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 한국국제베이커리페어’가 열린 삼성동 코엑스 D홀에 입장하는 관람객들. / 안혜림 인턴기자
‘2025 한국국제베이커리페어’가 열린 삼성동 코엑스 D홀에 입장하는 관람객들. / 사진=안혜림 인턴기자

시사위크|코엑스=안혜림 인턴기자  “베이커리 카페를 차리고 싶은데, 어떻게 해야 할까.”

베이커리 카페 창업을 꿈꾸는 예비 창업인이라면 눈여겨봐야 할 행사가 마련됐다. 2일 개막한 ‘2025 한국국제베이커리페어’가 그것. 국내 최대 규모 베이커리 전문 전시회로, 유명 베이커리 맛집을 비롯해 150개사 300부스가 참여해 베이커리와 관련한 다양한 제품을 선보인다. 행사의 구성만으로도 기대감을 높이는 ‘베이커리페어’. 개막일인 2일, 기자가 직접 행사장을 방문해 봤다. 

1. 정보 접근성

‘2025 한국국제베이커리페어’는 ‘베이커리 라이프스타일, 문화를 선보이다(Inspire Baking life)’를 주제로 2일부터 5일까지 나흘간 서울 삼성동 코엑스 D홀에서 열린다. ‘국내 최대 규모의 베이커리 전문 전시회’라는 타이틀답게 50개사 300부스가 이번 전시회에 참여해 관람객들의 오감을 만족시킨다. 

이날 기자는 1인 예비 창업자의 시선으로 전시장을 돌아보며 메뉴부터 설비, 식자재, 법률상담까지 필요한 정보들을 확인해 보기로 했다. 

우선 입장하기 전, 홈페이지에서 '참가사 디렉터리'라는 메뉴를 찾았다. 카테고리별로 분류된 업체들이 정리돼 있어, 필요한 정보를 빠르게 탐색할 수 있었다. 현장에서 길을 헤매는 시간 낭비를 줄이고 목적에 맞게 구경할 수 있다는 점에서 1인 창업자에게 매우 유용한 시작이었다.

2. 메뉴 선정

전통 한과를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디저트, 비건 제과, 쌀가루 디저트까지 다양한 메뉴와 콘셉트의 업체들이 한자리에 모였다. 각자의 방식으로 사업을 운영하는 업체들을 눈앞에서 만날 수 있어, 어떤 방향으로 창업해야 할지 고민하는 사람에게는 살아있는 '메뉴 샘플북' 같았다.

베이커리페어에 전시된 다양한 기계·설비 부스. / 안혜림 인턴기자
베이커리페어에 전시된 다양한 기계·설비 부스. / 안혜림 인턴기자

3. 기계/설비

이번 행사에 참여한 ‘대아상교(주)’는 냉동 생지, 구움 쿠키 등 간편 생산 설비를 제공했다. 협약을 맺은 제과점 ‘르빵’의 대표는 “오전 10~11시에 빵이 나오려면 새벽 5시부터 출근해야 하는데, 현실적으로 기술자를 구하기가 힘들다”며 “1인 창업에도 AI 시스템이 효과적”이라고 설명했다. 

르빵의 대표는 포스기와 연동해 판매 데이터를 기반으로 생산량을 조절하는 시스템을 개발 중이라고 밝혔다. 노동시간을 줄이고자 하는 1인 점주에게 매력적인 대안이었다. 

‘(주)태흥소프트밀’은 오븐을 판매하는 업체로, 소형~대형 오븐이 있어 크기별로 선택할 수 있었다. 오븐 외에도 싱크대 작업대나 선반과 같은 주방 장비, 기물까지 컨설팅해 준다. 

쇼케이스 판매사 ‘엔디쇼케이스’의 제품은 크게 ‘냉장 제품용’과 ‘상온용’, ‘스마트도어 장착 진열장’ 세 가지 종류로 나뉘고, 그중 스마트도어는 고객이 제품을 고르는 동안에는 동작감지센서가 작동해 15초간 열린 상태를 유지한다고 관계자는 설명했다. 

‘(주)부성비앤에프시스템’은 반죽 컨디셔너가 주력 제품이다. 관계자에 따르면, 용량(일명 ‘빵판’이 몇 매 들어가는지), 터치 화면 유무, 순간 가습 보일러 등 기능에 따라 가격이 달라진다.

