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위크=권정두 기자 비상계엄으로 촉발된 탄핵 및 조기대선 국면 속에 ‘’낙하산 알박기‘ 우려에 휩싸였던 강원랜드가 이를 모면했다. 1년이 훌쩍 넘도록 사장 공모를 진행하지 않다가 탄핵 심판이 한창이던 지난 3월 돌연 본격적인 절차에 돌입했으나 결국 최종 임명은 이뤄지지 않았다. 하지만 수장 공백 기간이 더욱 길어진데다 향후 ’불편한 동거‘가 불가피하다는 점은 여전히 우려를 자아낸다.
◇ 대통령 파면 직전 돌입한 사장 선임 절차… 결국 ‘무산’
극심한 혼란으로 점철됐던 대통령 탄핵 및 조기대선 국면 속에 ‘낙하산 알박기’ 논란은 많은 우려와 갈등, 그리고 반발을 낳았다. 현직 대통령이 내란 우두머리 혐의로 기소된 뒤 파면되고, 대통령 권한대행마저 수차례 바뀌는 초유의 상황 속에서도 수십 명의 공기업·공공기관 사장 등의 인사가 단행되면서다.
국내 유일의 내국인 출입 카지노 운영 공기업이자 폐광지역에 있어 큰 의미를 갖는 강원랜드 역시 ‘낙하산 알박기’ 논란에서 자유롭지 못했다.
앞서도 낙하산 인사 잔혹사가 끊이지 않았던 강원랜드는 문재인 정부 시절 취임했던 이삼걸 전 사장이 2023년 12월 돌연 물러났다. 낙하산 논란에서 자유롭지 않았을 뿐 아니라 윤석열 정부 출범 이후 물러나지 않아 ‘알박기’란 지적까지 제기됐음에도 자리를 지켰던 그가 임기를 4개월여 앞둔 시점에 급작스럽게 물러난 것이다. 특히 이는 윤석열 정부 대통령실 출신인 최철규 부사장 취임이 임박한 시점에 이뤄져 더욱 눈길을 끌었다.
그렇게 이삼걸 전 사장이 물러난 뒤 강원랜드는 최철규 부사장이 취임과 동시에 사장 직무대행을 맡았으며, 신임 사장 선임은 ‘감감무소식’이었다. 지난해 4월 총선 이후 선임이 이뤄질 것이란 전망에 무게가 실렸지만 어떠한 움직임도 없었고, 최철규 사장 직무대행 체제에서 조직개편 등 중대한 사안들도 적극 추진해나갔다. 그러다 사장 자리가 공석이 된지 9개월 만인 지난해 8월에 이르러서야 사장 선임을 위한 임원추천위원회가 꾸려졌다. 하지만 임추위가 꾸려진 이후에도 사장 공모는 좀처럼 이뤄지지 않았다.
그렇게 1년 넘게 사장 자리를 비워뒀던 강원랜드가 본격적인 사장 공모 절차에 돌입한 건 지난 3월 중순에 이르러서다. 윤석열 전 대통령에 대한 탄핵 심판이 한창이었을 뿐 아니라 선고가 임박했다는 전망이 나오던 때에 신임 사장 선임 절차에 속도를 내기 시작한 것이다. 강원랜드의 신임 사장 공모 접수는 윤석열 전 대통령에 대한 파면 선고가 내려지기 일주일 전에 마감됐다.
이후에도 정국은 혼란을 거듭했다. 한덕수 전 국무총리와 최상목 전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그리고 이주호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장관까지 무려 3명이 대통령 권한대행을 맡았을 정도다. 이런 가운데서도 강원랜드의 신임 사장 선임 절차는 지속됐고, 정치권 및 군 출신 인사가 주요 후보군으로 거론되기도 했다.
이에 정치권은 물론 강원랜드 내부와 지역사회 차원에서도 논란과 갈등이 뜨겁게 달아올랐다. ‘낙하산 알박기’ 인사를 중단해야 한다는 쪽과 수장 공백 장기화를 더 이상 방치해선 안 된다는 쪽이 맞섰다.
결과적으로 제21대 대선이 치러지고 이재명 대통령이 당선돼 취임할 때까지 강원랜드 신임 사장 임명은 이뤄지지 않았다. 같은 시기 상당수 공기업 및 공공기관 인사가 단행되기도 했으나 강원랜드는 ‘낙하산 알박기’를 모면한 것이다.
이로써 강원랜드는 여러모로 중요한 시기에 ‘낙하산 알박기’ 꼬리표로 수장의 대내외 리더십이 흔들리는 것은 물론, 새 정부와 엇박자를 내며 혼란을 거듭하는 것을 피하게 됐다.
다만 여전히 남는 우려도 있다. 우선, 강원랜드는 혼란스러운 정국을 거치면서 수장 공백 기간이 어느덧 1년 6개월을 넘기게 됐다. 사상 최장기일 뿐 아니라, 사장 임기의 절반에 해당한다. 문제는 이 같은 공백 기간은 더욱 길어질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새 정부의 장관 인사가 선행된 뒤 사장 선임이 이뤄질 것으로 예상되는 점, 공모 절차를 다시 밟는 것이 불가피한 점 등을 고려하면 상반기 내 신임 사장 선임은 불가능해 보인다.
뿐만 아니다. 현재 사장 직무대행으로 강원랜드를 이끌고 있는 최철규 부사장은 윤석열 정부 대통령실 출신이다. 그 역시 ‘낙하산’ 인사라는 지적을 받는다. 향후 신임 사장이 취임하면 전 정권 출신 인사인 부사장과 일정 기간 ‘불편한 동거’를 하는 것이 불가피하다.
최철규 부사장의 임기는 오는 12월 4일까지다. 임기가 얼마 남지 않은 만큼, 하반기 중으로 예상되는 신임 사장 취임 전후로 물러날 가능성도 존재한다. 어느 경우든 최철규 부사장은 부사장으로 임명됐음에도 재직 기간 대부분을 사실상 사장으로 활동한 뒤 강원랜드를 떠나게 될 전망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