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달 IT부문과의 분할을 통해 별도 법인으로 출범하게 되는 CJ 올리브영. / CJ올리브네트웍스
다음달 IT부문과의 분할을 통해 별도 법인으로 출범하게 되는 CJ 올리브영. / CJ올리브네트웍스

시사위크=범찬희 기자  내달 H&B스토어 1위 올리브영이 홀로서기에 나서면서 업계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압도적인 시장 점유율로 국내 H&B스토어 산업을 이끌고 있는 올리브영이 독자 경영체제를 갖추고 글로벌 시장 확대와 IPO 등 기업 가치를 제고하는 데 더욱 속도를 낼 것으로 기대된다.

◇ 글로벌 확대, IPO… 두 마리 토끼 노리나

한 지붕 두 가족 살림을 해오던 CJ 올리브영이 독립의 길을 걷는다. 내달 1일 CJ올리브네트웍스의 IT부문(네트웍스)이 지주사인 ㈜CJ의 100% 자회사로 편입되며, 올리브영부문은 별도의 법인으로 독자 노선을 걷게 된다. 이번 분할은 기존 주주들이 지분을 그대로 보유하게 되는 인적분할로 이뤄진다. 분할비율은 IT부문과 올리브영이 각각 45%, 55%다.

국내서 80%의 시장점유율을 보유하고 있는 올리브영이 홀로서기에 나서면서 또 한 번의 퀀텀점프가 이뤄질 것이란 기대가 나오고 있다. 동일 법인 아래서 IT부문과 올리브영은 별도의 회사로 봐도 무방할 만큼 독립성을 유지해 왔다. 올리브네트웍스 전체를 대표하는 경영인을 두지 않고 IT부문과 올리브영부문이 각자 대표 체재로 운영돼 왔다. 그러나 실적은 물론 내부거래 현황과 주식보유 변동 등 주요 경영 공시 사항에 대해서는 업무적 호환이 이뤄졌다.

조직 구조상 의사결정 시스템에 큰 변화가 생기는 것은 아니지만, 이번 법인 분리로 인해 올리브영의 경영 효율화가 이뤄질 수밖에 없는 상황인 것이다. 실제로 회사 측은 분할 목적에 관해 “각 사업부문별 경영자원의 효율적 배분을 통해 사업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함”이라고 분명히 하고 있다. 아울러 핵심 사업에 집중 투자해 글로벌 경쟁력을 확보하겠다는 구상도 갖고 있다.

‘국내 H&B의 황태자’라는 수식어에 어울리지 않게 올리브영의 해외 사업은 더딘 편이다. 중국과 미국에 현지 법인을 설치하고 의욕적으로 글로벌 시장의 문을 두드렸지만 뚜렷한 성과가 나타나지 않고 있다. 10여개로 정체돼 있던 중국 점포수는 최근 4개로 줄었다. 2013년 설립된 상하이 법인(CJ Olive Young Shanghai Corporation)은 지난해 전년 대비 2배 커진 86억원의 손실을 기록했다. 미국에서는 아직 첫 번째 점포도 문을 열지 못한 상태다.

오프라인 영토 확장이 여의치 않게 되자 올리브영은 온라인을 통한 해외 소비자와의 접점을 강화하는 데 힘쓰고 있다. 지난 6월 글로벌몰을 열고 해외 소비자들이 한국 제품을 역직구할 수 있는 플랫폼을 구축했다. 다만 올리브영은 일각에서 제기하고 있는 동남아 등 신규 시장 진출 가능성에 대해선 구체적인 전략이 수립된 단계가 아니라고 밝히고 있다.

무엇보다 이번 분할로 국내 최초로 IPO 문턱을 넘는 H&B 업체가 등장할 것이란 기대가 커지고 있다. 이는 CJ가 올리브네트웍스를 분할하게 된 배경에 경영 승계 포석이 깔려있다는 분석과 연관이 깊다. 그룹 후계자로 점쳐지는 이재현 회장의 장남 이선호 CJ제일제당 부장은 지주사 지분이 없었다. 하지만 기업 분할 과정에서 주식교환을 통해 올리브네트웍스 주주 자격(17.97%)으로 지주사 지분 2.8%을 얻게 된다. 이 부장의 지분 가치를 극대화하기 위해 그룹 차원에서 올리브영의 상장에 힘을 쏟아 부을 것이란 관측에 힘이 실리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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