4. 식자재 거래처

행사장에선 생지부터 비건 재료, 밀가루·쌀가루, 유제품, 해동만 하면 판매 가능한 완제품까지 찾아볼 수 있었다. 식자재 업체들의 폭이 매우 넓었다. 현장에서 실물 확인은 물론, 담당자와 직접 상담을 통해 거래조건까지 논의할 수 있어 예비 창업자 입장에서 현실적인 밑그림을 그릴 수 있었다. 

창업을 앞둔 관람객 A씨는 가장 도움이 된 부스가 무엇이었느냐는 질문에 “프랑스 밀가루 수급이 어려웠는데, ‘(주)선인’과 ‘(주)베이크플러스’가 많은 도움이 됐다.”고 답했다. 또한, 예비 창업자 입장에서 박람회 주최 측에 요청하고 싶은 부분이 있냐는 질문에는 “전년 대비 완제품 부스가 많아진 것 같다. 재료가 필요한 입장에서는 아쉬웠다”고 말했다.

창업 예정자 B씨는 “커피와 같이 판매할 간단한 간식을 알아보고 있었는데, 많은 부스에서 간단하게 상담을 받아볼 수 있어서 유익했다”고 말했다.

기산전자(주) 관계자가 AI스캐너 사용법을 시연하는 모습. / 안혜림 인턴기자
기산전자(주) 관계자가 AI스캐너 사용법을 시연하는 모습. / 안혜림 인턴기자

5. 기술 해결책

소상공인에게 부담스러운 것 중 하나는 바로 ‘인력 문제’다. 

이 고민을 덜어주기 위해 ‘기산전자(주)’ 관계자는 POS, 키오스크, AI 스캐너 대여를 소개했다. 빵·디저트 제품 특성상 바코드를 일일이 부착하기 어렵고 직원이 바뀔 때마다 제품에 대한 교육이 매번 필요한데, AI 스캐너는 제품명과 수량을 자동으로 인식하고 키오스크에 띄워준다. AI 스캐너를 배식구에 설치할 경우, 남는 식재료의 데이터를 분석해 앱으로 생산량까지 조정해 준다니, ‘기술이 점주의 손발을 대신하는 시대’를 체감할 수 있었다. 가격은 미정이지만, 약 30~40만 원대로 이용 가능하다고 밝혔다.

제과·제빵 관련 서적을 살펴보는 방문객들. / 안혜림 인턴기자
제과·제빵 관련 서적을 살펴보는 방문객들. / 안혜림 인턴기자

6. 제과·제빵 정보

‘(주)비앤씨월드’는 다양한 제과·제빵 서적을 판매하며, 스스로 배우고 싶은 창업자들에게 실질적인 정보를 제공했다. ‘대아상교(주)’는 ‘기술자가 없어도 가능한 창업 모델’을 제시했다. 기계 설비만 갖추면 누구나 냉동 생지로 일정한 품질의 제품을 만들 수 있다는 점, 그 장면을 고객이 직접 볼 수 있도록 개방형 주방을 구성하라는 전략은 인상 깊었다. 대표는 제조 장면의 시각화가 매출을 좌우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인기 부스에서 빵을 구매하기 위해 줄을 선 사람들의 모습. / 안혜림 인턴기자
인기 부스에서 빵을 구매하기 위해 줄을 선 사람들의 모습. / 안혜림 인턴기자

7. 수요 조사

한 공간에 비슷한 크기의 부스들이 이어져 있었지만, 사람들의 발길은 확연히 갈렸다. 큰 소리로 호객하거나 ‘꽝 없는 뽑기’를 내건 부스에는 많은 사람들이 모여있었고, 귀여운 캐릭터와 독특한 스토리로 무장한 부스에도 사람들이 몰렸다. 

특히 사전에 SNS로 홍보한 브랜드는 일찌감치 모든 제품이 품절되기도 했다. 비슷한 제품을 파는 부스라도 홍보 전략에 따라 고객 수가 극명하게 갈리는 현장을 지켜볼 수 있었다. ‘사람들이 어떤 디저트에 끌리는가’를 실시간으로 관찰할 수 있는 장소였다.

소책자를 제공하는 소상공인연합회 부스와 소책자에 소개된 소상공인연합회 법률·노무·세무(회계) 무료상담 서비스. / 안혜림 인턴기자
소책자를 제공하는 소상공인연합회 부스와 소책자에 소개된 소상공인연합회 법률·노무·세무(회계) 무료상담 서비스. / 안혜림 인턴기자

8. 법·제도 정보

소상공인연합회 부스가 있었지만, 상담보다는 소책자 제공이 주를 이뤘다. 소책자에는 ‘신청서를 제출할 경우 소상공인연합회에서 법률, 노무, 세무(회계) 무료 상담 서비스를 제공한다’는 안내가 있었지만, 현장에서 자세한 상담을 받을 수 있는 구조는 아니어서 다소 아쉬움이 남았다. 근무자 인건비 산출, 사직서 작성, 부가세 및 법인세 자문 등 실무에서 필요한 조언을 즉석에서 받을 수 있었다면 훨씬 유용할 것 같다.

