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 정치인 1호’ 김병관 낙선… 업계선 “아쉽다”
류호정, 게임산업 대변할까… 부정적 이미지 고착 우려도

게임 산업을 적극 뒷받침해온 김병관 더불어민주당 의원(왼쪽)이 이번 21대 총선에서 낙선했다. 류호정 정의당 비례대표 의원(오른쪽)이 여의도에 입성했지만 대리게임 의혹 등을 명확히 해소하지 못해 그를 향한 시선이 차갑다. /뉴시스
게임 산업을 적극 뒷받침해온 김병관 더불어민주당 의원(왼쪽)이 이번 21대 총선에서 낙선했다. 류호정 정의당 비례대표 의원(오른쪽)이 여의도에 입성했지만 대리게임 의혹 등을 명확히 해소하지 못해 그를 향한 시선이 차갑다. /뉴시스

시사위크=송가영 기자  제21대 국회의원 총선거가 ‘코로나19’라는 사회적 위기 속에서도 높은 투표율을 기록하며 무사히 치러졌다. 각계는 국회에 입성할 당선자들에 높은 관심을 보이고 있다. 특히 게임업계에서는 게임산업의 대변인 역할을 할 인사가 누구냐에 이목을 집중하고 있다. 다만 지난 20대 국회보다 ‘친(親)게임’ 국회의원들에 대한 무게감이 덜해 현안 해소에 힘이 실리기 어려워졌다는 우려가 나온다.

지난 20대 국회에서 게임산업에 많은 힘을 실어줬던 인사는 김병관 전 의원이다. 김 전 의원은 PC 게임 ‘뮤 온라인’을 서비스하고 있는 웹젠의 의장 출신으로, 지역구는 경기 성남시 분당구갑이다. 김 전 의원은 게임업계 출신 1호 정치인으로, 전문지식을 활용해 다방면에서 게임을 비롯한 IT 산업을 적극 지원했다.

국회 내에서는 김 전 의원의 뜻에 공감하는 여야 국회의원들이 게임산업을 연구하고 정책을 만드는 ‘대한민국 게임포럼’을 지난 2017년 출범하기도 했다. 이 포럼은 김 전 의원을 포함해 조승래 더불어민주당 의원, 이종배 자유한국당(현 미래통합당) 의원 김세연 바른정당 의원, 이동섭 국민의당 의원 등 4인의 공동제안으로 시작됐다.

또한 의정활동 당시에는 게임물등급분류법 개정안, 문화예술진흥법 개정안, 게임 제공업의 영업정지 처분 마련 등과 관련한 게임산업진흥에 관한 법률(이하 게임법) 개정안을 발의했고 각종 게임 행사 자리에 자주 모습을 드러내며 현장과 적극적으로 소통했다.

그러나 이번 선거에서 김은혜 미래통합당 후보와 1,128표 차이로 재선에 실패했다. 김 전 의원은 지난 17일 자신의 블로그를 통해 “많은 분들이 도와주셨는데 감사하고 죄송하고 부끄럽다”며 “선거결과는 아쉽지만 저희 부족함 탓이다. 도와주시고 응원해준 것들 마음 속에 간직하고 묵묵히 길을 가겠다”고 말했다.

게임산업을 적극 대변해왔던 김 전 의원이 낙선하면서 업계에선 다소 아쉬워하는 분위기다. 21대 국회에 입성한 일부 국회의원들이 게임산업에 대한 공약을 냈지만 전문성에 대한 의문이 제기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이번 선거에서도 게임업계를 위한 공약은 있었다. 대한민국 게임포럼의 공동대표이기도 한 조승래 더불어민주당 의원(대전 유성갑)은 ‘중독’이라는 단어를 제외하고 개인정보 수집 및 관리 책임을 덜어주는 등 게임법의 전면 개정안을 공약으로 내걸었다. 

게임포럼 출범을 주도했던 인사들을 제외하고도 많은 국회의원들이 게임산업 진흥을 위한 법안을 공약으로 내걸었다. 

서울 서초을의 박성중 미래통합당 의원은 청년 분야 공약으로 인공지능(AI)‧게임산업 등 신사업 육성 지원을 통한 일자리 창출을 약속했고 블록체인 산업 활성화, 문화 콘텐츠 기업 육성법 제정 등을 공약으로 내세웠다.

20대 국회에서 제출된 게임 관련 법안이 21대 국회에서 다시 논의될 가능성도 있다. 개정안에 현장의 목소리가 제대로 반영되지 않고 있다는 지적들이 꾸준히 나왔던 만큼 21대 국회에 입성하는 의원들이 자신의 공약 이행을 위해 현장에 얼마나 관심을 보일지가 관건이라는 것이 업계의 주장이다.

게임업계 출신 인사가 21대 국회에 입성하지 못한 것은 아니다. 류호정 정의당 비례대표 의원(당선인)이 대표적이다. 21대 국회 최연소 국회의원으로, 게임사에서 노동조합을 만들고 퇴사한 이후 민주노총 화섬식품노조 홍보부장을 거쳐 정의당에 입당했다.

그는 게임산업 노동환경 개선에 목소리를 높였다. 류 의원은 출마 당시 기자회견 자리에서 “아직도 나쁜 프레임에 갇혀 있는 노동을 구출하겠다”고 밝혔다. 정의당도 류 의원의 행보에 발을 맞췄다. 포괄임금제 금지와 크런치 모드 및 특별연장근로 등 과도한 노동시간을 엄격히 제한하는 내용을 담은 게임업계 노동 환경 개선 방안을 공약으로 내세웠다.

그러나 업계에서는 그의 정치 입성에 차가운 시선을 보내고 있다. 리그오브레전드(LoL) 대리게임 의혹이 완전히 규명되지 않은 탓이다. 지난 2014년 이화여자대학교 e스포츠 동아리 ‘클래스(klass)’ 회장이었던 류 의원은 자신의 LoL 아이디를 지인, 당시 연인에게 빌려주고 등급을 올린 사실이 드러나면서 회장직을 사퇴했다. 

정의당에 입당한 후 대리게임 의혹이 불거지자 류 의원은 지난달 10일 자신의 페이스북 계정을 통해 “매우 잘못된 일이었고 게이머들 사이에서 쉽게 용서받을 수 있는 일이 아니었다”며 “저의 부주의함과 경솔함을 철저히 반성하며 조금이라도 실망하셨을 분들에게 진심으로 사과드린다”고 밝혔다.

그러나 대리게임 의혹으로 자격 논란을 완전히 해소하지 못한 정치인이 게임산업을 대표하는 것이 불편하다는 목소리도 적지 않다. 그동안 게임의 부정적인 인식 개선에 모든 게임사들이 적잖이 주력해왔는데 대리게임 의혹만으로 기존 이용자들에게는 무력감을 불러일으키고 외부에는 게임의 부정적인 이미지만 더욱 고착시켰다는 것이다.

업계 관계자는 “게임법 개정안을 포함해 처리가 시급한 법안들이 국회에 장기간 계류돼 있다”며 “지난 국회에서 적극 나서줬던 김 전 의원의 부재는 아쉽지만 게임산업에 관심을 가져온 국회의원들이 21대 국회에도 입성한만큼 (게임산업 발전을 위한) 공약 이행을 위해 적극 나서주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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