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위크=정호영 기자  박병석 국회의장이 19일 예정된 본회의를 당일 연기했다. 이날 본회의가 열렸다면 상임위원장 추가 선출로 21대 국회 전반기 원 구성이 일단 완료될 가능성도 있었지만, 또 다시 훗날을 기약하게 됐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과 최근 북한의 남북 공동연락사무소 폭파 등 경제·안보 위기 상황에서 여야 합의 없는 개원에 박 의장이 정치적 부담을 느낀 것으로 보인다.

더불어민주당은 내주 다시 본회의를 열어 원 구성을 반드시 마무리하겠다는 입장을 밝히며 미래통합당의 전향적 원 구성 합의를 촉구하고 있다. 반면 통합당은 여당이 법제사법위원회를 내놓지 않는다면 계속해서 의사일정을 전면 거부하겠다며 날을 세우고 있다.

여야가 여전히 벼랑끝 대치를 이어가는 가운데 통합당이 주말 새 대여(對與) 협상력을 발휘해 요구사항을 관철시킬지 주목된다.

◇ 박 의장 “여야 합의 시급”

박병석 국회의장은 이날 “야당의 원내지도부 공백 등을 감안해 19일 본회의를 개의하지 않기로 했다”며 “안보, 경제, 방역 등 3중 위기 속에서 걱정이신 국민들께 송구하다”고 밝혔다. 박 의장은 “합의 기준은 오로지 국민과 국익”이라며 “민생경제와 국가안보 앞에는 여야가 따로 있을 수 없다. 양당 원내대표는 하루빨리 합의해주길 요청한다”고 전했다.

민주당은 지난 15일 통합당이 보이콧한 가운데 본회의를 강행해 법제사법위원장 등 6개 상임위원장을 선출했다. 정의당·열린민주당 등 범여권 군소정당도 표결에는 참여했지만, 176석인 민주당이 단독으로 개원 절차를 밟은 셈이었다.

당시 민주당 주도의 상임위원장 단독 선출 직후 주호영 통합당 원내대표는 원 구성 협상 결렬에 따른 책임을 지고 사의를 표명, 지방으로 내려가 휴식 중이다.

국회는 민주당 인해전술에 통합당의 내부 반발과 컨트롤타워 부재로 원 구성 협상 자체가 올스톱된 상황이다.

이날 박 의장이 주 원내대표의 부재 등을 이유로 본회의 연기라는 결단을 내리면서 여야는 또 협상 기회를 얻었다. 하지만 통합당은 법사위를 확보하지 못하는 한 여당과의 협상은 없다며 한 치도 물러설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김성원 통합당 원내수석부대표는 이날 본회의 연기 직후 의원들에게 보낸 문자를 통해 “의원들께선 민주당의 21대 국회 원 구성 강행 및 국회의장의 상임위원 강제 배정의 부당성을 주말 동안 지역구 활동을 통해 널리 알려주길 당부한다”고 했다. 대여 협상보다 지역구 여론몰이를 통한 민주당 규탄을 우선순위로 삼은 셈이다.

◇ 주호영 복귀 여부가 변수

민주당은 반드시 다음주 내로 원 구성을 마무리한다는 계획이다. 코로나19·남북문제·3차 추경 등 국가 비상상황에서 더 이상 통합당의 발목잡기에 인내심을 발휘할 수 없다는 취지다.

김태년 민주당 원내대표는 이날 의원들에게 보낸 문자를 통해 “원 구성이 마무리되지 못해 송구하다”며 “국가 비상상황에서 국회는 아직 정상 가동조차 되지 못하고 있다”고 우려했다. 이어 “긴박한 남북문제 해법 마련을 위해 관련 상임위를 정상 가동해 안보를 지키는 국회로 만들 것”이라며 “다음 주 안에 원 구성을 마무리하겠다”고 전했다.

김영진 민주당 총괄 원내수석부대표에 따르면, 양당 원내수석은 아직 연락을 이어가며 소통의 끈을 놓지 않았다고 한다.

양당 원내대표간 본격적 소통은 아직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김 원내수석은 이날 브리핑에서 “김 원내대표가 주 원내대표께 연락은 드리는데 주 원내대표는 생각할 시간이 필요한 것 같다”고 했다.

다만 주 원내대표가 주말 내 복귀할 경우 여야 물밑 협상이 미약하나마 물꼬를 틀게 될 가능성도 있다.

김종인 통합당 비상대책위원장은 이날 초선의원 간담회 직전 “주 원내대표가 주말쯤 지나면 다시 (국회로) 올라오게 되고 원 구성 (협상)을 어떻게 참여할 것인지 결정할 것”이라고 밝혔다.

배준영 비대위 대변인은 김 위원장의 주 원내대표 복귀 발언에 대해 “저희의 희망사항”이라고 선을 그었다. 다만 배 대변인은 “국회 정상화를 위해 속히 원내사령탑이 복귀해 정상적인 국회를 운영하기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라며 여운을 남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