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경기도지사는 최근 ′2차 재난지원금′을 둘러싼 논쟁에 대해 ′전 국민′을 대상으로 지급해야 한다며 목소리를 냈다. /뉴시스

시사위크=권신구 기자  최근 정치권에서 지방자치단체장들의 보폭이 넓어졌다. 과거 이들이 지방 행정에 전념하며 중앙 정치와 거리를 두었던 것과는 다르게 거침없는 ‘이슈 메이킹’과 당 요직에 도전하는 등 정치 무대를 확장해 가는 모습이다.

◇ 이재명, ‘정책 제안’으로 주목

최근 가장 주목받는 행보를 보이는 사람은 이재명 경기도지사다. 이 지사는 24일 ‘2차 재난지원금’에 대해 ‘전 국민’을 대상으로 지급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세로 정치권에서 재난지원금 논의가 불붙은 가운데 일각에서 ‘상위 50%는 미지급, 하위 50%에 두 배를 지급하자'는 주장이 나오자 이를 반박한 것이다.

이 지사는 이날 자신의 페이스북에 “(선별적 지급 주장은) 헌법상 평등원칙에 위반하여 국민 분열과 갈등을 초래하며, 더불어민주당이 견지해온 보편복지 노선을 버리고 보수 야당 선별복지 노선에 동조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재난지원금은 국민 세금으로 충당하는데, 더 많은 세금을 냈거나, 내야 할 사람들을 경제정책 집행에서 배제하여 불이익을 주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이 지사는 이 외에도 각종 현안에 대해 선명한 메시지를 내기도 했다. 실제로 그가 공론화 시킨 제안들은 민주당 소속 의원들에 의해 실현되기도 했다. 이 지사가 ‘공매도 금지 연장’에 목소리를 내자 박용진 민주당 의원은 “주장에 공감한다”며 관련 법안 발의를 추진하고 있다. 

김남국 민주당 의원도 ‘이자제한법 개정안’ 발의에 나섰다. 이 지사가 민주당 지도부 및 의원들에게 편지를 보내 등록 대부업체 금리 인하를 건의한 것에 대한 화답이다. 이에 대해 김 의원은 “‘이재명계 아니냐’는 오해가 있을 것으로 생각했다”며 “그러나 민생법안 통과를 위해서라면 전혀 개의치 않는다”고 밝혔다.

더불어민주당 최고위원에 출마한 염태영 수원시장은 ′풀뿌리 민주주의′를 실현하기 위해서 중앙 정치에 뛰어 들어야 한다는 입장이다. /뉴시스

◇ 염태영, 지자체장 최초 최고위원 도전

염태영 수원시장도 정치 행보 넓히기에 도전하고 있다. 염 시장은 지자체장으로서 첫 최고위원에 도전한다. 지난 2015년 박우섭 당시 인천남구청장이, 2018년 황명선 논산시장이 최고위원에 도전했지만 문턱을 넘지 못했다. 

분위기도 나쁘지 않다. 당내에서 염 시장을 향한 지지 선언도 이어지고 있다. 민주당 기초자치단체장 협의회는 이날 염 시장에 대한 지지를 표하기도 했다.

염 시장은 지방자치단체의 현실적인 목소리를 중앙 정치에 반영하기 위해 ‘지자체장 최고위원’이 필요하다는 입장을 내세웠다. 그는 지난 달 24일 한 라디오에서 “풀뿌리 정치인이 목소리를 높인다는 것은 결국 당의 다양성과 현장성을 수혈 받는 의미도 있다”며 “특히 현실을 반영한 지방자치가 제대로 되게 하는 데도 꼭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이들 뿐만 아니다. 원희룡 제주도지사도 현안에 대한 적극적인 목소리를 내고 있다. 원 지사는 최근 광화문 집회에 참여한 미래통합당 전 의원들을 향해 쓴소리를 내며 존재감 부각에 나서는 모양새다.

◇ ‘정책’보다 ‘정치’ 우선 우려도

하지만 지자체장의 이같은 행보를 두고 정치권에서는 부정적인 기류도 흘러나오고 있다. 지역 행정에 힘을 쏟아야 하는 지자체장이 중앙 정치에 집중하면서 자칫 도정과 시정 등에 소홀해 질 수 있다는 이유다. 또한 이들의 정치적 행보가 순수한 의도가 아닌 향후 정치적 목표를 염두에 둔 것이라는 따가운 시선도 존재한다.

국민의당은 이날 논평을 내고 이재명 경기도지사의 ‘2차 재난지원금 주장’과 관련해 “도정은 뒷전”이라고 일침을 가했다. 홍경희 국민의당 수석부대변인은 논평에서 “마치 집권 여당의 차기 대통령 후보가 된 듯한 그의 말과 행동은 지극히 말초적이고 즉흥적”이라며 “대선후보 여론조사에 취해 본연의 임무를 망각하지 말고 해야 할 일에 집중해 주길 바란다”고 비판했다.

염태영 수원시장도 이같은 지적에서 자유롭지 못한 모습이다. 그는 지난 달 24일 한 라디오와 인터뷰에서 ‘당과 시정을 동시에 챙길 수 있냐’는 취지의 질문에 “그게 여의도 정치의 편견”이라며 “시정 현안 과제들이 결국 정치에서 해결될 것이 많다. 우리가 중앙에 힘을 갖고 있어야 시정에 필요한 현안을 해결할 수 있다”라고 역설했다.

전문가는 이들의 행보에 대해 긍·부정적 측면이 모두 있다고 평가했다. 정치가 유기적이라는 점에서 중앙 정치 참여를 긍정적으로 볼 수 있지만, 자칫 ‘정책’보다는 ‘정치’에 치우치며 본말이 전도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차재원 부산가톨릭대 특임교수는 이날 <시사위크>와 통화에서 “중앙과 지방을 분리할 수는 없다”며 “국가 정책이라는 것은 유기적 연관이 있기 때문에 국가의 여러 중요한 문제들을 직접 실행하는 지자체장들이 당사자로서 문제나 대책을 제안하는 것은 바람직한 측면”이라고 평가했다.

이어 그는 “문제는 이것이 정책이나 제안을 넘어서 향후 야심의 수단으로 접근하게 되면 정책보다는 정치에 치중하는 등 본분을 망각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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