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간 “건설사 지원 능사 아냐“… ”지방 미분양 해소 지원 필요”로 의견 갈려

박상우 신임 국토부장관이 최근 청문회 등을 통해 부동산PF 리스크 최소화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 뉴시스
박상우 신임 국토부장관이 최근 청문회 등을 통해 부동산PF 리스크 최소화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 뉴시스

시사위크=김필주 기자  그간 건설업계 내에서 ‘뜨거운 감자’로 취급돼온 부동산 PF(프로젝트파이낸싱) 이슈가 ‘태풍의 핵’으로 확산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특히 시공능력평가순위 16위의 대형건설사인 태영건설이 과도한 PF대출 부담으로 인해 28일 전격 워크아웃을 신청함에 따라 업계 내에서는 ‘PF발 위기’가 현실화되고 있다.

신용평가사 등 다수의 전문기관들은 최근 보고서를 통해 내년부터 본격적으로 건설업계 내 ‘PF발 위기’가 도래할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전문가들 역시 이같은 전망에 동의하면서 건설사들은 부실사업장 정리 등 자구책 실시를, 정부는 추가 대책 마련을 각각 시급히 준비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 ‘레고랜드 사태‘로 촉발된 ‘PF발 위기‘ 뇌관되나 

지난 2022년 9월말 김진태 강원도지사가 레고랜드 개발을 위해 강원도가 설립한 강원중도개발공사의 기업회생을 신청하면서 촉발된 이른바 ‘레고랜드 사태’가 발생하자 채권시장 내 투자 심리는 얼어 붙었다. 우량 신용등급에 속하는 지자체(강원도)가 자신이 설립한 공기업의 PF보증에 대해 책임을 지지 않겠다고 발표함에 따라 국내 공기업 및 대기업까지 투자자들의 신뢰도가 일제히 하락했기 때문이다. 

신뢰도 하락에 따른 자금 경색은 곧 부동산 PF시장으로까지 확산됐고 고금리‧고물가 기조, 경기 침체 장기화, 원자재가격 상승에 따른 공사비 부담 증가 등과 맞물려 건설사들이 보유한 PF우발채무는 잠재적 뇌관으로 자리잡았다.

정부는 부랴부랴 ‘50조원+α’ 자금 지원 등이 포함된 PF 관련 대책을 마련했으나 부동산 PF발 위기설은 좀처럼 가라앉지 않았다.

이러한 상황에서 작년말 태영건설을 포함한 일부 건설사들의 부도설이 증권가 지라시 등을 통해 나돌았고 이는 현재까지도 이어졌다. 한국기업평가 등 신용평가사들은 올해 하반기 태영건설을 포함한 일부 건설사의 신용등급을 하향했고 향후 이들 건설사의 PF우발채무 대응력을 집중 모니터링하겠다고 방침을 세웠다.

업계 내에서는 위기감이 고조되면서도 ‘설마 (PF발 위기)터지기까지는 하겠냐’는 분위기가 그동안 유지됐으나 이번 태영건설의 워크아웃 신청으로 인해 비상 경고등이 켜지게 됐다.

◇ 전문가가 바라본 내년 ‘PF발 위기‘ 예상은

전문가들은 내년 PF발 위기 현실화를 기정사실로 봤다. 다만 정부의 적극 지원과 선별 지원 등을 두고 의견 차이를 보였다.

김인만 부동산경제연구소 대표는 <시사위크>와의 통화에서 “이름이 알려진 중견건설사 및 대형건설사에서 ‘PF발 위기’가 터질 경우 투자심리가 상당히 위축되면서 주택시장의 빙하기를 가져오게 된다. 이는 곧 중장기적으로 입주물량 감소로 연결된다”며 “이 문제가 해결되려면 분양시장이 회복되면서 미분양이 해소되고 금리인하가 하루 빨리 단행돼야 하는데 그럴 가능성은 거의 없을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또 “‘PF발 위기’는 작년 레고랜드 사태 이후 현재까지 1년 반 가량 진행되고 있는데 정부의 적극적인 모습이 보이지 않고 있다”며 “PF우발채무 부담이 큰 건설사들은 자구 차원에서 이미 자산매각 등에 나서고 있으나 경기 침체로 이마저 쉽지 않은 상태다. 정부는 지방 미분양에 한해 양도세 특례 등을 적용하는 등 적극적으로 나설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김인만 대표는 “건설사들의 전체 PF보증 규모가 총 134조원 가량을 넘어선 만큼 자칫 잘못하면 금융권으로까지 위기가 확산돼 ‘PF발 위기’는 모든 것을 빨아들이는 ‘블랙홀’이 될 수 있다”며 “내년 4·10 총선 전까지는 정부가 어떻게든 대응하겠지만 문제는 총선 이후 어떤 실효성 있는 대책이 나오냐에 달렸다”고 강조했다. 

우병탁 신한은행 압구정역기업금융센터 부지점장도 정부 지원 필요성에 공감했다. 우병탁 부지점장은 “정부가 앞서 ‘50조원+α’ 등 대책을 마련하면서 ‘PF발 위기’의 연착륙을 위한 기반은 조성된 것으로 여겨진다”면서도 “다만 일부 중견 이상급 건설사들의 PF 부실화가 생각보다 커진다면 지금 ‘보합’ 수준인 국내 주택거래가 다시 ‘하락’으로 돌입할 가능성이 크다”고 진단했다.

