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경태 의원 “미래세대 병들게 하는 공기업, 도박예방 예산은 푼돈”
온라인 매출 늘고 오프라인 줄어... ‘불법시장 양성화’는 구호뿐
청년층 이용자 2.6배 폭증... ‘도박 입문 플랫폼’ 우려
매출 6조5,000억원에 ‘중독예방 예산’ 39억원... 생색내기식 CSR
시사위크=김두완 기자 한국마사회가 ‘불법 경마 양성화’를 내세워 전면 도입한 온라인 마권 발매 제도가 불과 1년도 채 지나지 않아 ‘도박 중독 온상’으로 변질되고 있다는 비판이 거세다. 기존 고객의 단순한 ‘채널 이동’ 효과만 있었을 뿐 아니라 오히려 30대 이하 청년층을 새로운 도박 소비층으로 끌어들이는 ‘입문’ 역할을 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조경태 국민의힘 의원(부산 사하을)이 한국마사회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2024년 온라인 마권 매출은 전년 대비 7,169억원 증가한 반면, 오프라인 매출은 7,037억원 감소했다.
조경태 의원실은 이 같은 수치를 두고 “전체 매출 구조상 새로운 시장 창출이 아닌, 기존 고객의 온라인 전환에 불과하다”고 분석했다. 조 의원은 “불법시장을 양성화한다는 명분은 사실상 허울뿐이었다”며 “공기업이 오히려 24시간 접근 가능한 도박 플랫폼을 열어둔 셈”이라고 비판했다.
더 심각한 문제는 청년층의 급격한 유입이다. 자료에 따르면 온라인 마권의 30대 이하 고객 비율은 2024년 12월 2.3%에서 2025년 9월 6%로 급등했다. 불과 9개월 만에 2.6배 증가한 수치다. 이는 전통적으로 중·장년층 중심이던 경마 시장에 청년층이 대거 편입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도박중독예방 전문가들은 “스마트폰 기반의 온라인 발매 시스템이 접근성을 크게 높이면서, 도박에 무관심하던 청년층까지 끌어들였다”며 “마사회가 오히려 ‘도박 입문 플랫폼’ 역할을 하고 있다”고 우려했다.
반면, 마사회의 사회적 책임 이행 수준은 더욱 초라하다. 2024년 한 해 동안 마사회는 총 6조5,139억원의 마권을 판매했지만 도박 중독 예방사업에 투입된 예산은 고작 39억5,000만원. 전체 매출의 0.06%에 불과했다.
조경태 의원은 “마사회는 공기업으로서의 공적 책무는 외면한 채, 불법 시장 양성화라는 허울 좋은 명분 뒤에 숨어 수익 증대에만 매몰돼 있다”며 “결과적으로 기존 이용자의 중독을 심화시키고 도박에 무관심하던 미래 세대까지 병들게 하고 있다”고 강하게 질타했다.
이어 “매출액의 0.1%도 안 되는 예산으로 사회적 책임을 다했다고 말할 수 없다”며 “영국처럼 경마 수익의 일정 비율을 사회적 책임 기금으로 의무화하는 방안을 포함해 온라인 마권 사업의 전면적인 개선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밝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