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위크=권신구 기자 정부가 이른바 ‘응급실 뺑뺑이’, ‘소아과 오픈런’ 등으로 대변되는 의료시스템 붕괴를 막기 위한 정책을 발표했다. 필수 의료가 붕괴된 현실의 궁극적 원인이 ‘의료인력 부족’에 있다고 보고 인력 확충에 힘을 쏟을 계획이다. 아울러 의료인에 대한 형사처벌 특례 적용, 필수 의료 수가 인상 등 근무 환경도 개선하겠다고 밝혔다.
◇ ‘의대 정원 확대’ 등 인력 확충에 방점
윤석열 대통령은 이날 분당서울대병원 헬스케어혁신파크에서 ‘생명과 지역을 살리는 의료 개혁’을 주제로 여덟 번째 민생토론회를 주재했다. 이 자리에서 보건복지부는 △의료인력 확충 △지역의료 강화 △의료사고 안전망 구축 △보상 체계 공정성 제고 등 의료 개혁 4대 정책 패키지를 발표했다.
정부는 의료인력 확충에 집중하겠다는 계획이다. 윤 대통령은 “아무리 좋은 인프라를 구축해도 이것을 실행할 사람이 없다면 무용지물에 불과하다”고 했다. 이를 위해 정부는 2025학년도부터 의대 입학정원을 확대하겠다는 방침이다. 오는 2035년부터 의료인력 수급이 약 1만5,000명 가량 부족할 것으로 전망되는 만큼 인력 부족 우려를 해소하겠다는 것이다. 과학적 데이터 기반 주기적 인력 수급 추계 및 의대 정원 조정시스템도 구축한다고 했다.
비단 정원만을 늘리는 것이 아니라 의대 교육의 질 향상을 지원하겠다고 정부는 밝혔다. 기초·임상 교수를 확충하고 평가 인증 내실화 등을 지원한다. 또한 전공의 36시간 연속근무 축소를 통해 수련환경도 개선할 계획이다. 필수진료과 중심 전공의 수련비용 지원도 확대한다. 병원의 전문의 중심 운영 전환을 단계적으로 추진할 방침이다.
의료인의 근무 환경 개선 방안도 내놓았다. 충분한 의료인력을 확보하기 위해선 인력 유출을 막아야 한다는 이유로 풀이된다. 우선 의료진을 의료사고 부담으로부터 보호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모든 의료인의 보험·공제 가입을 전제로 의료사고 대상 공소제기를 제한하는 ‘의료사고처리특례법’ 제정을 추진할 계획이다. 이를 통해 의료인은 안정적 진료환경을 제공받고 환자는 신속한 보상을 받을 수 있을 것이라고 정부는 기대하고 있다.
의료진의 기피 현상으로 인한 필수 의료 공백을 막기 위해 관련 의료수가도 집중 인상할 예정이다. 행위별 수가로 지원이 어려운 필수 의료 영역은 공공정책 수가와 대안적 지불제도를 확대해 지원한다. 시간이나 자원 소모량을 중심으로 수가를 산정하는 체계를 보완하고, 적자 사후보전을 통해 중증·필수 의료 인프라를 유지하겠다는 것이다. 정부는 2028년까지 10조원을 투자할 계획이다.
이러한 구상은 지역의료 강화 계획과도 맞닿아 있다. 윤 대통령은 “지역의료를 살리는 것은 교육과 함께 균형발전의 핵심과제”라고 설명했다. 정부는 지역의료 활성화를 위해 국립대 병원 및 지역 민간·공공병원을 집중육성한다는 생각이다. 지역에서 안정적으로 근무할 필수의사 확보를 위해 의대 지역인재전형도 대폭 확대하고 계약형 지역 필수의사제 도입도 추진한다. 또한 맞춤형 지역 수가를 확대하고 지역의료 발전 기금 신설 등을 검토해 지역의료 투자를 강화할 예정이다.
‘의대 정원 확대’ 등 문제를 두고 의료계가 거세게 반발하고 있는 만큼, 논란의 여지가 없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윤 대통령은 이날 토론회에서 “지금이 의료 개혁을 추진해 나갈 골든타임”이라며 의지를 꺾지 않았다. 윤 대통령은 “대다수 국민이 원하는 의료 개혁을 일부의 반대나 저항 때문에 후퇴한다면 국가의 본질적인 역할을 저버리는 것이나 다름없다”고 언급했다. 대통령 직속 의료개혁특별위원회를 구성해 심도있는 과제에 대해 논의를 이어가겠다고도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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