이어 “내년 상반기 중 발표될 정부 대책에 따라 향후 ‘PF발 위기’의 기조가 정해질 것으로 보인다”며 “PF발 위기가 시장에 미치는 영향은 내년 하반기 들어 본격적으로 드러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또한 그는 “정부는 지방 미분양 한정 양도세 특례 등의 간접 지원을 통해 살아날 수 있는 건설사는 지원하면서 부실 정도가 심해 일어날 수 없는 건설사는 과감히 정리하는 것이 필요하다”며 “할인분양 등 자구책을 시행한 건설사에 한해 세제혜택 등 간접 지원을 펼쳐 건설사에게 자금 융통의 길을 열어주는 것도 고려해볼만한 사안”이라고 전했다.

건설사 살리기가 능사는 아니라는 주장도 나왔다. 윤지해 부동산R114 리서치팀장은 “한참 전인 레고랜드 사태때부터 ‘PF발 위기’는 이미 수면 위로 떠오른 상태”라며 “그간 만기연장 형태로만 ‘PF발 위기’를 관리해왔는데 지금은 곪아서 만기연장만으로는 해결이 안되는 상황”이라고 우려했다.

그러면서 “그동안 정부는 ‘50조원+α’ 자금 지원 등의 대책을 통해 ‘PF발 위기’를 국소적으로 관리해왔다”며 “내년 총선을 앞두고 지지율 확보 차원에서 정부는 어떻게든 ‘PF발 위기’를 막으려 할 것이다. 따라서 ‘PF발 위기‘로 부동산 시장이 경착륙할 가능성은 낮다”고 내다봤다.  

윤지해 팀장은 “건설사 입장에서 현금동원력이 가장 큰 문제인데 채권발행시 건설사별 신용도에 따라 변동성이 크기에 부실사업장을 무조건 쥐고 있으면 안된다. 자체적으로 정리할 것은 정리해야 한다”며 “무조건 정부가 건설사를 살리는 것이 능사가 아니다. 지방 미분양 세제혜택 등은 건설사 입장에서나 필요한 것이다. 다행히 현 정부는 레고랜드 사태 이후 선제 대응에 나서고 있다”고 설명했다.

뒤이어 “대형건설사의 경우 금융권으로 위기가 확산될 가능성이 높아 왠만하면 지원할 가능성이 크다”면서 “문제는 소규모사업장은 언제 터질지 드러나지 않기에 정부가 자체리스트를 통해 관리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부연했다.

태영건설의 워크아웃이 내년 ‘PF발 위기‘ 확산의 시발점이 될 수 있다는 전문가 견해가 나왔다. / 태영건설
태영건설의 워크아웃이 내년 ‘PF발 위기‘ 확산의 시발점이 될 수 있다는 전문가 견해가 나왔다. / 태영건설

기존 대책을 손봐 지원 대상을 확대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왔다. 권대중 서강대 대학원 부동산학과 교수는 “내년 상반기부터 ‘PF발 위기’가 건설업계 내 화두로 등장할 것으로 판단된다”며 “‘PF발 위기’ 현실화로 인해 일부 사업장은 워크아웃, 더 심한 곳은 법정관리까지 들어갈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아울러 “전체 PF대출금액 134조원이 결코 적은 돈이 아니다. 태영건설의 워크아웃을 시발점으로 내년부터 ‘PF발 위기’가 본격화 될 것 같다”며 “다만 박상우 국토부장관과 진현환 제1차관 등이 현재 현장 점검에 나선 것으로 알고 있는데 추후 국토부가 피해기업 대출 및 보증보험 등을 선별 지원하는 조치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고 예상했다.

또한 그는 “앞서 정부가 9‧26 대책을 통해 PF 관련 대응 방안을 발표했으나 지원 요건에 해당되는 건설사가 극히 적어 지원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며 “정부는 지금이라도 지원 요건을 완화하는 방안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꼬집었다.  
PF 이슈에 한정된 대책이 아닌 경제 회복을 위한 종합대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왔다. 송승현 도시와경제 대표는 “내년부터 ‘PF 위기’에 따른 파급효과가 클 것으로 생각한다”며 “문제는 금융권으로의 위기 전이 여부인데 증권사‧저축은행 등에서 투자한 개발사업이 부실화됨에 따라 추후 리스크로 작용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또 “내년 상반기 PF 관련 리스크가 서서히 등장하면서 하반기 본격화될 것으로 예측된다”며 “내년 상반기의 경우 총선이 껴있어 자금 수혈이 진행되다 보니 리스크가 덜 부각될 수 있다. 하지만 하반기까지 경제 상황이 받쳐주지 못한다면 PF 관련 리스크는 더욱 확산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송승현 대표는 “‘PF발 위기’ 지원 등에 한정된 정부 대책보다 전반적인 경제 상황 회복을 위한 대책 마련이 더욱 필요하다고 판단된다”며 “건설사 자구책과 함께 부실사업장을 제외한 선별 지원을 통해 위기를 돌파해야 한다. 이와 함께 ‘빚투’ 등 가계부채 문제에 대한 정부의 지속적인 관리도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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