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위크=박설민 기자 바다의 넓이는 약 3억6,105만km², 지구 표면의 71%에 달하는 넓은 공간이다. 또한 풍부한 자원, 적은 온도 변화 등의 조건 덕분에 가장 많은 생물이 살고 있다. 실제로 바다에 사는 생물의 비율은 전체 생물 종의 약 80% 정도로 추정된다.
최근 이런 생명의 보고인 바다가 몸살을 앓고 있다. 매년 수억 톤씩 바다로 쏟아지는 ‘해양쓰레기’ 때문이다. 플라스틱부터 비닐, 금속 등 종류도 여러 가지다. 이로 인해 해양 생태계가 무너지고 어업과 관광 산업까지 직격탄을 맞고 있다.
◇ 바닷새부터 거북이까지… 바다를 망가뜨리는 해양쓰레기
실제로 매년 바다에 버려지는 해양쓰레기양은 증가하는 추세다. 12일 한국해양과학기술원(KIOST)에 따르면 지난 20년 간 발생한 해양쓰레기가 한국 연안 육지부와 해저부의 생물다양성과 생태계에 심각한 위협을 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KIOST 연구팀은 2003년부터 2023년까지 20년 동안 바다에 버려진 해양쓰레기 얽힘 피해를 분석했다. 얽힘 피해는 몸에 그물, 낚싯줄 등이 감기는 사고를 뜻한다. 그 결과, 피해 사례는 총 428건으로 확인됐다. 피해종은 바닷새류, 바다거북류, 어류, 해양포유류 등 해양동물 77종이었다. 주요 쓰레기 유형은 낚싯줄과 바늘, 폐어구 등으로 집계됐다.
쓰레기로 인한 해양 생물들의 피해는 최근 들어 해양쓰레기 발생량이 급증한 것으로 집계됐다. 특히 급증한 해는 2019년도부터다. 2018년 해양쓰레기 얽힘 피해 사례는 14건 정도로 집계됐다. 하지만 2019년도에 47건으로 전년 대비 275%나 증가했다. 2020년도 73건의 피해가 발생, 전년 대비 60% 이상 늘었다.
전체 해양쓰레기 얽힘 피해가 가장 큰 종인 바닷새였다. KIOST에 따르면 전체 해양쓰레기 얽힘 피해 건수 중 갈매기, 가마우지, 바다제비 등 바닷새가 차지하는 비율은 87%였다. 물고기, 물개, 고래 등에 비해 훨씬 더 높은 수치다.
노희진 KIOST 생태위해성연구부 연구원은 ‘시사위크’와의 통화에서 “대부분 바닷새 중에 얽힘 피해 입은 종은 갈매기류”라며 “특히 괭이갈매기의 경우 해안가나 낚시터 주변에서 서식하기 때문에 인간이 배출하는 쓰레기에 노출될 확률이 높다”고 설명했다.
해양쓰레기를 직접 삼켜 발생하는 피해는 ‘바다거북’이 가장 크다. 바다거북의 식도는 날카로운 가시형태의 케라틴 돌기가 잔뜩 돋아나 있다. 바닷물과 함께 먹이를 삼킨 뒤 먹이가 빠져나오지 못하게 하기 위함이다. 때문에 플라스틱, 비닐, 폐그물 등 해양쓰레기를 삼킬 경우 돌기에 걸려 질식할 위험이 크다.
더 큰 문제는 멸종위기종들의 피해가 무척 크다는 점이다. KIOST 연구팀에 따르면 바다거북, 해양포유류, 조류, 어류, 산호 등 멸종위기종 중 13%(10종, 44건)에 해당하는 생물이 해양쓰레기 피해를 보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이들 모두 국제자연보전연맹(IUCN) 적색목록 멸종위기종에 등재된 종들이다.
KIOST 연구진은 “플라스틱 생산 및 소비에 대한 규제, 폐기물 및 어구 관리 관행의 개선, 해양쓰레기 법률의 엄격한 시행이 필요하다”며 “이러한 노력을 통해 해양 생물 다양성의 보호를 지원하고 해양 자원의 지속 가능한 관리를 촉진할 필요가 있다”고 전했다.
◇ 경제적 피해도 막대… 쓰레기에 어업·관광업 수천억원 피해
해양쓰레기로 인한 피해는 단순 해양생물의 생태 위협에만 국한된 것이 아니다. 인간의 경제적 활동에도 심각한 피해를 입힐 수 있다.
호주 울런공대학교 국립해양자원안보센터 연구팀이 2022년 발표한 연구에 따르면 아시아 태평양 지역 바다에 해양쓰레기가 미치는 피해는 2008년 이후 8배나 증가했다. 이를 경제적 피해로 환산할 경우 연간 2020년 기준 213억달러(약 31조원)이라는 천문학적인 금액이 된다.
전 세계 바다를 기준으로 할 경우 피해규모는 더욱 크다. 연구진에 따르면 2015년 기준 전 세계 해양쓰레기로 인해 연간 183억달러(약 26조6,228억원)의 피해가 발생한다. 이 같은 추세가 유지될 경우, 오는 2030년과 2050년엔 각각 1,970억달러(약 286조5,956억원), 4,340억달러(약 631조3,832억원)의 비용을 해양쓰레기 처리에 지불해야 한다.
울런공대학교 연구진은 “해양쓰레기는 해양 경제와 환경에 다양한 비용을 부과한다”며 “피해 비용을 예방하면 경제적 이익과 해양 건강을 회복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러한 예측은 오늘날의 용어로 받아들일 수 없는 ‘글로벌 무(無)행동의 비용’”이라며 “2050년까지 예상되는 해양 경제적 비용 영향을 줄이고 환경적 이점을 얻으려면 지금 당장 정부, 산업계, 지역 사회에서 쓰레기 배출을 예방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특히 해양쓰레기의 증가는 지역 사회 경제에 치명적으로 작용할 수 있다. 해양 관광객 감소, 수산업 부진으로 인한 어획량 감소를 유발할 수 있어서다. 특히 3면이 바다로 이뤄진 우리나라의 경우 어업 인구 감소, 해안 지역 사회 침체는 국가 경제 전체에 심각한 악영향을 가져올 수 있다.
