1분기 만기 도래하는 PF우발채무를 감당하기 어렵다”고 진단했다.

이에 롯데건설은 즉각 “올해 1분기 만기 도래하는 미착공PF 3조2,000억원 가운데 2조4,000억원은 이달 중 시중은행을 포함한 금융기관 펀드 조성 등을 통해 본PF 전환 시점까지 장기 조달구조로 연장하고 8,000억원은 올 1분기 내 본PF 전환 등으로 PF우발채무를 해소할 예정”이라며 구체적인 리스크 해소 방안을 제시했다.

그러면서 “미착공PF로 언급된 3조2,000억원 중 서울·수도권 사업장과 지방 사업장 규모는 각각 1조6,000억원(50%)씩을 차지하고 있다”며 “지방 사업장은 부산 해운대 센텀 등 도심지에 위치해 분양성이 우수한 사업장이기에 분양에 문제가 없을 것으로 판단된다”고 덧붙였다. 

롯데건설에 따르면 회사는 현재까지 전체 PF우발채무 가운데 1조6,000억원 규모를 줄였다. 이와 함께 전년말 대비 차입금 1조1,000억원, 부채비율 30% 이상을 각각 감소시켰다. 롯데건설 관계자는 “현재 현금성 자산을 2조원 이상 보유하고 있다. 올해 만기가 돌아오는 차입금은 1조8,000억원으로 대부분 연장협의가 완료됐고 일부는 협의를 진행 중”이라며 “여기에 올해에도 1조6,000억원 규모의 PF우발채무를 줄여서 안정적인 재무구조를 확보할 방침”이라고 설명했다.

◇ 동부건설, 작년 4분기 3,000억원 유동성 선제 확보 

동부건설 역시 일부 증권사 등에서 지적한 PF발 위기설 및 유동성 리스크 등에 대해 적극 해명함과 동시에 만반의 준비에 나섰다.

최근 동부건설은 별도의 보도자료를 통해 “지난해 3분기 기준 현금성 자산이 일부 감소한 것은 금융비용 절감을 위해 만기가 도래한 고금리의 채무증권 상환에 따른 일시적인 현상”이라며 “작년 4분기 해외사업 공사대금, 준공 현장 수금, 대여금 회수 등을 통해 총 3,000억원의 유동성을 선제적으로 확보해 재무 안정성을 유지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작년 3분기 연결기준 순차입금 4,800억원 중 3,500억원 가량이 LH 공공택지 매입을 위한 토지분양대금 반환채권 담보대출으로 이는 사실상 국가 등급의 신용도를 가진 채권이기에 리스크가 없다”며 “지난해 4분기 이중 약 220억원을 상환해 차입금은 지속 감소하는 추세다. 앞으로 낮은 금리의 사업자금 대출은 예정에 따라 실행함과 동시에 고금리의 운영자금은 계속 상환해 이자비용과 채무 상환 부담을 줄여나갈 계획”이라고 부연했다.

동부건설은 PF 우발채무 현실화 우려와 관련해 문제될 것이 없다는 입장이다. 동부건설 측은 작년 3분기 기준 회사의 PF우발채무 규모가 보증한도 기준 2,000억원대 수준으로 전체 PF대출 잔액이 134조원(금융위 2023년 9월말 기준)인 것을 감안하면 업계에서는 낮은 수준에 속한다고 강조했다. 

동부건설 관계자는 “PF대출과 관련된 사업장 다수가 양호한 분양률을 보이거나 공사비가 이비 확보된 곳들”이라며 “작년 12월 서울신용평가가 동부건설의 PF 리스크가 제한적이라고 의견을 제시하면서 등급을 유지한 바 있다”고 전했다.

이외에도 동부건설은 △전체 매출 중 절반 가량이 수익성이 보장된 공공공사 분야에서 나오는 점 △주택사업 비중이 약 30% 내외로 구성돼 있어 비주택 분야 확대를 통해 사업성 보완이 가능한 점 △올해 매출 원가율이 우수한 신규 현장이 착공되는 점 등을 근거로 충분히 PF우발채무 리스크 대응이 가능하다고 알렸다.

롯데건설·동부건설 등 일부 건설사가 PF발 리스크 우려를 해소하기 위해 적극 대응에 나섰다. / 뉴시스
롯데건설·동부건설 등 일부 건설사가 PF발 리스크 우려를 해소하기 위해 적극 대응에 나섰다. / 뉴시스

◇ 신세계건설, 유동성 확보 위해 신세계영랑호리조트 이달 흡수합병

지난해 한국기업평가 등 신평사로부터 신용등급이 하락 조정된 신세계건설도 이달 중 관계사 신세계영랑호리조트를 흡수합병해 유동성 확보에 나선다. 

작년 3분기 신세계건설의 공사미수금은 2,658억원 규모다. 이는 2022년 3분기 917억원 대비 약 190% 증가한 수치다. 신세계건설은 지난 2022년 영업손실 120억원을 기록해 적자전환됐고 2023년 3분기까지 누적 영업적자 규모는 903억원으로 불어났다.

이에 신세계건설은 지난해 11월 14일 이사회를 열고 신세계영랑호리조트를 흡수합병하기로 결정했다. 당시 신세계건설은 “이번 합병 결정으로 약 650억원 규모 자본 확충 및 안정적 유동성 확보로 재무구조가 크게 개선돼 기업 경쟁력이 강화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며 “이를 통해 부채 비율(2023년 3분기 기준)은 470%에서 356%로 낮아질 것으로 예상된다”고 밝혔다.

신세계건설의 신세계영랑호리조트 합병기일은 이달 25일로 예정돼 있다. 신세계그룹 측은 “신세계건설의 상황을 지속적으로 모니터링하는 중”이라며 “위기가 현실화하지 않도록 그룹 차원에서 단계별 지원하는 방안 등도 준비하고 있다”고 전했다.

◇ 업계, 4·10 총선 이후 PF발 리스크 확산 우려

한편 업계는 4·10 총선 이후 PF발 위기가 본격화될 것으로 내다봤다. 총선 이후 지지율 등 정무적 부담감이 줄어든 정부가 본격적인 ‘옥석가리기’에 나설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특히 업계는 상대적으로 자본력이 약한 중소·중견건설사에게 위기가 확산될 것으로 보았다.

한 건설업계 관계자는 “업계 내에선 4·10 총선 때까지는 태영건설을 비롯한 PF발 리스크를 어떻게든 정부가 막을 것이라는 분위기가 우세하다”며 “다만 문제는 총선 이후다. 이때부터 정부는 수익·분양성이 있거나 상징성이 있는 대형 사업장 위주로 살리고 반면 회복 가능성이 적다고 판단되는 사업장은 본격적인 정리 수순에 돌입할 것으로 판단된다”고 진단했다.

또 “하지만 이럴 경우 그룹 계열사로부터 지원 받을 수 있는 대형건설사에 비해 중소·중견 건설사가 더 많이 정리될 것”이라며 “PF발 리스크 부담이 큰 건설사는 할인분양, 부실사업장 정리, 자산매각을 통한 현금 확보 등 선제적으로 자구책을 실행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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