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조 스타일 느껴지는 인테리어… 일부분 마감 개선 필요
작은 시트·좁은 실내, 소형 SUV 한계 분명… 소음 유입도 커
어벤저, 실제 전비·주행거리 韓 인증 수치 넘어서
시사위크=제갈민 기자 지프가 브랜드 최초의 전기 SUV 어벤저를 지난해 한국 시장에 출시하며 소형 전기차 시장 공략에 나섰다.
그러나 지프 어벤저의 판매량은 다소 부진하다. 판매 부진 원인 중 하나로 ‘국내 인증 주행 가능 거리’가 지적되지만, 실제 시승 간 지프 어벤저의 주행 가능 거리는 330㎞ 이상으로 정부 인증 수치를 넘어섰다. 전기차인 만큼 출력이나 가속도 등 성능이 모자라지도 않다. 다만 아쉬운 점이 일부 존재하는데, 이를 개선한다면 깐깐한 한국 소비자들을 공략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어벤저의 외관 디자인을 살펴보면 지프의 아이덴티티인 세븐 슬롯 라디에이터 그릴을 가장 먼저 찾아볼 수 있다. 여기에 각진 형상과 짧은 오버행, 볼륨감 있는 펜더 등으로 ‘오프로더’ 이미지를 강조했다.
차체 크기는 길이(전장)가 4m가 약간 넘는 수준(4,084㎜)이며, 너비(전폭)는 1,775㎜, 높이(전고)는 1,560㎜ 수준이다. 국산차 중에서는 현대자동차 베뉴(길이 4,040㎜, 너비 1,770㎜, 높이 1,565㎜)와 비슷하다. 작은 차체의 지프 어벤저는 실용성과 스타일 모두를 고려한 결과물이라 평가할 수 있다.
실내 인테리어는 수평 라인을 강조한 대시보드 위에 10.25인치 디스플레이가 위치한다. 메인 디스플레이에서는 차량 설정 및 오디오, 내비게이션(안드로이드오토·애플카플레이), 공조기, 열선시트 등을 조작할 수 있다. 아래에는 비상등 버튼과 차량 문 잠금 버튼, 가로형 송풍구가 위치하며, 그 아래에 가로로 긴 선반을 설치해 지갑 등 소지품을 얹어둘 수 있도록 수납공간 마련했다.
센터페시아 대시보드 선반 아래에는 가로로 ‘토글 스위치’ 형태의 공조기 조작 버튼을 설치했는데, 이는 푸조 브랜드에서 주로 사용하는 버튼 스타일로 ‘푸조의 분위기’를 느낄 수 있는 요소다. 또한 1열 동승석 좌석 높낮이 및 등받이 각도 조절 방식도 푸조의 방식을 채택해 등받이 조절을 하려면 시트 측면의 원형 다이얼을 돌려야 해 약간 불편함이 존재한다. 시승 차량인 알티튜드 등급에서는 그나마 운전석에 전동조절 기능을 지원한다.
지프 어벤저에서 푸조의 감성을 찾을 수 있는 이유로는 모기업이 스텔란티스로 같고, ‘푸조 e-CMP2’ 플랫폼을 공유해 만든 모델이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기어는 공조기 토글 스위치 아래에 ‘P-R-N-D’로 이뤄진 기어 셀렉트 버튼 방식을 채택했다. 버튼식 기어 조작 방식을 채택한 차량은 많지 않고 경험도 적어 약간 어색하게 느껴졌다. 기어 조작 버튼 아래에는 동굴형 수납공간을 마련했는데, 이곳에 스마트폰 무선충전패드와 소지품 보관함을 2단으로 설치했다. 시승 간 스마트폰 무선충전패드는 이용해봤으나 충전 속도는 느리고 발열이 심했다.
이어 1열 좌우 시트를 나누는 센터터널 상부에는 전자식 사이드 브레이크 레버와 주행모드 변경 버튼을 설치했으며, 뒤로는 컵홀더 겸 수납공간을 마련했다. 컵홀더 겸 수납공간에는 플라스틱 파츠로 구역을 나눌 수 있도록 만들었는데, 활용도가 다소 애매하다. 500㎖ 페트병 음료는 3개를 보관할 수 있지만 수납공간의 좌우 폭이 좁아 커피전문점의 테이크아웃 플라스틱 컵은 들어가지 않는다. 뚜껑이 있는 플라스틱 컵을 보관하려면 앞쪽의 스마트폰 충전패드 부분의 움푹 파인 수납공간을 활용해야 한다.
1열 암레스트(팔걸이) 겸 콘솔박스 덮개는 앞뒤로 슬라이딩 방식으로 위치를 조절할 수 있어 편리하며, 스티어링 휠과 계기판은 무난하고 조작 편의성이나 시인성이 나쁘지 않은 수준이다.
다만 보이지 않는 가려진 부분들의 마감처리가 깔끔하지 않고 날카로운 부분이 일부 존재한다. 계기판 위를 덮고 있는 대시보드 아래쪽과 센터페시아 대시보드 선반과 공조기 아래의 접합부의 플라스틱 소재가 매끈하지 않고 날카롭다. 대시보드 선반에 얹어둔 물건을 꺼낼 때 자칫 잘못하면 손가락 등을 다칠 수도 있다. 그 외에 컵홀더 등 수납함 주변의 마감 품질은 무난한 수준이다. 손이 잘 닿지 않고 눈에 잘 보이지 않는 부분까지는 신경을 쓰지 않은 모습이다.
