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위크=권정두 기자 비상계엄 사태로 촉발된 탄핵 및 조기대선 국면 속에 ‘알박기 논란’이 불거지고 있는 가운데, 신임 회장 인선 절차를 진행 중인 한국마사회를 둘러싼 우려가 커지고 있다. 파면된 윤석열 전 대통령과 같은 검사 출신이자 측근으로 알려진 인물이 유력 후보 중 하나로 거론되고 있는 것이다. “내란 씨앗을 심기 위한 알박기 인사”라는 비판과 함께 전문성과 해당 분야 경력 및 성과를 갖춘 인물을 회장으로 선임해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 대통령 파면된 시기에 회장 선임 추진… 전문성 없는 알박기 인사 우려
한국마사회는 정기환 회장의 3년 임기가 지난 2월 10일을 기해 종료됐다. 이에 한국마사회는 지난해 12월 6일 후임 회장 선임을 위한 임원추천위원회를 구성했고, 2월 8일엔 모집 공고를 냈다. 2월 22일까지 접수를 마친 뒤에는 서류심사와 면접을 거쳐 지난달 최종 후보군을 추린 것으로 알려진다. 비상계엄 사태로 큰 혼란이 빚어진 뒤 대통령 탄핵 심판 절차가 한창이던 와중에 후임 회장 인선 절차를 신속하게 진행한 것이다.
이런 가운데, ‘낙하산 알박기’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한국마사회 신임 회장 후보군은 5명으로 알려지고 있으며, 특히 김회선 전 의원이 유력 후보 중 하나로 거론된다. 그밖에도 한국마사회 유관 관료 출신과 내부 출신 등이 막판 경합 중인 것으로 전해진다.
이명박 정부 시절 국정원 제2차장을 지낸 김선회 전 의원은 국민의힘 전신인 새누리당 소속으로 2012년 제19대 국회의원에 당선됐다. 지역구는 서초갑이었다. 이후 제20대 총선은 출마하지 않았다.
문제는 그가 비상계엄 선포로 파면되고, 내란수괴 혐의로 재판을 받고 있는 윤석열 전 대통령의 측근으로 분류된다는 점이다.
김회선 전 의원은 윤석열 전 대통령의 서울 법대 선배이자 검찰 선배이기도 하다. 1980년 검찰 생활을 시작해 서울서부지검장과 법무부 기획관리실장을 역임하는 등 요직을 거친 바 있다.
단순히 학연과 경력만 겹치는 건 아니다. 김회선 전 의원은 윤석열 전 대통령이 대통령에 당선됐을 당시 ‘멘토’ 중 하나로 평가받으며 주요 인맥으로 알려졌다. 또한 집권 초기엔 국정원장 후보로 거론되기도 했다.
무엇보다 김회선 전 의원은 한국마사회와 관련된 전문성에 커다란 물음표가 붙는다. 국회의원 시절에도 그는 법제사법위원회와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 소속이었다. 한국마사회는 경마사업을 비롯한 말산업 전반을 아우르는 곳으로 특수성이 뚜렷하다는 점에서 다른 어떤 공공기관보다 전문성이 강조된다.
이에 한국마사회 안팎에선 우려와 비판의 목소리가 쏟아지고 있다.
먼저, 한국마사회 노조는 현 시점에 신임 회장 선임을 진행하는 것 자체가 적절치 않다고 지적한다. 어떤 후보가 회장으로 선임돼도 ‘윤석열 정권 말 알박기 인사’라는 꼬리표를 피할 수 없다는 것이다.
홍기복 한국마사회 노조위원장은 <시사위크>와의 통화에서 “시기적으로 정권이 바뀔 가능성이 매우 높은 상황”이라며 “새 정권 출범 시 전 정권 알박기 인사는 사업 추진을 여러모로 어렵게 하고, 그 피해는 고스란히 직원들이 입게 된다. 한국마사회 구성원들은 그것이 얼마나 힘든 일인지 이미 경험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따라서 현재 진행 중인 신임 회장 선임 절차를 중단하고, 대선 이후 원점에서 다시 진행해야 한다는 게 한국마사회 노조 측 요구다. 또한 회장 선임이 강행될 경우 모든 방법을 동원해 강력한 투쟁에 나선다는 입장이다.
정치권에서도 날선 반응이 나온다. 문금주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난 10일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전체회의에서 “내란수괴 윤석열 정권의 공공기관 알박기 인사가 도를 넘고 있다”고 지적하며 “현 시점에서 한국마사회를 비롯한 공공기관장 선임은 소위 내란 씨앗을 심기 위한 알박기 인사로 사회적 논란과 물의를 일으킬 뿐”이라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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