실제로 미국 연방해양대기청(NOAA)가 발표한 연구에 따르면 미국 앨라배마 해안 해변에 있는 해양쓰레기 양이 두 배로 증가할 경우, 일간 방문객은 100만명이 감소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경우 지역사회 관광수입은 1억1,300만달러(약 1,644억원)의 줄어들었다. 일자리 역시 2,200여개 감소했다.
반면, 해양쓰레기가 감소할 경우 지역경제엔 큰 도움이 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오하이오 해변을 기준, NOAA 연구팀이 분석한 결과 해양쓰레기 수치가 0으로 줄어들 경우 발생하는 경제적 이득은 2억1,700만달러, 한화 약 3157억원이다. 일자리도 3,700개 이상 창출될 것으로 추산됐다.
어업 측면에서도 해양쓰레기가 줄어들 경우 막대한 경제적 효과가 발생한다. NOAA연구팀은 체서피크 만에 버려진 약 14만5,000개의 그물통이 사라질 경우 꽃게 수확량이 약 17만,2000톤 증가하고 수익은 3,350만달러(약 488억원) 증가할 것으로 예상했다.
NOAA는 “바다는 관광과 레크레이션 부문에서 가장 큰 자원”이라며 “해변에 버려진 해양쓰레기는 환경의 아름다움을 저해시키고 관광객을 위험에 빠뜨리는 위험 요소”라고 지적했다.
이어 “해양쓰레기는 민감한 해양 바닥 서식지를 훼손하고 안전 및 항해 위험을 초래한다”며 “이는 어부에게 어획 기회 손실과 재정적 손실을 초래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 AI, 친환경 처리 선박 등 쓰레기 대응 기술 개발도 속도
이처럼 해양쓰레기 관련 피해가 급증하면서 각국 정부와 환경 단체들은 대책 마련에 속도를 내고 있다. 하지만 여전히 플라스틱 생산량은 줄지 않고 수거된 쓰레기의 재활용률 또한 낮은 수준이다. 이에 최신 과학기술을 활용한 해양쓰레기 문제 해결 방안들도 주목받고 있다.
먼저 주목받는 기술은 ‘인공지능(AI)’이다. 육지에서 버려진 해양쓰레기가 바다로 유입되는 것을 사전에 AI로 감시한 후 차단하기 위함이다. 이미 바다로 흘러간 쓰레기를 일일이 수거하는 것보다 효과가 뛰어날 뿐만 아니라 기술 적용 비용도 저렴하다.
이와 관련해 가장 최근 발표된 연구는 ‘중국수리수전과학연구소(IWHR)’에서 지난 5일 발표 국제학술지 ‘사이언티픽데이터(Scientific data)’에 발표한 결과다. IWHR 연구진은 해안 기반 촬영 장비에 AI를 적용해 인근의 쓰레기 및 부유물을 감시하는 연구를 진행했다.
IWHR은 물체 감지 AI알고리즘에 해양쓰레기 및 부유물 관련 데이터를 학습시켰다. 학습데이터는 약 3,000개의 이미지 데이터와 2만3,692개의 쓰레기 관련 정보가 포함됐다. 해당 AI모델을 해안 지역 카메라에 적용했다. 이를 통해 실시간으로 주변 해역에 떠다니는 물체를 감지한다. 이 AI기술을 해양 청소 선박 등에 적용할 경우 인간 개입 없이 실시간으로 해양쓰레기 청소가 가능하다.
우리나라 연구진도 AI를 기반으로 한 하천 쓰레기 기술을 개발한 바 있다. 정상화 한국건설기술연구원(건설연, KICT) 안동하천실험센터 센터장 연구팀은 2023년 AI를 활용한 하천 부유 쓰레기 모니터링 기술을 개발한 바 있다. 하천에서 바다로 흘러들어가는 쓰레기들을 모니터링 한 다음, AI로 이를 분석해 수거 효율을 극대화시키는 기술이다.
건설연 연구팀이 개발한 AI모델엔 ‘차집량 분석 기법(Semantic Segmentation)’과 ‘객체 검출 기법(Object Detection)’이 적용됐다. 차집량 분석 기법은 디지털 이미지를 여러 개의 픽셀 집합으로 나누는 방식이다. 쉽게 말해 이미지가 뜻하는 내용을 해석하기 쉽도록 바꿔주는 기술이다. 객체 검출 기법은 이미지 내 사용자가 관심 있는 객체를 탐지해준다.
현재 안동하천실험센터 연구팀이 개발한 AI기술은 실제 현장에 적용된 상태다. 2023년 7월 연구에 참여한 해양쓰레기 관리 기업 ‘포어시스’는 낙동강 지류인 부산 평강천에 해당 시스템을 건축했다. 평강천은 부산 강서구의 국가하천 중 하나다.
아울러 우리나라에선 선박에서 버려지는 해양쓰레기를 사전에 처리하는 친환경 기술도 개발 중이다. 해양수산부는 2022년부터 2,500톤급 해양쓰레기 수거·처리 선박을 개발하고 실증하는 사업을 진행 중이다. 이는 해양쓰레기의 해상처리를 위한 특수 선박으로 해양쓰레기 동결파쇄, 플라즈마 열분해 처리 기능을 탑재했다. 총 450억원이 투입된 이 프로젝트는 2026년까지 진행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