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준표 전 자유한국당 대표가 김태호 전 경남도지사와 대화를 나누고 있다. /뉴시스
홍준표 전 자유한국당 대표가 김태호 전 경남도지사와 대화를 나누고 있다. /뉴시스

시사위크=이경아 기자  ‘텃밭’인 영남권 공천을 놓고 미래통합당의 파열음이 점차 커지는 모양새다. 통합당 공천관리위원회가 PK(부산·경남)에 공천을 신청한 홍준표 전 자유한국당 대표와 김태호 전 경남지사에게 험지 출마나 불출마를 종용한 것으로 알려지면서다. 

더구나 TK(대구·경북) 의원들과 5선 중진인 원유철 의원의 불출마가 이어지면서 TK·PK 지역 중진급 의원들의 용퇴를 종용하는 공관위가 힘을 얻는 상황이다.

홍 전 대표는 고향이 있는 경남 밀양·의령·함안·창녕에 공천을 신청했지만, 김형오 통합당 공관위장은 서울 출마를 요청한 바 있다. 이에 홍 전 대표는 경남 양산을 출마를 타협안으로 제시했었다. 또 공관위는 김 전 지사에게 고향이 있는 경남 산청·함양·거창·합천에 출마하는 대신 ‘PK 험지’로 꼽히는 창원 성산이나 경남 김해을 출마를 권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홍 전 대표와 김 전 지사는 지난 20일 통합당 공천 면접을 마쳤다. 홍 전 대표는 이날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경남 양산을 대신 서울 강북 출마를 강요받았다”고 주장했다.

홍 전 대표는 “고향 밀양 출마는 안 된다고 험지 출마를 요구해서 지난 총선·대선·지선에서 3연패한 지역인 양산으로 출마 지역구를 변경했다”며 “이후 김 공관위장이 뒷처리를 깔끔히 하라고 해서 그 말대로 실행도 했는데 또 다시 서울 강북 출마 요구를 받았다”고 설명했다.

그는 “서울 강북 출마냐, 불출마냐를 선택하라고 했다”면서 “나는 두 번 컷오프 당하면 정계은퇴 아니면 무소속 출마라는 선택밖에 없다고 했다”며 토로했다.

김 전 지사는 면접을 마친 후 기자들과 만나 “(공천 면접에서) 첫 번째로 받은 질문이 ‘고향에서 출마하려고 마음먹었느냐’였다”며 “(지역 주민들에게) 마음을 열어달라고 요구했고 또 약속했고 그 믿음의 두께가 지금 어떤 대의명분보다도 더 저에게는 귀중하다”고 말했다. 

하지만 공관위원들이 “김태호는 그동안 늘 도전적이었고 당이 어려울 때 기꺼이 수용했는데 좀 아쉬운 부분이 있다”고 반응한 것으로 전해졌다. 험지 출마나 불출마를 직접적으로 거론하지 않았으나 유도하는 발언으로 해석된다.

홍 전 대표·김 전 지사와 공관위의 공천 갈등이 심화되는 상황에서 과거 새누리당 원내대표 출신인 원유철 의원(경기 평택갑)이 21대 총선 불출마를 선언했다. 중진인 원 의원의 불출마는 TK·PK 중진급의 용퇴를 압박하고 있는 공관위에 힘을 실어주는 역할을 하게 됐다.

원 의원 외에도 3선의 김광림(경북 안동) 의원과 초선 최교일(경북 영주·문경·예천) 의원도 같은날 불출마를 선언했다. 이로써 통합당 불출마 현역의원 수는 24명이다. 

이외에도 통합 과정에서 합류한 의원들도 잡음을 더하고 있다. 이언주 의원의 부산 중구·영도 전략공천을 시사하는 인터뷰가 나오자 현 지역구 의원인 김무성 의원과 같은 부산의 장제원 의원이 이를 비판했다. 또 새로운보수당 출신 유승민 의원도 “김 공관위장이 이상해진다”는 취지의 문자를 보내는 등 반발하는 분위기다.

이같이 곳곳에서 잡음이 새어나오자 정치권 일각에서는 불출마 압박을 받는 PK·TK 중진급 의원들이 공관위의 결정에 불복할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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