소형 SUV 모델인 만큼 실내 공간에서도 아쉬운 점이 일부 존재한다. 1열 시트 방석 부분의 허벅지 받침대 길이가 짧고, 운전석 기준으로 페달 및 왼발 거치대까지 거리가 짧다. 이 때문에 시트를 뒤로 빼서 운전하면 스티어링 휠을 잡기 위해 팔을 쭉 뻗어야 하는데, 어쩔 수 없이 스티어링 휠 조작이 편리한 만큼 시트를 당겨 앉아야 한다. 이 경우 다리를 반쯤 접고 주행을 해야 해 약간의 불편함이 존재한다.
그나마 2열 공간은 조금 여유로운 편이다. 1열 시트를 운전자가 스티어링 휠을 조작하기 편리한 수준으로 맞춘 후 2열에 탑승하면 1열 후면과 2열 탑승자의 무릎 사이에 500㎖ 페트병 하나가 들어가는 정도의 공간이 남는다. 2열은 좌우 시트 중앙에 별도의 암레스트가 없으며, 컵홀더도 도어 패널 공간을 활용해야 한다. 또 2열의 충전 포트는 1열 콘솔박스 후방에 C타입 단자 하나만 존재해 2열 탑승자가 2명 이상인 경우 불편한 상황이 발생할 수도 있다.
만족스러운 점도 존재한다. 1열 선루프가 탑재돼 개방감이 뛰어나고, 전 좌석 파워윈도우 기능을 탑재해 창문을 여닫을 때 한번의 조작으로 모두 가능해 편리하다. 트렁크 도어를 여닫을 때 차키의 트렁크 버튼을 꾹 누르고 있으면 전동으로 열고 닫을 수 있으며, 트렁크 아래에 킥모션 센서도 설치해 짐을 들고 있을 때 여닫기 편리하다.
시승은 서울 도심과 서울∼고양 구간의 자유로, 서부간선도로 등을 주로 이용했다. 도심의 정체 구간부터 자유로의 고속주행 구간 등을 적절히 체험할 수 있었다.
지프 어벤저는 전기차인 만큼 가속 성능은 전혀 부족하지 않다. 여기에 차체도 4∼4.1m 길이로 콤팩트해 민첩한 주행이 가능하다. 기동성만 놓고 본다면 현재 판매 중인 전기차 가운데 가장 뛰어나다고 평가할 수 있다.
또한 작은 차량임에도 90∼100㎞/h 이상의 속도로 주행을 했음에도 안정감이 뛰어나고 고속 주행 중 감속 시에도 전기차 특유의 꿀렁임도 크지 않고 안정적이다. 단, 일반적인 주행 상태인 D(드라이브)에서 기어 D버튼을 한번 더 눌러 B(브레이크) 모드로 전환하면 전기차 특유의 회생제동을 적극적으로 활용하도록 세팅이 바뀌는 만큼 약간 불편하게 느껴지기도 한다. 이 외에 스포츠·노말·에코 주행 모드별 출력 제한 정도가 느껴질 정도로 세밀한 세팅을 한 점도 만족스러운 요소다. 주행 성능 면에서는 흠잡을 면이 없다.
다만 운전자 편의 기능 중 하나인 오토홀드가 없는 점은 아쉬운 요소다. 지프 어벤저는 운전석을 스티어링 휠 조작이 편리하도록 맞추게 되면 다리를 뻗기가 쉽지 않은데, 정체 구간을 주행할 때 브레이크를 계속해서 밟고 있으면 피로도가 상당하다.
또한 풍절음이나 노면소음 등 외부 소음 차단이 잘 되지 않았다. 지프 랭글러 모델만큼은 아니지만 다소 시끄럽게 느껴졌다.
지프 어벤저의 국내 인증 주행가능거리는 292㎞지만 실제 시승 간 주행거리는 306㎞를 주행하고도 배터리 잔여량이 8%(약 26㎞) 남았다. 대략 330㎞ 이상 주행이 가능한 것으로 볼 수 있다. 306㎞를 주행하는 동안 소비전력효율(전비·연비)은 6.8㎞/㎾h로, 정부 공인 복합연비 5㎞/㎾h(도심 5.4㎞/㎾h, 고속 4.6㎞/㎾h)를 크게 웃돌았다. 급가속 및 100㎞/h를 초과하는 고속 주행을 최소화한다면 350㎞ 이상 주행도 충분히 가능할 것으로 예상된다.
완속 충전기를 이용해 배터리를 8%에서 완전 충전(100%)할 때까지 소요된 시간은 약 7시간 50분 정도며, 51.22㎾h 충전 요금은 1만5,110원으로 대략 300㎞ 기준 1만5,000원 정도인 셈이다. 1년에 1만5,000㎞를 주행하는 동안 완속 충전만을 이용할 경우 대략 75만∼80만원 정도의 비용이 발생한다고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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