관람 중이던 한 창업 예정자는 법적인 부분이나 마케팅 방면으로도 알아봤는지 묻는 기자의 질문에 “식품법이나 조심해야 할 부분들을 ‘전국 제과점업 자율 지도원 교육’ 행사장에서 잠깐 들었는데, 짧지만 많은 도움이 됐다”라고 말했다. 

하지만 ‘전국 제과점업 자율 지도원 교육’은 대한제과협회 회원사 대상으로 진행됐으며, 관람객을 위한 교육은 아니었다. 따로 상담 부스를 제공한다면 소상공인들에게 많은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

9. 마케팅/홍보

마케팅과 브랜딩은 창업자에게 가장 중요한 요소 중 하나지만, 이번 박람회에서는 관련 부스를 찾아보기 힘들었다. 행사 관계자는 기자와의 인터뷰에서 “현재는 마케팅, 법률 정보 관련 부스가 부족하지만, 내년부터는 관련 섹션을 확대할 예정”이라고 밝히면서, “커피박람회의 일부였던 베이커리 분야가 독립된 전시로 발전한 만큼, 앞으로 점점 더 다채로운 창업 지원 시스템을 마련하겠다”고 말했다.

10. 창업 예정자도 즐기는 생생한 현장

창업에 도움이 될 만한 정보들을 찾는 것도 중요하지만, 즐길 거리도 빼놓을 수 없었다. 기자가 직접 즐겨보고, 옆에서 즐기고 있는 관람객들의 목소리도 담아봤다.

체험장 전경, 참가자들의 작품. / 안혜림 인턴기자
체험장 전경, 참가자들의 작품. / 안혜림 인턴기자
기자가 직접 만들어 본 작품. / 안혜림 인턴기자
기자가 직접 만들어 본 작품. / 안혜림 인턴기자

체험을 해본 결과, 가장 아쉬웠던 점은 ‘체험 부스’의 구성이었다. 예비 창업자의 눈으로 보면, 제품을 눈으로 보고 맛보는 것을 넘어 실질적인 기술이나 노하우를 접할 수 있는 기회가 더욱 절실하다. 현장가 9,000원이라는 가격에 디저트 꾸미기 체험을 제공하는 것은 합리적이지만, 완제품 위에 초코펜이나 스프링클을 얹는 정도에 그쳐 ‘장식’에 가까웠다. 짧게나마 원데이클래스 형식으로 디저트나 제과 기술의 기초를 배워볼 수 있는 프로그램이 마련됐다면, 창업을 준비하는 이들에게 훨씬 실질적인 도움이 되었을 것이다.

하지만 일반 관람객들이 즐기기에는 부족함이 없었다. 앞 테이블에서 체험하던 관람객들은 “인스타그램에서 보고 신청했다”면서 “작년에도 같은 체험을 했었는데, 그때는 겨울이 주제였고, 올해는 봄이 주제라서 새로운 마음으로 즐겁게 참여했다”고 후기를 전했다.

각종 대회나 행사가 열리는 현장의 모습. / 안혜림 인턴기자
각종 대회나 행사가 열리는 현장의 모습. / 안혜림 인턴기자

이 외에 각종 대회와 볼거리도 풍성하게 마련됐다. 

첫날 열린 △Bakers Party △제3회 대한제분 퀘스크램 크림치즈 경연대회에 이어 △제22회 한국국제베이커리쇼 시상식 △2025 레스큐어 비엔누아즈리 대회 등 다양한 경연과 세미나가 4일 내내 열린다. 또한 수상작들을 전시해 놓은 공간이 있어 베이커리 예술 작품을 관람할 수 있다.

한편, 오는 4월 5일(토) 코엑스 D홀에서는 ‘2025 베이커리 월드컵 국가대표 선발전’이 열린다. 우승자는 세계적인 베이커리 월드컵 ‘쿠프 뒤 몽드 드 라 불랑주리(La Coupe du Monde de la Boulangerie)’에 한국 대표로 출전하게 된다. 

2025 한국국제베이커리페어는 창업을 꿈꾸는 이들, 예비 전문가들, 베이커리를 예술로 여기는 사람들까지 모두의 무대인 만큼 남은 일정도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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