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위크=권신구 기자 광복절을 사흘 앞두고 김형석 독립기념관장 임명을 둘러싼 논란이 일파만파 번지고 있다. ‘뉴라이트 인사’로 분류되는 김 관장의 임명에 반발한 광복회와 야당은 정부 주도의 광복절 기념식에도 불참하겠다고 선언한 상태다. 야당은 앞서 사도광산 유네스코 등재 문제와 함께 독립기념관장 임명 문제까지 포함해 윤석열 대통령의 ‘역사관’을 문제 삼고 나섰다. 이에 따른 윤 대통령의 부담도 가중될 것으로 보인다.
더불어민주당, 조국혁신당 등 야당은 12일 오는 15일 윤 대통령의 김 관장 임명 철회를 적극 촉구했다. 박찬대 민주당 당 대표 직무대행 겸 원내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독립 열사 앞에 부끄럽지 않도록 윤 대통령은 김 관장 임명을 즉각 철회하고 무리한 인사 강행에 대해 국민께 사과하라”고 했다. 비판은 말로만 그치지 않았다. 민주당과 조국혁신당 등 야6당은 윤 대통령의 김 관장 임명 철회를 촉구하는 결의안을 발의했다.
야당이 김 관장의 임명을 극구 반대하는 데는 김 관장이 광복회 등 독립운동단체로부터 ‘뉴라이트’로 분류된 인사란 이유에서다. 앞서 이종찬 광복회장은 지난 5일 기자회견에서 “신성한 독립기념관이 합법을 가장한 불법으로 뉴라이트 세력에 유린되고 있는 상황을 좌시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이들은 뉴라이트 인사들이 궁극적으로 1948년 8월 15일을 ‘건국일’로 보고 있다고 판단한다. 결과적으로 1919년 임시정부의 적통성을 부정하고 식민 지배를 정당화하려 한다는 것이다.
‘건국절 논란’은 그간 여야의 끊임없는 이념 논쟁으로 비화해 왔다. 앞서 지난해에는 국가보훈처의 ‘이승만 대통령 기념관’ 건립을 두고 논란에 불이 붙기도 했다. 이에 윤 대통령은 지난해 광복절 기념사에서 독립운동을 “자유민주주의 국가를 만들기 위한 건국운동”이라고 표현하며 논란을 피해 갔다. 어느 특정 시점을 건국으로 보지 않고 그 과정 자체의 의미를 되새긴다는 취지였다.
◇ 광복절 ‘반쪽 기념식’ 열리나
하지만 이번에는 분위기가 사뭇 다르다. 윤석열 정부에서 ‘뉴라이트 인사’가 등용된 게 이번뿐만이 아닌 데다, 독립운동의 ‘성지’로 평가되는 독립기념관조차 뉴라이트 인사가 배치된 것이 일종의 ‘선을 넘은 행위’로 받아들여지면서다. 조국 조국혁신당 대표는 이날 회의에서 김광동 진실화해위원장, 김낙년 한국학중앙연구원장, 이배용 국가교육위원장 등과 함께 김 관장의 이름을 거론하며 “5·18 광주민주화운동기념관장에 전두환을 임명하는 꼴”이라고 비판했다.
일본 정부가 사도광산을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에 등재하는 등 역사 논란이 고조된 상황에서 단행된 인사라는 점도 비판을 더하고 있다. 논란이 채 가시기도 전에 또 다른 역사 논란에 불을 지핀 것이 정부에 대한 불신을 키운 셈이다. 방학진 민족문제연구소 기획실장은 이날 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서 “지금 일본이 사도광산 문제든 독도 문제든 여러 문제가 있으면 정말 독립운동사에 투철하거나 역사의식이 투철한 분을 임명해도 모자를 판에 어떻게 저런 분을 임명했는지 안타깝다”고 말했다.
김 관장 인선에 반발한 광복회는 정부 기념식에 불참하는 대신 자체 행사를 진행한다는 방침이다. 25개 독립운동가 선양단체로 구성된 항일독립선열선양단체연합(항단연)은 물론 민주당과 조국혁신당 등 야당도 정부 행사에 불참한다는 뜻을 밝혔다. 사실상 반쪽짜리 기념식이 치러질 것으로 전망되는 가운데, 대통령실은 광복회 등 단체가 지적하는 ‘건국절 제정’ 우려를 일축하는 동시에 오해를 푸는 데 집중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김 관장은 이날 서울지방보훈청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자신을 둘러싼 논란에 대해 “여론몰이를 통해 마녀사냥하듯 인민재판을 벌이고 있다”고 항변했다. 그는 “저는 독립운동가를 폄훼하고 일제강점기의 식민 지배를 옹호하며 일본의 식민지 지배를 정당화하는 의미로 말하는 뉴라이트가 아니다”라며 대한민국 건국이 1919년 상해 임시정부 수립으로 시작돼 1948년 정부 수립으로 완성됐다는 게 자신의 견해라고 밝혔다. 그는 “관장으로 재임하는 기간 동안 독립 정신을 널리 선양하는 일과 이를 통해 국민통합을 이루는 데 매진할 것을 약속한다”며 사퇴에 대해선 선을 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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