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혁신당의 이준석‧이낙연 공동대표가 20일 결별을 선언했다. 사진은 이낙연 대표가 지난 19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이준석 대표의 발언을 들으며 입을 앙 다물고 있는 모습. / 뉴시스
개혁신당의 이준석‧이낙연 공동대표가 20일 결별을 선언했다. 사진은 이낙연 대표가 지난 19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이준석 대표의 발언을 들으며 입을 앙 다물고 있는 모습. / 뉴시스

시사위크=전두성 기자  개혁신당의 이준석‧이낙연 공동대표가 결국 결별을 선언했다. 지난 9일 개혁신당이라는 지붕 아래에 모여 제3지대 ‘빅텐트’를 형성한 지 11일 만이다. 이들은 각자의 입장차만 확인하며 각자의 정당(이준석-개혁신당, 이낙연-새로운미래)에서 ‘4‧10 총선’을 치르기로 했다.

◇ 결국 갈라선 이준석-이낙연

이낙연 대표는 20일 오전 서울 여의도에 위치한 새로운미래 당사에서 김종민 의원과 기자회견을 열고 “다시 시작하겠다”며 합당 철회를 선언했다. 그러면서 “부실한 통합결정이 부끄러운 결말을 낳았다”며 사과했다.

이낙연 대표는 이른 통합으로 여러 문제에 부딪혔다는 점을 인정하며 △통합 유지 △통합주체들 간의 합의 △민주주의 정신 존중의 3가지 원칙으로 문제를 대처하려 했지만, 통합주체들의 합의는 부서졌다고 말했다. 

이어 “지난 9일의 합의를 허물고 (이준석) 공동대표 한 사람에게 선거의 전권을 주는 안건이 최고위원회의 표결로 강행 처리됐다”며 “그것은 최고위원회의 표결 대상이 될 수 없는 것이었다”고 지적했다. 전날 개혁신당 최고위에서 ‘선거 캠페인 및 정책 결정 권한 위임의 건’을 통과시킨 점을 언급했다. 

이낙연 대표는 “민주주의 정신은 훼손됐다”며 “합의가 부서지고 민주주의 정신이 훼손되면서 통합의 유지도 위협받게 됐다”고 비판했다. 그는 “다시 새로운미래로 돌아가겠다”며 “당을 재정비하고 선거체제를 신속히 갖추겠다”고 강조했다. 

이준석 대표도 가만히 있지 않았다. 이낙연 대표의 합당 파기 선언이 있는 뒤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낙연 대표께서 이끄시는 새로운미래가 더 이상 함께하지 못하게 된 것에 대해서 참담한 마음으로 국민께 사과드린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어 “같은 방향을 향해 나아가지만, 따로 노력하게 된 이낙연 대표 및 새로운미래 구성원들의 앞길에 좋은 일이 많길 기대하겠다”며 이낙연 대표의 합당 파기 선언을 곧장 수용했다.

이러한 가운데 이들은 결별 과정에서 이른바 ‘김종인 기획설’에 대해 진실 공방을 벌이면서 잡음을 낳기도 했다. 새로운미래 측은 이준석 대표가 김종인 전 비상대책위원장에게 공천권을 주기 위해 ‘이낙연-김종민 지우기’를 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김종민 의원은 “이준석 대표가 처음에 함익병 씨를 제안했다. 알고 보니 이는 김종인 전 위원장이 제안한 것”이라며 “김종인 전 위원장은 다른 자리에서 ‘이낙연 대표가 없어야 자기가 (공관위원장을) 할 수 있다’고 했다고 한다. 이런 공방은 이낙연을 어떻게든 밀어내려는 것이 핵심”이라고 설명했다. 이낙연 대표도 “그들은 통합을 깨거나 저를 지우기로 일찍부터 기획했던 것으로 보인다”고 주장했다.

이에 이준석 대표는 기자회견 후 취재진과 만나 “김종인 전 위원장을 중심으로 어떻게 해서 하겠다는 설 자체가 모순”이라고 반박했다. 김종인 위원장에 대한 추천은 오히려 이낙연 대표 측에서 먼저 제안했다는 것이다.

이준석 대표는 “회의 과정에서 김종인 전 위원장에 대한 언급이 나왔다. 좋은 생각이라고 이낙연 대표님께서 동의하시고 ‘그러면 이준석 대표가 연락해 주실 수 있겠느냐’ 해서 제가 최근에 김종인 전 위원장 쪽에 의사 타진을 해보려고 한 적이 있다”고 밝혔다. 이어 “그런데 저도 뒤늦게 알았지만, 사실 그보다 이틀 정도 빠른 시점에 이낙연 대표께서 김종인 전 위원장과 사석에서 만나신 것으로 제가 전해 들었다”고 했다.

◇ 이낙연, 비명계 의원들에 ‘손짓’

이처럼 개혁신당과 새로운미래가 각자의 길을 걷기로 한 가운데, 향후 새로운미래에 더불어민주당 소속 현역 의원들이 합류할지 주목된다. 이낙연 대표는 ‘진짜 민주당’을 세우겠다며 비명계(비이재명계) 의원들을 향해 “함께해 달라”고 러브콜을 보냈다.

이낙연 대표는 이날 오후 유튜브로 중계된 ‘당원과의 대화’에서 “우리가 자랑스럽게 여겼던 그 민주당은 죽었다”고 직격했다. 현재 민주당 내에서 벌어지고 있는 ‘공천 내홍’을 겨냥한 발언이다.

그는 “(현재 민주당은) ‘이재명 1인 정당’과 민주당 역사상 전례를 찾기 어려울 만큼 난폭한 ‘공천 횡포’에 빠져 있는 상태”라며 “이렇게 해선 선거 이후에도 우리가 알던 민주당다운 기능을 제대로 할 수가 없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지금 민주당은 과연 ‘비판이 허용되는가’, ‘비판을 잘 수용하는가’라고 물으면 그렇다고 자신 있게 말하기가 어려울 것”이라며 “오히려 비판마저 압살돼 있는 죽어버린 그런 상태는 아닌가 생각한다”고 쏘아붙였다.

아울러 이낙연 대표는 “총선 이후에는 민주당의 재건을 위해서 우리가 해야 될 일이 있을 것”이라며 “지금 민주당에 계시는 동지 여러분도 저희들의 노력에 도움을 주셨으면 좋겠다. 함께 해 주길 바란다”고 했다. 이는 현역 의원 평가에서 하위 20% 이하에 해당하는 민주당 의원들에게 보내는 메시지로 풀이된다.

하지만 해당 의원들은 선을 긋는 분위기다. 이날 하위 평가 10%에 해당됐다는 통보를 받은 비명계 박용진 의원은 “당에 남겠다”는 입장을 밝혔고, 같은 통보를 받은 윤영찬 의원도 “민주당에 남아서 민주당이 혁신과 통합의 정당이 되도록 하겠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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